피아노 소리는 마룻바닥을 뛰어다니고 창 밖엔 비가 내린다 기억나는 일이 뭐 아무것도 없겠는가?
6월의 살구나무 아래에서 단발머리 애인을 기다리며 상상해보던 피아노 소리 가늘고도 긴 현의 울림이 바람을 찌르는 햇살 같았지 건반처럼 가지런히 파르르 떨던 이파리 뭐 기억나는 일이 없겠는가?
양산을 꺼구로 걸어놓고 나무를 흔들면 웃음처럼 토드득 살구가 쏟아져 내렸지 아! 살구처럼 익어가던 날들이었다 생각하면 그리움이 가득 입안에 고인다. 피아노 소리는 마룻바닥을 뛰어다니고 창 밖엔 비가 내린다 살구처럼 하얀 천에 떨어져 뛰어다니던 살구처럼 추억은 마룻바닥을 뛰어다니고 창 밖엔 비가 내린다 추억의 건반 위에 잠드는 비 오는 밤
6월의 꿈-임영준
앙! 깨물어 볼까 퐁당! 빠져버릴까
초록 주단 넘실대고 싱그러운 추억 깔깔거리는데
훨훨! 날아보아도 될까
6월의 넝쿨장미-박동수
그리운 사람 기다리다 타버린 마음
발갛게 꽃망울로 터뜨리니 하늘조차 빨간 사랑의 빛에 물들어 버리게 하는
6월의 꽃 붉은 넝쿨장미
6월의 당신에게 띄우는 편지-이채
꿈이 있는 당신은 행복합니다 그 꿈을 가꾸고 보살피는 당신은 아름답습니다.
바람이 높아도 낮아도 그 바람을 가다듬으며 한 그루 꿈나무에게 정성을 다할 때
숲을 닮은 마음으로 흙을 닮은 가슴으로 햇살은 축복이요 비는 은혜입니다.
기쁨이 클수록 눈물이 깊었음을 꽃 지는 아픔 없이는 보람의 열매도 없다는 것을
어느 날의 하루는 지독히 가난했고 어느 날의 하루는 지독히 외로웠어도
슬픔도 괴로움도 견뎌야 했던 것은 꽃 같은 당신의 삶을 사랑했기 때문이리라
누군들 방황하지 않으리오 구군들 고독하지 않으리오 방황 속에서도 돌아와 누운 밤
그 밤의 별빛은 그토록 차가웠어도 고독 속에서도 다시 일어나는 아침 그 아침의 햇살은 더없이 눈부십니다.
믿음이라는 가치 앞에 당신의 삶은 겸손하고
사랑이라는 가치 앞에 당신의 삶은 진지합니다
오늘도 어제처럼, 내일도 오늘처럼 인내의 걸음을 늦추지 않는 당신
그런 당신을 나는 진실로 사랑하고 싶습니다.
6월 나의 예수-이해인
삶에 지치고 아픈 사람들이 툭하면 내게 와서 묻는다.
예수가 어디에 계시냐고 찾아도 아니 보인다고
오랜 세월 예수를 사랑하면서도 시원한 답을 줄 수 없어 답답한 나는 목이 메인다.
예수의 마음이 닿는 마음마다 눈물을 흘렸으며 예수의 발길이 닿는 곳마다 사랑의 불길이 타올랐음을 보고 듣고 알면서도 믿지는 못하는 걸까
그는 오늘도 소리 없이 움직이는 순례자 멈추지 않고 걸어 다니는 사랑의 집
나의 예수를 어떻게 설명할까 말보다 강한 사랑의 삶을 나는 어떻게 보여주어 예수를 믿게 할까.
6월 아침-박인걸
조용히 쏟아지는 금빛 햇살은 주님의 섬세한 손길 살랑이며 스치는 연한 바람은 주님의 맑은 호흡입니다.
끝없는 하늘을 우러러 주님의 무한하심을 보며 의미 없이 바라보던 산들이 오늘은 주님 품을 다가옵니다.
당신과 살아보고 싶어 가능하다면 꽃밭이 있고 가까운 거리에 숲이 있으면 좋겠어 개울 물 소리 졸졸거리면 더 좋을거야 잠 없는 나 당신 간지럽혀 깨워 아직 안개 걷히지 않은 아침 길 풀섶에 달린 이슬 담을 병들고 산책해야지 삐걱거리는 허리 주욱 펴 보이며 내가 당신 “하나 두울~” 체조시킬거야 햇살이 조금 퍼지기 시작하겠지 우리의 가는 머리카락이 은빛으로 반짝일 때 나는 당신의 이마에 오랫동안 입맞춤하고 싶어 사람들이 봐도 하나도 부끄럽지 않아 아주 부드러운 죽으로 우리의 아침 식사를 준비할 거야 이를테면 쇠고기 꼭꼭 다져 넣고 파릇한 야채 띄워 야채 죽으로 해야지 아마 당신 깔깔한 입안이 솜사탕 문 듯 할거야 이때 나직이 모짜르트를 올려 놓아야지 아주 연한 헤이즐넛을 내리고 꽃무늬 박힌 찻잔 두 개에 가득 담아 이제 잉크 냄새 나는 신문을 볼거야 코에 걸린 안경 너머 당신의 눈빛을 읽겠지 눈을 감고 다가가야지 서툴지 않게 당신 코와 맞닿을 수 있어 강아지처럼 부벼 볼 거야 그래보고 싶었거든 해가 높이 오르고 창 깊숙이 들던 햇빛 물러설 즈음 당신의 무릎을 베고 오래오래 낮잠도 자야지 아이처럼 자장가도 부탁해 볼까 어쩌면 그때는 창 밖의 많은 것들, 세상의 분주한 것들 우리를 닮아 아주 조용하고 평화로울거야 나 늙으면 당신과 살아보고 싶어 작은 토담집에 삽살개도 키우고 암탉에 노란 병아리도 키우고 조그만 움막 하나 지어서 뿔 달린 하얀 염소 키우며 나 그렇게 한번쯤 살아보고 싶어 울타리 밑에는 봉숭아 나팔꽃 맨드라미 분꽃을 심고 집옆 작은 텃밭에는 가지 오이 고추 열무 상추를 심어서 아침이면 싱그러운 야채로 음식을 만들고 싶어 봄엔 파릇파릇한 쑥 국을 끓여 먹고 여름엔 머리에 잘 어울리는 풀 먹인 하얀 모시옷을 입고 가을이면 빨간 꽃잎 초록 댓잎 넣어 창호지를 바르고 싶어 겨울이 오면 잠 없는 밤 눈 오는 긴긴 밤을 당신과 얼굴 마주하며 다정한 옛이야기로 온 밤을 지새우고 싶어 나 늙으면 긴 머리 빗질해서 은비녀를 꽂고 내 발에 꼭 맞는 하얀 고무신을 신으며 가끔은 의자에 앉아 책을 보다가 서산에 지는 해를 바라보고 싶어 한쪽 지붕에는 노란 호박꽃을 피우고 또 한쪽 지붕에는 하얀 박꽃을 피우며 낮에는 찻잔에 푸른 산을 들여놓고 밤이면 달빛 이슬 한 줌 담아 마시면서 남은 여생을 당신과 행복하게 살아보고 싶어 한 해가 가고 또다른 봄이 오면 당신 연베이지 빛 점퍼 입고 난 목에 겨자 빛 실크 스카프 매고 이른 아침 조조 영화를 보러 갈까?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같은... 여름엔 앞산 개울가에 당신 발 담그고 난 우리 어릴 적 소년처럼 물고기 잡고 물 장난 해 보고 그런 날 보며 당신은 흐릿한 미소로 우리 둘 깊어가는 사랑 확인 할거야 가을엔 희끗한 머리 곱게 빗고 헤이즐넛 보온병에 담아 들고 낙엽 밟으러 가야지 젊었을 땐 하지 못했던 사진 한 장 찍을까? 곱게 판넬하여 창가에 걸어두어야지 겨울엔 당신의 마른 가슴 덥힐 스웨터를 뜰 거야 백화점에 가서 잿빛 모자 두 개 사서 하나씩 쓰고 강변 찻집으로 나가 볼거야 눈이 내릴까? 그리고, 그리고 서점엘 가는 거야 당신 좋아하는 서점에 들러 책을 한아름 사서 들고 서재로 가는 거야 지난날 우리 둘 회상도 할 겸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정말 아름답고
좋은글이 있어서 여기에 적어봅니다.
황정순; 영화배우 출생; 1925년, 88세(만86세) 작품; 1943년 영화 '그대와 나' 종교; 기독교 2002년 현대시 문학 등단 현대시문학 편집장 제 7회 수주문학상 우수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