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가 선물입니다-좋은글-中-

 

늘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이지만

마음과 생각이 통하여 작은 것에도

웃음을 나눌 수 있는 소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으니

오늘 하루가 선물입니다.

 

늘 실수로 이어지는 날들이지만

믿음과 애정이 가득하여

어떤 일에도 변함없이 나를

지켜봐 주는 가족이 있으니

오늘 하루가 선물입니다.

 

늘 질투와 욕심으로

상심되는 날들이지만

이해심과 사랑이 충만하여

나를 누구보다 가장 아껴주는

사랑하는 연인이 있으니

오늘 하루가 선물입니다.

 

그 많은 선물을 갖기에는

부족함이 많은 "나"이지만

하루 하루를 힘들다고

투정하는 "나"이지만

 

그래도 내가 열심히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이 소중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어떤 값비싼 선물보다

소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오늘 하루가 가장 큰 선물입니다

 

 

 

 

네이버TV 좋은글 좋은시

링크: https://tv.naver.com/lemon21

유튜브체널 좋은글 좋은시

링크: https://www.youtube.com/channel/UCoO4odDirrZh_KDDdlSktPQ/videos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도종환

 

저녁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기보다는

구름 사이에 뜬 별이었음 좋겠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딛으며 오른는

만월이기보다는 동짓달 스무 날 빈 논길을

쓰다듬는 달빛이었음 싶어.

 

꽃분에 가꾼 국화의 우아함보다는

해가 뜨고 지는 일에 고개를 끄덕일 줄 아는

구절초이었음 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이 꽃이라면

꽃 피우는 일이 곧 살아가는 일인

콩꽃 팥꽃이었음 좋겠어.

 

이 세상의 어느 한 계절 화사히 피었다

시들면 자취 없는 사랑 말고

저무는 들녘일수록 더욱 은은히 아름다운

억새풀처럼 늙어갈 순 없을까

 

바람 많은 가을 강가에 서로 어깨를 기댄 채

우리 서로 물이 되어 흐른다면

바위를 깎거나 갯벌 허무는 밀물 썰물보다는

물오리때 쉬어가는 저녁 강물이었음 좋겠어

 

이렇게 손을 잡고 한 세상을 흐르는 동안

갈대가 하늘로 크로 먼바다에 이르는

강물이었음 좋겠어.

 

 

꽃-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사랑에게-김석규

 

바람으로 지나가는 사랑을 보았네

언덕의 미류나무 잎이 온 몸으로 흔들릴 때

 

사랑이여 그런 바람이었으면 하네

 

붙들려고 가까이서 얼굴을 보려고도 하지 말고

그냥 지나가는 소리로만 떠돌려 하네

 

 젖은 사랑의 잔잔한 물결

마음 바닥까지 다 퍼내어 흔들리게도 하면서

 

사랑이여 흔적 없는 바람이었으면 하네

 

우리가 어느 별에서-정호승

 

우리가 어느 별에서 만났기에

이토록 서로 그리워하느냐.

 

우리가 어느 별에서 그리워하였기에

이토록 서로 사랑하고 있느냐.

 

사랑이 가난한 사람들이

등불을 들고 거리에 나가

풀은 시들고 꽃은 지는데

 

우리가 어느 별에서 헤어졌기에

이토록 서로 별빛마다 빛나느냐.

 

우리가 어느 별에서 잠들었기에

이토록 새벽을 흔들어 깨우느냐.

 

해 드기 전에

가장 추워하는 그대를 위하여

저문 바닷가로 홀로

사람의 모닥불을 피우는 그대를 위하여

 

나는 오늘밤 어느 별에서

떠나기 위하여 머물고 있느냐.

 

어느 별의 새벽길을 걷기 위하여

마음의 칼날 아래 떨고 있느냐.

 

 

네이버TV 좋은글 좋은시

링크: https://tv.naver.com/lemon21

유튜브체널 좋은글 좋은시

링크: https://www.youtube.com/channel/UCoO4odDirrZh_KDDdlSktPQ/videos

 

마음에 대해서-이해인

 

마음 찾기

숨어있기 싫어서인가?

가끔은 내 마음도

집 밖으로 외출을 한다

 

그가 빨리 돌아오지 않아

내내 불편하고

잠이 오지 않았다

 

그를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고 괴로웠다

 

내내 밖으로 서성이다

오랜만에

제자리로 돌아온 마음이여

고맙다

 

네가 가출한 동안은

단순한 일도 손에 안 잡히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울면서 기도해도 대답없던 시간들

내가 돌아와 나의 삶은 다시

기쁨이 되었다

 

주인인 내가 너무 무관심해서

화가 났구나?

이젠 나도 잘 할께

 

다시 만난 기념으로

아침엔 녹차 한 잔

저녁엔 포도주 한 잔 할까?

 

 

마음의 문-이해인

 

내 마음을 여는 순간

당신은 내게 와서

문이 되었습니다.

 

그 문을 열고 들어가

오래 행복했습니다

 

이젠 나도 누군가에게

아름다운 문이 되고 싶지만

걱정만 앞서니 걱정입니다

 

살아갈 날이

그리 많지 않은데

사랑의 분량은 많지 않아 

 

걱정 마음

활짝 열어야 문이 되는데

오히려 닫고 있는

나를 보게 되는 걱정

 

하지만 오늘도

걱정의 틈은 좁히고

마음은 넓혀서 문이 되는

꿈을 꾸겠습니다.

 

네이버TV 좋은글 좋은시

링크: https://tv.naver.com/lemon21

유튜브체널 좋은글 좋은시

링크: https://www.youtube.com/channel/UCoO4odDirrZh_KDDdlSktPQ/videos

 

혼자이기 때문입니다 1-원태연

 

티격태격 싸울 일이 없어졌습니다

짜증을 낼 필요도 없고

만나야 될 의무감도

전화해야 하는데 하는 부담도

이 밖에도 답답함을 느끼게 하던

여러가지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왜냐하면

이제는 혼자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도 만나볼 겁니다

전에는 늦게 들어올 때

엄마보다 더 눈치가 보였는데

이제는 괜잖습니다

 

참 편해진 것 같습니다

근데...이상한 건

시간이 너무 많이 남는다는 것입니다

아무 할일이 없어진 그 시간에

자꾸만 생각이 난다는 것입니다.

 

왜일까 생각해 보니

이제는...

혼자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혼자이기 때문입니다 2-원태연

 

심심한 저녁시간이면

특별한 용건 없이 전화 걸어

몇 시간이고 얘기할 곳이 없어졌습니다

 

소개팅 같은 거 할 때면

좀 찔리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데

그 마음을 들게 할 곳이 없어졌습니다

 

특별히 달라진건 없는 것 같은데

참 많은 것이 달라져 보입니다

인기스타보다 더 보기 힘든 사람이 생긴 것과

아파도 열이 많이 나도

나 아파 하고 기댈 곳과

열 재줄 손이 없어졌고 

생일이나 의미가 있는 날 선물을 고를 일도

기대할 일도 없어진 것이 또 그렇습니다

 

토요일 오후나 공휴일 아침이면

당연히 만나고 있어야 하는데

친구를 만나고 있거나

TV를 보고 있으면

이제는 우리가 아니란 걸 

실감하게 됩니다

 

어떤 이름이 부르고 싶어지거나

어떤 얼굴이 보고 싶어지면

그때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눈앞이 캄캄해 집니다.

 

 

하필이면-원태연

 

수많은 지구의 생물들 중 인간으로 태어나

대한민국의 남자로

이십여 년을 그럭저럭 살아오다

 

모래알처럼 많은 사람들 중

하필이면 너를 만났고

하필이면 너를 사랑하고

하필이면 너와 헤어졌다

 

다른 사람을 만났더라면

그 사람을 사랑했더라면

그 사람과 헤어졌더라면

툭툭 털고 일어나

또 그럭저럭 살아가다

 

혹시라도 널 만날 수 있었을텐데

그게 가능했을지도 모르는데

하필이면 너였을까

 

재수가 없었다고 생각하기에는

너무나

큰일을 겪은 것 같다.

 

 

취미-원태연

 

니가 내 취미였나 봐

너 하나 잃어버리니까

모든 일에 흥미가 없다

뭐 하나 재미난 일이 없어.

 

 

행복만들기-원태연

 

화장실에 앉아

담배에 불을 땡기고

신문을 펼쳐드니

이 시간만은

누구도 안 부러운 거 있지

 

근데 이게 웬일이야

나오자 마자 시작되는

이 걱정거리들은

 

역시 사람은

무언가에 열중해 있을 때 

가장 행복하지 싶어

해서 생각한 건데

행복이란

생각하기 나름이지 싶어.

 

 

네이버TV 좋은글 좋은시

링크: https://tv.naver.com/lemon21

유튜브체널 좋은글 좋은시

링크: https://www.youtube.com/channel/UCoO4odDirrZh_KDDdlSktPQ/videos

 

 

선물-나태주

 

선물을 주고 싶다고?

선물은 필요치 않아

 

네 얼굴과 네 목소리와 너의 웃음이

나에겐 선물이야

 

너 자신이 나에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오직 하나뿐인 선물이야

 

네가 그걸 알기나 하는지 모르겠다.

 

 

풍경-나태주

 

이 그림에서

당신을 빼낸다면

그것이 내 최악의 인생입니다

 

 

소망-나태주

 

받고 싶은 마음보다

주고 싶은 마음이 좋은 마음이다

 

주고 나서 이내 잊어버리고

무엇을 또 주어야 하나

찾는 마음이 좋은 마음이다

 

꽃을 보고서도 저것을 가져다

주었으면 하고

구름을 만나서도 저것을 데려다

주었으면 하는

 

그 마음 뒤에 웃고 있는 네가

있음을 나는 모르지 않는다

 

언제까지고 거기 너 그렇게

웃고만 있거라

예뻐 있거라

 

 

꽃 2 -나태주

 

예뻐서가 아니다

잘나서가 아니다

많은 것을 가져서도 아니다

 

다만 너이기 때문에

네가 너이기 때문에

 

보고 싶은 것이고 사랑스런

안쓰러운 것이고

 

끝내 가슴에 못이 되어 박히는 것이다

 

이유는 없다

 

있다면 오직 한 가지

네가 너라는 사실!

네가 너이기 때문에

 

소중한 것이고 아름다운 것이고 

사랑스런 것이고 가득한 것이다

 

꽃이여, 오래 그렇게 있거라.

 

 

참말로의 사랑은-나태주

 

참말로의 사랑은

그에게 자유를 주는 일입니다

 

나를 사랑할 수 있는 자유와

나를 미워할 수 있는 자유를 한꺼번에

주는 일입니다

 

참말로의 사랑은 역시

그에게 자유를 주는 일입니다

 

나에게 머물 수 있는 자유와

나를 떠날 수 있는 자유를 동시에

따지지 않고 주는 일입니다

 

바라만 보다가

반쯤만 눈을 뜨고

바라만 보다가

 

네이버TV 좋은글 좋은시

링크: https://tv.naver.com/lemon21

유튜브체널 좋은글 좋은시

링크: https://www.youtube.com/channel/UCoO4odDirrZh_KDDdlSktPQ/videos

 

 

접시꽃 당신-도종환 시(詩)

 

옥수수 잎에 빗방울이 나립니다

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

 

낙엽이 지고 찬바람이 부는 때까지

우리에게 남아있는 날들은 참으로 짧습니다.

 

아침이면 머리맡에 흔적없이 빠진 

머리칼이 쌓이듯 생명은 당신의 몸을

우수수 빠져 갑니다

 

씨앗들도 열매로 크기엔 아직 많은 날을

기다려야 하고 당신과 내가 갈아 엎어야 할

저 많은 묵정밭은 그대로 남아 있는데

 

논두렁을 덮은 망촛대와 잡풀가에

넋을 놓고 한참을 앉았다 일어섭니다.

 

마음놓고 큰 약 한번 써보기를 주저하며

남루한 살림의 한구석을 같이 꾸려오는 동안

 

당신은 벌레 한 마리 죽일 줄 모르고

약한 얼굴 한 번 짓지 않으며 살려 했습니다.

 

그러나 당신과 내가 함께 받아들여야 할

남은 하루하루의 오늘은 끝없이 밀려오는

가득한 먹장구름입니다

 

처음엔 접시꽃 같은 당신을 생각하며

무너지는 담벼락을 껴안은 듯

주체 할 수 없는 신열로 떨려왔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에게 최선의 삶을

살아온 날처럼, 부끄럼없이 살아가야 한다는

마지막 말씀으로 받아들여야 함을 압니다

 

우리가 버리지 못했던

보잘것없는 눈높음과 영욕까지도 이제는

스스럼없이 버리고 내 마음의 모두를...

더욱 아리고 슬픈 사람에게 줄 수 있는

날들이 짧아진 것을 아파해야 합니다.

 

남은 날들은 참으로 짧지만 남겨진 하루하루를

마지막 날인듯, 살 수 있 길은

우리가 곪고 썩은 상처의 가운데에 있는 

힘을 다해 맞서는 길입니다.

 

보다 큰 아픔을 껴안고 죽어가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 언제나 많은데 나 하나 육신의

절망과 질병으로 쓰러져야 하는 것이 

가슴아픈 일임을 생각해야 합니다.

 

콩땜한 장판같이 바래어 가는 노랑꽃 핀 얼굴 보며

이것이 차마 입에 떠올릴 수 있는 말은 아니지만

마지막 성한 몸뚱아리 어느 곳 있다면

 

그것조차 끼워 넣어야 살아갈 수 있는 사람에게

뿌듯이 주고 갑시다.

 

기꺼이 상의 어느 부분도 떼어주고 가는 삶을

나도 살다 가고 싶습니다.

 

옥수수잎을 때리는 빗소리가 굵어집니다.

 

이제 또 한번의 저무는 밤을 어둠 속에서 지우지만

이 어둠이 다하고 새로운 새벽이 오는 순간까지 

나는 당신의 손을 잡고 당신 곁에 영원히 있겠습니다.

 

*시인 도종환님이 하늘나라로 가신 아내를 

 생각하면서 기록한 詩입니다. 1986년 두번째 시집

 접시꽃 당신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며 

 알려졌습니다.

 

*접시꽃 개화 시기는 6월말부터~8월까지입니다.

 

 여름꽃으로 알려진 접시꽃을 가끔 마을 담장 밑 

 길가나 정원에서 볼 수있습니다.

 약용으로도 활용하고 있는 아주 귀한 여름꽃

 입니다. 가끔 보시게 되면 도종환님의 접시꽃 당신이란

 아름다운 詩가 생각나셨으면 좋겠습니다.

 

 

 

네이버TV 좋은글 좋은시

링크: https://tv.naver.com/lemon21

유튜브체널 좋은글 좋은시

링크: https://www.youtube.com/channel/UCoO4odDirrZh_KDDdlSktPQ/videos

 

 

 

아카시아 나무에게-김시천 시(詩)

 

사실 나는 상상도 못했어

앙상한 가지에 마른 가시를

볼썽 사납게 달고 있는 너에게

 

이토록 달콤하고 향기 가득한

꽃이 피리라고는

 

정말 미안하구나

아카시아 나무야!

 

어린 시절 주린 배를

채워준 것도 너였고

 

나의 예쁜 첫 사랑 계집에한테

선물을 만들어 준 것도 너였는데

 

정말 미안하구나

아카시아 나무야!

 

그만 까맣게 잊고 있었어...

 

너는 아직도 산골에 남아 네 몸을 태워

가난한 이들의 추운 방을

데우는 구나

 

너는 너의 가장 소중한 것을 받쳐

꿀벌을 기르고 정말 향기로운

꿀을 만드는구나

 

지난 겨울의 가난과 고난은

너의 가시와 함께

꽃이 되고 꿀이 되는구나

 

네 몸의 가시는 너의 소중한 

무엇을 지키기 위한 뜨거움이였구나

 

나무야, 나무야, 아카시아 나무야!

이제서야 내 몸에도 가시가 돋는 이유를

알것같구나...

 

나무야, 나무야, 5월의 아카시아 나무야!

 

 

당신은 참 좋겠습니다-좋은글-中-

 

내 사랑 듬뿍 받는 당신은 참 좋겠습니다

 

이른 아침 눈 뜨자 마자 당신이 보고 싶어

물끄러미 전화기만 쳐다보는

 

바보같은 내가 있어 당신은 참 좋겠습니다

 

비오는날 당신을 위해 맘을 넉넉히 비우고

기다리는 하염없는

내가 있어 당신은 참 좋겠습니다

 

당신이 힘들때 마다, 외로울때 마다

울고 싶을때 마다 안아 주려고

팔길이 매일 미일 재어보는 모자란

내가 있어 당신은 참 좋겠습니다

 

무심한 당신으로 인해

금새 울고 금새 슬퍼져도 

따뜻한 손 한번 내밀어 웃어 주면

 

서운한 맘 잊어버리고 금방

베시시 웃는 천치같은

내가 있어 당신은 참 좋겠습니다

 

끼니는 잘 챙겨 먹었는지

맛난 음식을 먹을 때면 당신과 꼭

다시 와야지 하고 다짐하는 단순한

내가 있어 당신은 참 좋겠습니다

 

당신이 내게 준 선물 하나 

당신이 내게 준 손길 하나

당신이 내게 준 짤막한 말 한마디

 

하나도 잊어먹지 않고 다 기억하지만

다른건 수시로 잊어먹고 잃어버리는

건망증 많은

내가 있어 당신은 참 좋겠습니다.

 

당신은 참 좋겠습니다.

 

이렇게 당신을 많이 아끼는

이렇게 당신을 사랑하는 맘이 넘치는

내가 있어 당신은 참 좋겠습니다

 

오늘도 그대가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네이버TV 좋은글 좋은시

링크: https://tv.naver.com/lemon21

유튜브체널 좋은글 좋은시

링크: https://www.youtube.com/channel/UCoO4odDirrZh_KDDdlSktPQ/videos

 

나비연가-이해인

 

가르쳐 주시지 않아도

처음부터 알았습니다.

 

나는 당신을 향해 날으는

한 마리 순한 나비인 것을

 

가볍게 춤추는 나에게도

슬픔의 노란 가루가

남몰래 묻어 있음을 알았습니다.

 

눈멀 듯 부신 햇살에

치라리 날개를 접고 싶은

황홀한 은총으로 살아온 나날

 

빛나는 하늘이

나의 것임을 알았습니다.

 

행복은 가난한 마음임을

가르치는

풀잎들의 합창

 

수없는 들꽃에게 웃음 가르치며

나는 조용히 타버릴

당신의 나비입니다.

 

 

사랑도 나무처럼-이해인

 

사랑도 나무처럼

사계절을 타는 것일까?

 

물오른 설레임이

연두빛 새싹으로

가슴에 돋아나는

희망의 봄이 있고

 

태양을 머리에 인 잎새들이

마음껏 쏟아내는 언어들로

누구나 초록의 시인이 되는

눈부신 여름이 있고

 

열매 하나 얻기 위해

모두를 버리는 아픔으로

눈물겹게 아름다운

충만의 가을이 있고

 

눈속에 발을 묻고

홀로 서서 침묵하여 기다리는

인고의 겨울이 있네

 

사랑도 나무처럼 그런 것일까?

 

다른이에겐 들키고 싶지 않은

그리움의 무게를

바람에 실어 보내며

오늘도 태연 한 척 눈을 감는

나무여 사랑이여...

 

 

사랑의 사계절-이해인

 

봄에는

연두빛 새싹을 닮은

쉼표의 설렘으로

 

여름에는

소나기를 닮은

감탄사의 열정으로

 

가을에는

산바람을 닮은

말 없음표의 감동으로

 

겨울에는

하얀 눈을 닮은

물음표의 기도로...

 

사랑은 언제나

다시 시작하는 계절로

상징적인 암초로

나를 행복하게 하네

 

 

네이버TV 좋은글 좋은시

링크: https://tv.naver.com/lemon21

유튜브체널 좋은글 좋은시

링크: https://www.youtube.com/channel/UCoO4odDirrZh_KDDdlSktPQ/videos

 

6월의 살구나무-김현식

피아노 소리는 마룻바닥을 뛰어다니고
창 밖엔 비가 내린다
기억나는 일이 뭐 아무것도 없겠는가?

6월의 살구나무 아래에서
단발머리 애인을 기다리며 상상해보던
피아노 소리 가늘고도 긴 현의 울림이
바람을 찌르는 햇살 같았지
건반처럼 가지런히 파르르 떨던
이파리 뭐 기억나는 일이 없겠는가?

양산을 꺼구로 걸어놓고 나무를 흔들면
웃음처럼 토드득 살구가 쏟아져 내렸지
아! 살구처럼 익어가던 날들이었다 생각하면
그리움이 가득 입안에 고인다. 피아노 소리는
마룻바닥을 뛰어다니고 창 밖엔 비가 내린다
살구처럼 
하얀 천에 떨어져 뛰어다니던 살구처럼
추억은 마룻바닥을 뛰어다니고 창 밖엔 비가 내린다
추억의 건반 위에 잠드는 비 오는 밤

 


6월의 꿈-임영준

앙! 깨물어 볼까
퐁당! 빠져버릴까

초록 주단 넘실대고
싱그러운 추억
깔깔거리는데

훨훨!
날아보아도 될까


6월의 넝쿨장미-박동수

그리운 사람 기다리다
타버린 마음

발갛게 꽃망울로 터뜨리니
하늘조차
빨간 사랑의 빛에
물들어 버리게 하는

6월의 꽃
붉은 넝쿨장미

 


6월의 당신에게 띄우는 편지-이채

꿈이 있는 당신은 행복합니다
그 꿈을 가꾸고 보살피는 당신은 
아름답습니다.

바람이 높아도 낮아도
그 바람을 가다듬으며
한 그루 꿈나무에게 정성을 다할 때

숲을 닮은 마음으로
흙을 닮은 가슴으로
햇살은 축복이요 비는 은혜입니다.

기쁨이 클수록 눈물이 깊었음을
꽃 지는 아픔 없이는 
보람의 열매도 없다는 것을

어느 날의 하루는 지독히 가난했고
어느 날의 하루는 지독히 외로웠어도

슬픔도 괴로움도 견뎌야 했던 것은
꽃 같은 당신의 삶을 
사랑했기 때문이리라

누군들 방황하지 않으리오
구군들 고독하지 않으리오
방황 속에서도 돌아와 누운 밤

그 밤의 별빛은 그토록 차가웠어도
고독 속에서도 다시 일어나는 아침
그 아침의 햇살은 더없이 눈부십니다.

믿음이라는 가치 앞에
당신의 삶은 겸손하고

사랑이라는 가치 앞에
당신의 삶은 진지합니다

오늘도 어제처럼, 내일도 오늘처럼
인내의 걸음을 늦추지 않는 당신

그런 당신을 나는 진실로
사랑하고 싶습니다.

 

6월 나의 예수-이해인

삶에 지치고 아픈 사람들이
툭하면 내게 와서 묻는다.

예수가 어디에 계시냐고
찾아도 아니 보인다고

오랜 세월
예수를 사랑하면서도
시원한 답을 줄 수 없어
답답한 나는 목이 메인다.

예수의 마음이 닿는
마음마다 눈물을 흘렸으며
예수의 발길이 닿는 곳마다
사랑의 불길이 타올랐음을
보고 듣고 알면서도
믿지는 못하는 걸까

그는 오늘도
소리 없이 움직이는 순례자
멈추지 않고 걸어 다니는
사랑의 집

나의 예수를 어떻게 설명할까
말보다 강한 사랑의 삶을
나는 어떻게 보여주어
예수를 믿게 할까.

 


6월 아침-박인걸

조용히 쏟아지는 금빛 햇살은
주님의 섬세한 손길
살랑이며 스치는 연한 바람은
주님의 맑은 호흡입니다.

끝없는 하늘을 우러러
주님의 무한하심을 보며
의미 없이 바라보던 산들이
오늘은 주님 품을 다가옵니다.

넝쿨 장미 눈부신 꽃잎에
주님 보혈의 사랑이 가득하고
초록 빛 나뭇잎들마다
성령의 생기가 충만합니다.

가슴 속으로 밀려드는
하늘로부터 내려온 평화가
영혼에 맴돌던 두려움을
깨끗이 걷어내고 있습니다.

 


푸른 유월-목필균

내게도
저런 시퍼런 젊음이 있었던가

풀빛에 물든 세상
떠들썩한 세상이 온통 초록빛이다

흥건하게 번져오는 녹음이
산을 넘다가 풍덩 강에 빠진다.

푸르게 물든 강물
푸르게 물든 강물이
또르르 아카시아 향기 말아쥐고
끝없이 길을 연다.

눈으로 코끝으로 혀끝으로
푸른 혈맥이 뛰며 펄펄 살아 숨쉬는
6월 속으로 나도 따라 흐른다.

 


유월의 꽃창포-박종영

낮은 산허리 감고 밋밋하게
떠도는 안개비 사륵사륵
소담한 산수국 등허리 적시고

푸른빛 밟고 넘는 산천마다
풀국새 뭉개진 울음이 쑥 빛으로 물들고
물봉선 연두빛 웃음에 마음을 빼앗기는 시절,

밭둑 가 애기똥풀이
아장아장 걸어 나오면
더운 바람에 길 내어주고 비켜선 노란 민들레
꽃술에 새벽 별이 흐르면
또르르 영롱한 물방울이 그리움으로 속삭이고,

구름을 물고 흐르는 샛강
낮익은 징검다리 반질반질한 얼굴마다
유장(悠長)한 세월이 눌러앉아 
등 시린 추억을 다독이고

그제야,
애환의 세월 피워 올리는 유월의 꽃창포

 

 

 

네이버TV 좋은글 좋은시

링크: https://tv.naver.com/lemon21

유튜브체널 좋은글 좋은시

링크: https://www.youtube.com/channel/UCoO4odDirrZh_KDDdlSktPQ/videos

6월의 신랑 신부-장화순

짙은 초록 세상인 6월
마당을 가로 질은 빨랫줄
옥양목 하얀 꿈 옛일이 되었다

한껏 치장한 신부의 수줍은 웃음
하얀 드레스 자락 들녘을 헤집고
눈꽃처럼 너울거리며 세상을 맴돈다

초록 턱시도 멋지게 차려입은 

6월의 신랑과
순백 드레스 눈부시게 빛나는 

망초대 신부
사랑으로 너울너울 여름을 불러온다

망초대 하얀 꽃잎에 노란 꽃술
달보드레한 네 순정을 살포시
내 가슴에 담아 간직한다.

 

 

 

천개의 그리움-김영천

이름이 하나이어도
그리움은
천개나 되듯이

마음이 하나이어도
눈물은 천개가
넘습니다

온 들판을 가르는
푸른 잔디처럼
잔디에 맺힌
천천 개의 이슬방울처럼

보십시오
내게 당신은 너무
많습니다

 


꽃송이마다 천 개의 입술과-정세일

분홍색 수국처럼
꽃송이마다 천 개의 입술과
천 개의 마음


그리고 변화무쌍한 얼굴을 가질 수 있으면
마음 한쪽으로 보는 모양은
어쩌면 우리 누이의 마음처럼


비 오는 날과
바람 부는 날의 구분이 어렵듯이
고귀함과 발랄함이 혼합돼 있어서


그렇게 어린아이 같기도 하지만
때로는 성숙한
소녀 같은 정숙함을 풍기고


그래서 소곤소곤 이야기도 하지만
때로는 소낙비 같은 큰 소리로
웃기도 해서


가끔은 웃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면서
분홍색 수국의 말을 걸어옴이 이토록
어린누이의 모습처럼

 

 

6월의 꽃(수국)詩 꽃송이마다 천개의 입술과/정세일

 

수국을 보며-이해인(동시)

기도가 잘 안 되는
여름 오후
수국이 가득한 꽃밭에서
더위를 식히네

꽃잎마다 
하늘이 보이고
구름이 흐르고
잎새마다
물 흐르는 소리

각박한 세상에도
서로 가까이 손 내밀며
원을 이루어 하나 되는 꽃


혼자서 여름을 앓던
내 안에도 오늘은
푸르디푸른
한 다발의 희망이 피네

수국처럼 둥근 웃음
내 이웃들의 웃음이
꽃무더기로 쏟아지네

 

사진출처무료이미지pixbay

@수국@
수국의 개화 시기(6월~7월)
수국의 색이 다양하개 피는 것은
수국이 자라는 흙의 산성도가 다르면
흙에 따라 색이 변한다고 합니다

수국은 물을 좋아해서 2틀에 한번씩
물을 줘야하고 햇볕이 잘 드는 양지에서
잘 자란다고 해요

아름답고 이뻐서 거실 안에 두면
바로 오래 가지 못해서 키우는데 실패
하기 쉽다고 합니다.

겨울에도 햇볕이 잘 드는 배란다에
두고 물 온도를 조금 미지근하게 해서
뿌리가 얼지 않도록 물주기를 잘 해
주어야 합니다. 

조금 까다롭습니다 키우기가...


<수국 꽃말>


흰색 수국: 변덕, 변심
분홍 수국: 소녀의 꿈, 처녀의 꿈
보라 수국: 진심
파란 수국: 거만, 냉담, 냉정, 무정
노랑 수국: 짝사랑

 

저는 파란 수국이 좋은데 여러분은

무슨색 수국이 좋으세요!?

 

 

봉숭아-이해인

한여름 내내
태양을 업고
너만 생각했다

이별도 간절한 기도임을
처음 알았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떻게 잊어야 할까

내가 너의 마음 진하게
물들일 수 있다면
네 혼에 불을 놓는
꽃잎일 수 있다면

나는
숨어서도 눈부시게
행복한 거다

 

 

수선화-이해인

초록빛 스커트에
노오란 블라우스가 어울리는
조용한 목소리의
언니 같은 꽃

해가 뜨면
가슴에 종(鐘)을 달고
두 손 모으네

향기도 웃음도
헤프지 않아
다가서기 어려워도
맑은 눈빛으로
나를 부르는 꽃

헤어지고 돌아서도
어느새
샘물 같은 그리움으로
나를 적시네

 

 

코스모스-이해인

몸달아 기다리다 피어오른 숨결
오시리라 믿었더니 
오시리라 믿었더니
눈물로 무늬진 연분홍 옷고름

남겨 주신 노래는 아직도 맑은 이슬
뜨거운 그 말씀 재가 되겐 할 수 없어
곱게 머리 빗고 고개 숙이면
바람 부는 가을길 노을이 탄다

 

 

제비꽃 연가-이해인

나를 받아 주십시오

헤프지 않은 나의 웃음
아껴 둔 나의 향기
모두 당신의 것입니다

당신이 가까이 오셔야
나는 겨우 고개를 들어
웃을 수 있고
감추어진 향기도
향기인 것을 압니다

당신이 가까이 오셔야
내 작은 가슴속엔
하늘이 출렁일 수 있고
내가 앉은 이 세상은
아름다운 집이 됩니다

담담한 세월을
뜨겁게 안고 사는 나는
가장 작은 꽃이지만
가장 큰 기쁨을 키워 드리는
사랑꽃이 되겠습니다

 

 

꽃샘 바람-이해인

속으론 나를 좋아하면서도
만나면 짐짓 모른채하던
어느 옛친구를 닮았네

꽃을 피우기 위해선
쌀쌀한 냉랭함도
꼭 필요한 것이라고
변명 아닌 변명을 늘어놓으며서

얄밉도록 오래 부는
눈매 고운 꽃샘바람

나는 갑자기
아프고 싶다

 

네이버TV 좋은글 좋은시

링크: https://tv.naver.com/lemon21

유튜브체널 좋은글 좋은시

링크: https://www.youtube.com/channel/UCoO4odDirrZh_KDDdlSktPQ/videos

 

너와 나는-이해인

돌아도 끝없는
둥근 세상

너와 나는
밤낮을 같이하는
두 개의 시곗바늘

네가 길면
나는 짧고
네가 짧으면
나는 길고

사랑으로 못 박히면
돌이킬 수 없네

서로를 받쳐 주는 원 안에
빛을 향해 눈 뜨는
숙명의 반려

한 순간도
쉴 틈이 없는
너와 나는

 

 

너에게 가겠다-이해인

오늘도
한줄기 노래가 되어
너에게 가겠다

바람 속에 떨면서도
꽃은 피어나듯이

사랑이 낳아준
눈물 속에
하도 잘 익어서 
별로 뜨는 나의 시간들

침묵할 수록 맑아지는
노래를 너는 듣게 되겠지

무게를 견디지 못한
그리움이 흰 모래로
부서지는데

멈출 수 없는
하나의 노래로
나는 오늘도
너에게 달려가겠다

 

너에게-이해인(너에게 띄우는글-중-)

 

비는 싫지만 소나기는 좋고
인간은 싫지만 너만은 좋다.
내가 새라면 너에게 하늘을 주고
내가 꽃이라면 너에게 향기를 주겠지만
나는 인간이기에 너에게 사랑을 준다.

 

 

해바라기연가-이해인

내 생애가 한 번뿐이듯
나의 사랑도
하나입니다
나의 임금이여
폭포처럼 쏟아져 오는 그리움에
목메어

죽을 것만 같은 열병을 앓습니다
당신 아닌 누구도
치유할 수 없는
불치의 병은

사랑
이 가슴 안에서 
올올이 뽑은 고운 실로
당신의 비단 옷을 짜겠습니다
빛나는 얼굴 눈부시어
고개 숙이면
속으로 타서 익는 까만 꽃씨

당신께 바치는 나의 언어들
이미 하나인 우리가
더욱 하나가 될 날을 
확인하고 싶습니다

나의 임금이여
드릴 것은 상처뿐이어도
어둠에 숨지지 않고
섬겨 살기 원이옵니다

 

 

슬픈날의 편지-이해인

모랫벌에 박혀 있는 
하얀 조가비처럼 
내 마음속에 박혀 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떤 슬픔 하나 
하도 오래되어 정든 슬픔 하나는 
눈물로도 달랠 길 없고 
그대의 따뜻한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습니다

내가 다른 이의 슬픔 속으로 
깊이 들어갈 수 없듯이 
그들도 나의 슬픔 속으로 
깊이 들어올 수 없음을 
담담히 받아들이며 
지금은 그저 
혼자만의 슬픔 속에 머무는 것이 
참된 위로이며 기도입니다

슬픔은 오직 
슬픔을 통해서만 치유된다는 믿음을 
언제부터 지니게 되었는지 
나도 잘 모르겠습니다

사랑하는 이여 
항상 답답하시겠지만 
오늘도 멀찍이서 지켜보며 
좀 더 기다려 주십시오

이유없이 거리를 두고 
그대를 비켜가는 듯한 나를 
끝까지 용서해 달라는 
이 터무니 없음을 용서하십시오

 

 

네이버TV 좋은글 좋은시

링크: https://tv.naver.com/lemon21

유튜브체널 좋은글 좋은시

링크: https://www.youtube.com/channel/UCoO4odDirrZh_KDDdlSktPQ/videos

6월 기집애 _나태주 

너는 지금쯤 어느 골목
어느 낯선 지붕 밑에 서서 울고 있느냐

세상은 또다시 6월이 와서
감꽃이 피고 쥐똥나무 흰꽃이 일어
벌을 꼬이는데

감나무 새 잎새에 6월 비단햇빛이 흐르고
길섶의 양달개비
파란 혼불꽃은 무더기 무더기로 피어나는데

너는 지금쯤 어느 하늘
어느 강물을 혼자 건너가며 울고 있느냐

내가 조금만 더 잘해주었던들
너는 그리 쉬이 내 곁을 떠나지 않았을 텐데

내가 가진 것을 조금만 더 나누어주었던들
너는 내 곁에서 더 오래 숨쉬고 있었을 텐데

온다간다 말도 없이 떠나간 아이야
울면서 울면서 쑥굴헝의 고개 고개를
넘어만 가고 있는 쬐꼬만 이 6월 기집애야

돌아오려무나 돌아오려무나
감꽃이 다 떨어지기 전에

쥐똥나무 흰꽃이 다 지기 전에
돌아오려무나

돌아와 양달개비 파란 혼불꽃 옆에서
우리도 양달개비 파란 꽃 되어

두 손을 마주 잡자꾸나
다시는 나뉘어지지 말자꾸나

 

 

6월의 축복-남정림

6월에는 장미 백 송이의
축복을 당신에게 보내고 싶어요

세상이 아직 보지 못한
계절의 주인공이 당신임을 믿기에
반쯤 찰랑거리는 시간의 바구니에
백 개의 축복을 꽃아 드리고 싶어요

굳이 연인의 인연이 아니더라도
한 아름의 사랑을 건네고 싶어요.

 

 

6월의 편지-윤보영

6월에는
편지를 적겠습니다

푸른 들판처럼 싱싱한
내 그리움을 몽땅 꺼내놓고
초록편지를 적겠습니다

미소도 있을테고
안타까움도 있겠지만
마음 가는대로 적어지게
그냥 그대로 두어야겠습니다

편지를 다 적고나면
다시 읽지 않겠습니다
적힌대로 보내겠습니다

편지를 적고 있는 지금
보고싶어 눈물이 핑도는 이 순간도
편지의 한 부분이 될수 있으니까요

6월에는
적힌대로 그대에게 보낼
초록 편지를 적겠습니다

답장 대신
그대 미소를 생각하며
바람편에 그 편지를 보내드리겠습니다.

 

민들레-좋은글 좋은시 중에서

 

민들레가 어디서든
잘 자랄 수 있는건
어디로 데려갈지 모르는 바람에
기꺼이 몸을 실을 수 있는
용기를 가졌기 때문이지.

어디서든 예쁜 민들레를
피워낼 수 있는 건
좋은 땅에 닿을 거라는
희망을 품었고
바람에서의 여행도 즐길 수 있는 긍정을
가졌기 때문일거야

아직 작은 씨앗이기에
그리 조급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리 불안해하지 않아도 괜찮아

넌 머지않아
예쁜 꽃이 될테니까.

 

 

 

네이버TV 좋은글 좋은시

링크: https://tv.naver.com/lemon21

유튜브체널 좋은글 좋은시

링크: https://www.youtube.com/channel/UCoO4odDirrZh_KDDdlSktPQ/videos

 

6월의 장미-이해인

하늘은 고요하고
땅은 향기롭고
마음은 뜨겁다

6월의 장미가
내게 말을 건네 옵니다.

사소한 일로
우울할 적마다
'밝아져라'
'맑아져라'
웃음을 재촉하는 장미

삶의 길에서
가장 가까운 이들이
사랑의 이름으로

무심히 찌르는 가시를
다시 가시로 찌르지 말아야
부드러운 꽃잎을 피워낼 수 있다고

누구를 한번씩 용서할 적마다
싱싱한 잎사귀가 돋아난다고

6월의 넝쿨장미들이
해 아래 나를 따라오며
자꾸만 말을 건네옵니다

사랑하는 이여
이 아름다운 장미의 계절에

내가 눈물 속에 피워 낸
기쁨 한 송이 받으시고
내내 행복하십시오

 

 

6월엔 내가-이해인

숲 속에 나무들이
일제히 낯을 씻고
환호하는 6월

6월엔 내가
빨갛게 목타는
장미가 되고

끝없는 산향기에
흠뻑 취하는
뻐꾸기가 된다

생명을 향해
하얗게 쏟아버린
아카시아 꽃타래

6월엔 내가
사랑하는 이를 위해
더욱 살아

산기슭에 엎디어
찬 비 맞아도 좋은
바위가 된다

 

 

유월의 숲에는-이해인

초록의 희망을 이고
숲으로 들어가면

뻐꾹새
새 모습은 아니 보이고
노래 먼저 들려오네

아카시아꽃
꽃 모습은 아니 보이고
향기 먼저 날아오네

나의 사랑도 그렇게
모습은 아니 보이고


먼저와서
나를 기다리네

눈부신 초록의
노래처럼
향기처럼

나도
새로이 태어나네 

유월의 숲에 서면
더 멀리 나를 보내기 위해
더 가까이 나를 부르는 당신

 

 

6월 나의 예수-이해인 

삶에 지치고 아픈 사람들이 
툭하면 내게 와서 묻는다. 

예수가 어디에 계시냐고 
찾아도 아니 보인다고 

오랜 세월 
예수를 사랑하면서도 
시원한 답을 줄 수 없어 
답답한 나는 목이 메인다. 

예수의 마음이 닿는 
마음마다 눈물을 흘렸으며 
예수의 발길이 닿는 곳마다 
사랑의 불길이 타올랐음을 
보고 듣고 알면서도 
믿지는 못하는 걸까 

그는 오늘도 
소리 없이 움직이는 순례자 
멈추지 않고 걸어 다니는 
사랑의 집 

나의 예수를 어떻게 설명할까 
말보다 강한 사랑의 삶을 
나는 어떻게 보여주어 
예수를 믿게 할까. 

 

 

 

네이버TV 좋은글 좋은시

링크: https://tv.naver.com/lemon21

유튜브체널 좋은글 좋은시

링크: https://www.youtube.com/channel/UCoO4odDirrZh_KDDdlSktPQ/videos

 

나 늙으면 당신과 살아보고 싶어-황정순 시인

 

당신과 살아보고 싶어
가능하다면 꽃밭이 있고 
가까운 거리에 숲이 있으면 좋겠어
개울 물 소리 졸졸거리면 더 좋을거야

잠 없는 나 
당신 간지럽혀 깨워 
아직 안개 걷히지 않은 아침 길 풀섶에 달린 
이슬 담을 병들고 산책해야지
삐걱거리는 허리 주욱 펴 보이며 
내가 당신 “하나 두울~” 체조시킬거야

햇살이 조금 퍼지기 시작하겠지
우리의 가는 머리카락이 은빛으로 반짝일 때
나는 당신의 이마에 
오랫동안 입맞춤하고 싶어
사람들이 봐도 하나도 부끄럽지 않아

아주 부드러운 죽으로 
우리의 아침 식사를 준비할 거야
이를테면 쇠고기 꼭꼭 다져 넣고
파릇한 야채 띄워 야채 죽으로 해야지
아마 당신 깔깔한 입안이 솜사탕 문 듯 할거야

이때 나직이 모짜르트를 올려 놓아야지
아주 연한 헤이즐넛을 내리고 
꽃무늬 박힌 찻잔 두 개에 가득 담아
이제 잉크 냄새 나는 신문을 볼거야
코에 걸린 안경 너머 당신의 눈빛을 읽겠지

눈을 감고 다가가야지 
서툴지 않게 당신 코와 맞닿을 수 있어
강아지처럼 부벼 볼 거야
그래보고 싶었거든

해가 높이 오르고 
창 깊숙이 들던 햇빛 물러설 즈음
당신의 무릎을 베고 오래오래 낮잠도 자야지
아이처럼 자장가도 부탁해 볼까

어쩌면 그때는 
창 밖의 많은 것들, 세상의 분주한 것들
우리를 닮아 아주 조용하고 평화로울거야 

나 늙으면 
당신과 살아보고 싶어
작은 토담집에 삽살개도 키우고
암탉에 노란 병아리도 키우고
조그만 움막 하나 지어서 
뿔 달린 하얀 염소 키우며
나 그렇게 한번쯤 살아보고 싶어

울타리 밑에는 
봉숭아 나팔꽃 맨드라미 분꽃을 심고
집옆 작은 텃밭에는 
가지 오이 고추 열무 상추를 심어서
아침이면 싱그러운 야채로 
음식을 만들고 싶어

봄엔 파릇파릇한 쑥 국을 끓여 먹고
여름엔 머리에 잘 어울리는 
풀 먹인 하얀 모시옷을 입고
가을이면 빨간 꽃잎 초록 댓잎 넣어
창호지를 바르고 싶어

겨울이 오면 잠 없는 밤 
눈 오는 긴긴 밤을 당신과 얼굴 마주하며 
다정한 옛이야기로 온 밤을 지새우고 싶어 

나 늙으면
긴 머리 빗질해서 은비녀를 꽂고
내 발에 꼭 맞는 하얀 고무신을 신으며
가끔은 의자에 앉아 책을 보다가
서산에 지는 해를 바라보고 싶어

한쪽 지붕에는 노란 호박꽃을 피우고
또 한쪽 지붕에는 하얀 박꽃을 피우며
낮에는 찻잔에 푸른 산을 들여놓고
밤이면 달빛 이슬 한 줌 담아 마시면서
남은 여생을 당신과 행복하게 살아보고 싶어

한 해가 가고 또다른 봄이 오면
당신 연베이지 빛 점퍼 입고
난 목에 겨자 빛 실크 스카프 매고
이른 아침 조조 영화를 보러 갈까?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같은...

여름엔
앞산 개울가에 당신 발 담그고
난 우리 어릴 적 소년처럼 
물고기 잡고 물 장난 해 보고 
그런 날 보며 당신은
흐릿한 미소로 우리 둘 
깊어가는 사랑 확인 할거야

가을엔
희끗한 머리 곱게 빗고
헤이즐넛 보온병에 담아 들고
낙엽 밟으러 가야지
젊었을 땐 하지 못했던 사진 한 장 찍을까?
곱게 판넬하여 창가에 걸어두어야지

겨울엔
당신의 마른 가슴 덥힐 스웨터를 뜰 거야
백화점에 가서 
잿빛 모자 두 개 사서 하나씩 쓰고
강변 찻집으로 나가 볼거야
눈이 내릴까?

그리고,
그리고 서점엘 가는 거야
당신 좋아하는 서점에 들러
책을 한아름 사서 들고 서재로 가는 거야
지난날 우리 둘 회상도 할 겸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정말 아름답고

좋은글이 있어서 여기에 적어봅니다.

 

황정순; 영화배우
출생; 1925년, 88세(만86세)
작품; 1943년 영화 '그대와 나'
종교; 기독교
2002년 현대시 문학 등단
현대시문학 편집장
제 7회 수주문학상 우수상 수상

 

 

네이버TV 좋은글 좋은시

링크: https://tv.naver.com/lemon21

유튜브체널 좋은글 좋은시

링크: https://www.youtube.com/channel/UCoO4odDirrZh_KDDdlSktPQ/videos

 

그러므로-나태주

 

너는 비둘기를 사랑하고

초롱꽃을 사랑하고

너는 애기를 사랑하고

또 시냇물 소리와 산들바람과

흰 구름까지를 사랑한다.

 

그러한 너를 내가 사랑하므로

나는 저절로

비둘기를 사랑하고

초롱꽃, 애기, 시냇물 소리,

산들바람, 흰 구름까지를 또

사랑하는 사람이 된다.

 

꽃잎 아래-나태주

 

같은 말을 되풀이하고

또 되풀이하고 그런다

 

꽃이 지고 있다고

꽃잎이 날리고 있다고

비단옷 깃에 바람이 날리고 있다고

 

가지 말라고

조금만 더 있다가 가라고

 

사랑한다고

사랑했다고

앞으로도 사랑할 것이라고...

 

입술-나태주

 

아무래도 크다

너의 웃는 입술이

너무 크다

 

그래도 예쁘다

 

젊어서 예쁘고

치렁한 검은 강물

머리칼 아래 예쁘다

 

그냥 예쁘다.

 

바람에게-나태주

 

너는 내가

사랑한다는 걸

모르지 않는다

 

그걸 빌미로

너는 때로 나를

흔들기도 한다

 

어지럽다

어지러워

 

아이야

흔들어도 너무

흔들지는 말아다오.

 

너 보고 싶어-나태주

 

창문 여니 맑은 하늘

뭐가 보이니?

 

너뭇잎을 흔들고 가는 바람

하늘 위에 흐린 구름 몇 송이

 

너 보고 싶어 내가 보낸

내 마음의 자취 한 자락이야

 

멀리서도 들리는 새 울음소리

일찍 찾아와서 우는 여름의 철새

 

너 보고 싶어 내가 보낸

그건 내 마음의 소식, 드러나다오.

 

 

이번 4월에 출간된 신간 시집 "마음이 살짝 기운다"

여기에 예쁜 시들이 정말 많아서 여기에 올려드려요. 

한꺼번에 다 올려 드릴 수가 없어서 나눠서 올려드릴게요!

 

예쁜 글, 예쁜 시 읽으면 순수한 마음 그려봐요!!

행복하고 기분 좋은 하루 보내세요! :)

 

 

네이버TV 좋은글 좋은시

링크: https://tv.naver.com/lemon21

유튜브체널 좋은글 좋은시

링크: https://www.youtube.com/channel/UCoO4odDirrZh_KDDdlSktPQ/videos

 

 

 

아카시아꽃-이해인

향기로 숲을 덮으며
흰 노래를 날리는
아카시아꽃

가시 돋친 가슴으로
몸살을 하면서도

꽃잎과 잎새는
그토록
부드럽게 피워 냈구나

내가 철이 없어
너무 많이 엎질러 놓은
젊은날의 그리움이

일제히 숲으로 들어가
꽃이 된 것만 같은
아카시아꽃

 

 

치자꽃-이해인

눈에 익은
어머니의
옥양목 겹저고리

젊어서 혼자된
어머니의 멍울진 한을
하얗게 풀어서
향기로 날리는가

"얘야, 너의 삶도
이처럼 향기로우렴

어느날
어머니가
편지 속에 넣어 보낸
젖빛 꽃잎 위에

추억의 유년이
흰 나비로 접히네

 

 

튤립-이해인

가까이 다가서면
피아노 소리가
들릴 것만 같은
튤립

무엇을
숨겨 둔 것일까?

항상 다는 펼치지 않고
조심스레 입 다문 모습이
더욱 황홀하여라

슬픔 중에도
네 앞에선
울 수 없구나

어둠과 우울함은
빨리 떨쳐 버리라며

가장 환한
웃음의 불을 켜서
내게 당겨 주는 꽃

 

 

라일락-이해인

바람 불면
보고 싶은
그리운 얼굴

빗장 걸었던 꽃문 열고
밀어내는 향기가
보랏빛, 흰빛
나비들로 흩어지네

기쁨에 취해
어지러운 나의 봄이
라일락 속에 숨어 웃다
무늬 고운 시로 날아다니네

 

꽃과 나


예쁘다고
예쁘다고
내가 꽃들에게
말을 하는 동안
꽃들은 더 예뻐지고

고맙다고
고맙다고
꽃들이 나에게
인사하는 동안
나는 더 착해지고

꽃물이 든 마음으로
환히 웃어보는
우리는
고운 친구

 

꽃밭에서/이해인

내가
고운 말 한번씩 할 적마다
고운 잎사귀가
하나씩 돋아난다고

꽃나무들이
나를 보고 환히 웃어

나도 꽃이 되기로 했지
나도 잎이 되기로 했지

 

 

네이버TV 좋은글 좋은시

링크: https://tv.naver.com/lemon21

유튜브체널 좋은글 좋은시

링크: https://www.youtube.com/channel/UCoO4odDirrZh_KDDdlSktPQ/videos

 

 

 

새해의 기도-이해인

1월에는
내 마음을 깨끗하게 하소서
그동안 쌓인 추한 마음 모두 덮어 버리고
이제는 하얀 눈처럼 깨끗하게 하소서.

2월에는
내 마음에 꿈이 싹트게 하소서
하얀 백지에 내 아름다운 꿈이
또렷이 그려지게 하소서.

3월에는
내 마음에 믿음이 찾아오게 하소서.
의심을 버리고 믿음을 가짐으로
삶에 대한 기쁨과 확신이 있게 하소서.

4월에는
내 마음이 성실의 의미를 알게 하소서.
작은 일 작은 한 시간이 우리 인생을 결정하는
기회임을 알게 하소서.

5월에는
내 마음이 사랑으로 설레게 하소서.
우리 삶의 아름다움은 사랑 안에 있음을 알고
사랑으로 가슴이 물들게 하소서.

6월에는
내 마음이 겸손하게 하소서.
남을 귀히 여기고 자랑과 교만에서
내 마음이 멀어지게 하소서.

7월에는
내 마음이 인내의 가치를 알게 하소서.
어려움을 참고 오랜 기다림이 없는 열매는
좋은 열매가 아님을 알게 하소서.

8월에는
내 마음에 쉼을 주시옵소서
건강을 지키고 나와 남을 여유 있게 볼 수 있는
쉼을 갖는 시간을 갖게 하소서.

9월에는
내 마음이 평화를 느끼게 하소서.
마음의 평화는 내 의지로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성숙할 때 함께 자라는 것임을 알게 하소서.

10월에는
내 마음이 은혜를 알게 하소서.
나의 오늘이 있게 한 모든 이들의 은혜가
하나하나 생각나게 하소서.

11월에는
내 마음이 욕심을 버리게 하소서.
아직도 남아 있는 욕심과 미움과 갈등을 버리고
빈 마음을 바라보면서 만족하게 하소서.

12월에는
내 마음에 감사가 일어나게 하소서.
계획한 일을 이루었던 이루지 못했던
지난 한 해의 모든 것을 감사하게 하소서.

 

 

새해 마음-이해인

늘 나에게 있는
새로운 마음이지만
오늘은 이 마음에
색동옷 입혀
새해 마음이라 이름 붙여줍니다

일 년 내내
이웃에게 복을 빌어주며
행복을 손짓하는
따뜻한 마음

작은 일에도 고마워하며
감동의 웃음을
꽃으로 피워내는
밝은 마음

내가 바라는 것은
남에게 먼저 배려하고
먼저 사랑할 줄 아는
넓은 마음

다시 오는 시간들을
잘 관리하고 정성을 다하는
성실한 마음

실수하고 넘어져도
언제나 희망으로
다시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겸손한 마음

곱게 설빔 차려입은
나의 마음과 어깨동무하고
새롭게 길을 가니
새롭게 행복합니다.

 

12월의 기도-이해인

또 한해가 가 버린다고
한탄하며 우울해 하기 보다는
아직 남아 있는 시간들을 
고마워 하는 마음을 지니게 해 주십시오

한 해 동안 받은
우정과 사랑의 선물들
저를 힘들게 했던 슬픔까지도
선한 마음으로 봉헌 하며
솔방울 그려진 감사 카드 한장
사랑하는 이들에게
띄우고 싶은 12월

이제 또 살아야지요
해야 할 일들 곧 잘 미루고
작은 약속을 소홀히 하며
나에게 마음 닫아 걸었던
한 해의 잘못을 뉘우치며
겸손히 길을 가야 합니다
같은 잘못을 되풀이 하는 제가
올해도 밉지만
후회는 깊이 하지 않으렵니다

나를 키우는데 모두가 필요한
고마운 시간들이여
진정 오늘 밖에 없는 것처럼
시간을 아껴 쓰고
모든 이를 용서 하면
그것 자체가 행복일텐데
이런 행복까지도
미루고 사는
저의 어리석음을 용서 하십시오

보고 듣고 말 할것
너무 많아 멀미 나는 세상에서
항상 깨어 살기 쉽지 않지만
눈은 순결하게
마음은 맑게 지니도록
고독해도 빛나는 노력을
계속하게 해 주십시오

12월엔 묵은 달력을 떼어 내고
새 달력을 준비 하며
조용히 말 하렵니다
가라, 옛날이여
오라, 새 날이여
나를 키우는 데 모두가 필요한 
고마운 시간 들이여...

 

 

오늘을 위한 기도-이해인

오늘 하루의 길 위에서

제가 더러는 오해를 받고 
가장 믿었던 사람들로 부터 
신뢰받지 못하는 쓸쓸함에 
눈물 흘리게 되더라도 

흔들림 없는 발걸음으로  
길을 가는 인내로운  
여행자가 되고 싶습니다. 

오늘 하루 제게 맡겨진 시간의  
옷감들을 자투리까지도 아껴쓰는  
알뜰한 재단사가 되고 싶습니다. 

하고 싶지만 하지 말아야 할 일과 
하기 싫지만 꼭 해야 할 일들을 
잘 분별할 수 있는 슬기를 주시고 

무슨 일을 하든지 그 일 밖에는  
없는 것 처럼 투신하는 
아름다운 열정이 제 안에  
항상 불꽃으로 타오르게 하소서 

제가 다른 이에 대한 말을 할때는 
사랑의 거울 앞에 저를 다시  
비추어 보게 하시고 

자신의 모든 것을 남과 비교하느라 
갈 길을 가지 못하는 어리석음으로 
오늘을 묶어 두지 않게 하소서 

몹시 바쁠때 일 수록 잠깐이라도  
비켜서서 하늘을 보게 하시고 

고독의 층계를 높이 올라  
해면이 더욱 자유롭고 풍요로운 
흰옷의 구도자가 되게 하소서 

제가 남으로부터 받은 은혜는 
극히 조그만 것이라도 다 기억하되 
제가 남에게 베푼 것에 대해서는 

아무리 큰 것이라도  
잊어버릴 수 있는 아름다운  
건망증을 허락 하소서 

오늘 하루의 숲속에서 
제가 원치 않아도 
어느새 돋아나는 우울의 이끼, 

욕심의 곰팡이 
교만의 넝쿨들이 두렵습니다.


그러하오나 주님 
이러한 제 자신에 대해서도 
너무 쉽게 절망하지 말고 
자신의 약점을 장점으로 바꾸어가는 
꿋꿋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게 하소서 

어제의 열매이며 
내일의 씨앗인 오늘 
하루의 일과를 끝내고 
잠자리에 들 때는 
어느 날 닥칠 저의 죽음을 
미리 연습해 보는 겸허함으로 
조용히 눈을 감게 하소서


모든것에 감사했습니다 
모든 것을 사랑했습니다 
나직이 외우는 저의 기도가 
하얀 치자꽃 향기로 
오늘의 잠을 덮게 하소서

 

네이버TV 좋은글 좋은시

링크: https://tv.naver.com/lemon21

유튜브체널 좋은글 좋은시

링크: https://www.youtube.com/channel/UCoO4odDirrZh_KDDdlSktPQ/videos

욕심 1 -원태연

 

비 맞고 네가 걷고 있으면

우산이 되어줄게

옷이 젖어 떨고 있으면

따뜻한 커피가 되어줄게

 

커피 마시다 허전해지면

분위기 있는 음악이 되어줄게

음악 닫다 뭉클해지면

눈물이 되어줄게

 

울다가 누군가 그리워지면

전화가 되어줄게

그대신 있잖아

우리집에 걸어야 돼.

 

 

욕심 2 -원태연

 

단 한번만이라도 듣고 싶다고

당신 입에서 나온 내 이름을

 

단 한번이라도 보고 싶다고

당신 눈에 비친 내 얼굴을

 

날 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잊지 않겠다고

그냥 해본 소리라도 좋으니

단 한번이라도

듣기를 원하고 있다고...

 

 

쳇바퀴 사랑 - 원태연

 

어색한 대화속에 자연스레 말놓게 되고

어느덧 마음 한구석을 차지하게 되고

그러다 장난치고, 투정부리고, 짜증내고

 

그렇게 정들다 사랑이 되고

 

사랑에 채 익숙해지기도 전에

이별이 다가오고

 

어느새 눈물이 되고 아픔이 되고

 

추억조차 희미해질 무렵

다른 만남이 다가오고

 

어색한 대화속에 자연스레 말놓게 되고

 

이러한 공존속에

우리의 시간은 흐르게 되고...

 

 

얼마나 좋을까-원태연

 

너의 작은 두 손에

붉은 장미가 아니더라도

하얀 안개가 아니더라도

 

내 마음 전해줄 수 있는

꽃 한 송이 안겨줄 수 있다면

 

너의 맑은 두 눈에

그리움이 아니더라도

보고픔이 아니더라도

내가 알아볼 수 있는

어떤 느낌이 비추어진다면

 

어느 한 사람이

내 생각으로 마음고생을 한다면

목메이도록 나를 그리워 해

 

전화벨 소리에도

가슴이 내려앉는다면

많이 미안하겠지만

그러고 산다는 걸

내가 알게 한다면

그리고 그 사람이

바로 너였으면.

 

 

이런 날 만나게 해 주십시오 - 원태연

 

이런 날 우연이 필요합니다.

그 애가 많이 힘들어 하는 날

만나게 하시어

그 고통 덜어줄 수 있게

이미 내게는 그런 힘이 없을지라도

그 고통 내 것이 되게 해 주십시요

 

이런 날 우연이 필요합니다

내게 기쁨이 넘치는 날

만나게 하시어

그 기쁨 다는 줄 수 없을지라도

밝게 웃는 표정 보여 줘

잠시라도 내 기쁨

그 애의 것이 되게 해 주십시요

 

그러고도 혹시 우연이 남는다면

무척이나 그리운 날

둘 중 하나는 걷고 하나는 차에 타게 하시어

스쳐 지나가듯

잠시라도 마주치게 해 주십시요.

 

 

 

네이버TV 좋은글 좋은시

링크: https://tv.naver.com/lemon21

유튜브체널 좋은글 좋은시

링크: https://www.youtube.com/channel/UCoO4odDirrZh_KDDdlSktPQ/videos

꽃밭에서/이해인

내가
고운 말 한번씩 할 적마다
고운 잎사귀가
하나씩 돋아난다고

꽃나무들이
나를 보고 환히 웃어

나도 꽃이 되기로 했지
나도 잎이 되기로 했지

꽃과 나

예쁘다고
예쁘다고
내가 꽃들에게
말을 하는 동안
꽃들은 더 예뻐지고

고맙다고
고맙다고
꽃들이 나에게
인사하는 동안
나는 더 착해지고

꽃물이 든 마음으로
환히 웃어보는
우리는
고운 친구

 

 

네이버TV 좋은글 좋은시

링크: https://tv.naver.com/lemon21

유튜브체널 좋은글 좋은시

링크: https://www.youtube.com/channel/UCoO4odDirrZh_KDDdlSktPQ/videos

 

어떤 결심-이해인

마음이 많이 아플 때
꼭 하루씩만 살기로 했다

몸이 아플 때
한 순간씩만 살기로 했다

고마운 것만 기억하고
사랑한 일만 떠올리며
어떤 경우에도
남의 탓을 안 하기로 했다

고요히 나 자신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내게 주어진 하루만이
전 생애라고 생각하니
저 만치서 행복이
웃으며 걸어왔다.

 

 

네이버TV 좋은글 좋은시

링크: https://tv.naver.com/lemon21

유튜브체널 좋은글 좋은시

링크: https://www.youtube.com/channel/UCoO4odDirrZh_KDDdlSktPQ/videos

 

상사병-원태연

 

처음에는 이쁘게 시작되는 병

조금 심해지면

약간씩 짜증나는 병

거기에 더 발전하면

완전히 중증이 되면

속이 새까맣게 타버리는 병

그러나

안 걸리는 것보다

걸려보는 게 더 좋을지도 모르는 병

세월이

약이 되는 병.

 

 

누군가 다시 만나야 한다면-원태연

 

다시 누군가를 만나야 한다면

여전히 너를

다시 누군가를 사랑해야 한다면

당연히 너를

다시 누군가를 그리워해야 한다면

망설임 없이 또 너를

허나

다시 누군가와 이별해야 한다면

누군가를 떠나 보내야 한다면

두 번 죽어도 너와는...

 

 

그냥 좋은 것 ...원태연  

그냥 좋은 것이  
가장 좋은 것입니다  
어디가 좋고  
무엇이 마음에 들면,  
언제나 같을 수는 없는 사람  
어느 순간 식상해질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냥 좋은 것이  
가장 좋은 것입니다  
특별히 끌리는 부분도  
없을 수는 없겠지만  
그 때문에 그가 좋은 것이 아니라  
그가 좋아 그 부분이 좋은 것입니다  

그냥 좋은 것이  
그저 좋은 것입니다. 

달팽이의 사랑...원태연  

그래도 거기다  
그랬어도 거기다  
그래봤자 거기다  
그러나 그 달팽이는  
그래도 거기다 

 

호 해줘-원태연

 

너 예날에

나 어디 다치면

호 해줬잖아

니가 호 해주면

다 나았다고 했었고

내 마음 지금

중환자실에 있어

의사 아저씨도 못고치신대

아저씨가 너 부르래

니가 호 해주면 낫는 병이래

나 지금 오늘내일 해

니가 빨리 와서

호 해줘.

 

어디가 그렇게 좋아-원태연

 

너는 내 마음 어디가 좋아서

머물러 있는 거니

내 가슴 어느 구석이

그렇게 맘에 들어

머물다 머물다

한 부분이 되었니

너를 버리면

내 가슴 한쪽을 떼어내야 할 정도로

 

어디가 그렇게 좋은 거니?

 

 

참 좋겠다-원태연

 

니네 부모님들은 참 좋으시겠다

늦게 들어오면 꾸중하실 수도 있고

성적표 내놓으라고 닥달하실 수 있고

 

니네 오빠는 참 좋으시겠다

니 방 들락날락거릴 수도 있고

니 침대에서 담배도 피울 수 있고

 

니 친구들은 참 좋겠다

목욕탕도 같이 갈 수 있고

놀다가 늦으면 같이 잘 수도 있고

 

니네 수위아저씨는 참 좋으시겠다

아침 저녁

두 번은 니 얼굴 볼 수 있으니

그래도 제일 부러운 사람은

킥-니 친구들이야!

 

 

 

네이버TV 좋은글 좋은시

링크: https://tv.naver.com/lemon21

유튜브체널 좋은글 좋은시

링크: https://www.youtube.com/channel/UCoO4odDirrZh_KDDdlSktPQ/videos

풀꽃. 1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풀꽃. 2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까지 알고 나면 연인이 된다

아, 이것은 비밀.

 

풀꽃. 3

 

기죽지 말고 살아봐

꽃 피워봐

참 좋아.

 

 

 

네이버TV 좋은글 좋은시

링크: https://tv.naver.com/lemon21

유튜브체널 좋은글 좋은시

링크: https://www.youtube.com/channel/UCoO4odDirrZh_KDDdlSktPQ/videos

 

 

 

 

네이버TV 좋은글 좋은시

링크: https://tv.naver.com/lemon21

유튜브체널 좋은글 좋은시

링크: https://www.youtube.com/channel/UCoO4odDirrZh_KDDdlSktPQ/videos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