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께 드리는 노래/이해인

어디에 계시든지
사랑으로 흘러
우리에겐 고향의 강이 되는
푸른 어머니.

제 앞길만 가리며
바삐 사는 자식들에게
더러는 잊혀지면서도
보이지 않게 함께 있는 바람처럼
끝없는 용서로
우리를 감싸안은 어머니.

당신의 고통 속에 생명을 받아
이만큼 자라 온 날들을
깊이감사할 줄 모르는
우리의 무례함을 용서하십시오.

기쁨보다는 근심이
만남보다는 이별이 더 많은
어머니의 언덕길에선
하얗게 머리 푼 억새풀처럼
흔들리는 슬픔도 모두 기도가 됩니다.

삶이 고단하고 괴로울 때
눈물 속에서 불러 보는
가장 따뜻한 이름, 어머니
집은 있어도
사랑이 없어 울고 있는
이 시대의 방황하는 자식들에게
영원한 그리움으로 다시 오십시오, 어머니.

아름답게 열려 있는 사랑을 하고 싶지만
번번히 실패했던 어제의 기억을 묻고
우리도 이제는 어머니처럼
살아 있는 강이 되겠습니다.
목마른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푸른 어머니가 되겠습니다.

 

 

어머니-이해인

당신의 이름에선
색색의 웃음 칠한
시골집 안마당의
분꽃 향기가 난다

안으로 주름진 한숨의 세월에도
바다가 넘실대는
남빛 치마폭 사랑

남루한 옷을 걸친
나의 오늘이 그 안에 누워 있다

기워 주신 꽃골무 속에
소복이 담겨 있는 유년의 추억

당신의 가리마같이
한 갈래로 난 길을
똑바로 걸어가면

나의 연두 갑사 저고리에
끝동을 다는
다사로운 손길

까만 씨알 품은
어머니의 향기가
바람에 흩어진다

 

 

어머니의 섬/이해인

늘 잔걱정이 많다
아직도 물에서만 서성이는 나를
섬으로 불러 주십시오
어머니

세월과 함께 깊어가는
내 그리움의 바다에
가장 오랜 섬으로 떠 있는
어머니

서른 세 살 꿈속에
달과 선녀를 보시고
세상에 나를 낳아주신
당신의 그 쓸쓸한 기침소리는
천리 밖에 있어도
가까이 들립니다

헤어져 사는 동안 쏟아놓지 못했던
우리의 이야기를
바람과 파도가 대신해주는
어머니의 섬에선
외로움도 눈부십니다

안으로 흘린 인내의 눈물이 모여
바위가 된 어머니의 섬

하늘이 잘 보이는 
어머니의 섬에서
나는 처음으로 기도를 배우며
높이 날아가는
한 마리의 새가 되는
꿈을 꿉니다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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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시 - 시인 이해인 수녀님--

 

꽃무더기 세상을 삽니다.

고개를 조금만 돌려도

세상은 오만가지 색색의

고운 꽃들이 자기가 제일인양

활짝들 피었답니다.

 

정말 아름다운 봄날입니다.

새삼스레 두눈으로 볼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고

 

고운향기 느낄수 있어 감격이며

꽃들 가득한 사월의 길목에

살고 있음이 감동입니다.

 

눈이 짓무르도록 이 봄을 느끼며

가슴 터지도록 이봄을 느끼며

두발이 부르트도록

꽃길을 걸어 볼랍니다.

 

내일도 내것이 아닌데

내년 봄은 너무 멀지요.

 

오늘 이봄을 사랑합니다.

오늘 곁에 있는 모두를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4월이 문을 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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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에-시인이해인 수녀님

 

단발머리 소녀가

웃으며 건네준

한장의 꽃봉투

 

새봄의 봉투를 열면

그애의 눈빛처럼

 

가슴으로 쏟아져오는

소망의 씨앗들

 

가을에 만날

한송이 꽃과의 약속을 위해

 

따뜻한 두손으로

흙을 만지는

3월

 

나는 누군가를 흔드는

새벽바람이고 싶다

 

시들지않는 언어를

그의 가슴에 꽂는

연두색바람이고싶다

 

 

3월의 바람 속에 - 이해인 수녀님

 

3월의 바람 속에
보이지 않게 꽃을 피우는
당신이 계시기에

아직은 시린 햇빛으로
희망을 짜는 나의 오늘

당신을 만나는 길엔
늘상 바람이 많이 불었습니다

살아있기에 바람이 좋고
바람이 좋아 살아있는 세상

혼자서 길을 가다 보면
보이지 않게 나를 흔드는

당신이 계시기에
나는 먼 데서도
잠들 수 없는 당신의 바람

어둠의 벼랑 끝에서도
노래로 일어서는
3월의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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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인사-이해인

새소리 들으며
새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봄 인사드립니다.

계절의 겨울 마음의 겨울
겨울을 견디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까치가 나무 꼭대기에
집 짓는 걸 보며
생각했습니다

다시 시작하자
높이 올라가자

절망으로 내려가고 싶을 때
모든 이를 골고루 비추어 주는
봄 햇살에 언 마음 녹이며
당신께 인사를 전합니다

 

 

봄편지 - 이해인 수녀님

 

하얀 민들레 꽃씨 속에

바람으로 숨어서 오렴

 

이름없는 풀섶에서

잔기침하는 들꽃으로 오렴

 

눈 덮힌 강 밑을

흐르는 물로 오렴

 

해마다 내 가슴에 보이지 않게

살아 오는 봄.

 

진달래 꽃망울처럼

아프게 부어오른 그리움

말없이 터뜨리며 나에게 오렴

 

 

봄이 오면 나는 - 이해인

봄이 오면 나는
활짝 피어나기 전에
조금씩 고운 기침을 하는 꽃나무들 옆에서
덩달아 봄앓이를 하고 싶다.

살아 있음의 향기를
온몸으로 피워 올리는 꽃나무와 함께
나도 기쁨의 잔기침을 하며
조용히 깨어나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햇볕이 잘 드는 안뜰에
작은 꽃밭을 일구어 꽃씨를 뿌리고 싶다.

손에 쥐면 금방 날아갈 듯한
가벼운 꽃씨들을 조심스레 다루면서
흙냄새 가득한 꽃밭에 고운 마음으로
고운 꽃씨를 뿌리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매일 새소리를 듣고 싶다.

산에서, 바다에서, 정원에서
고운 목청 돋우는 새들의 지저귐으로
봄을 제일 먼저 느끼게 되는
나는 새들의 이야기를 해독해서
밝고 맑은 시를 쓰는 새의 시인이 되고 싶다.

바쁘고 힘든 삶의 무게에도
짓눌리지 않고 가볍게 날아다닐 수 있는
자유의 은빛 날개 하나를
내 영혼에 달아주고 싶다.

봄이 오면 조금은 들뜨게 되는
마음도 너무 걱정하지 말고
더욱 기쁘고 명랑하게 노래하는
새가 되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이슬비를 맞고 싶다.
어릴 적에 항상 우산을 함께
쓰고 다니던 소꼽동무를 불러내어
나란이 봄비를 맞으며 봄비 같은
이야기를 속삭이고 싶다.

꽃과 나무에 생기를 더해주고
아기의 미소처럼 사랑스럽게
내 마음에 내리는 봄비,
누가 내게 봄에 낳은 여자 아이의
이름을 지어 달라고 하면 서슴없이
'봄비' '단비'라고 하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풀향기 가득한 잔디밭에서
어린 시절 즐겨 부르던 동요를 부르며
흰구름과 나비를 바라보는 아이가 되고 싶다.

함께 산나물을 캐러 다니던
동무의 이름을 불러보고 싶고,
친하면서도 가끔은 꽃샘바람 같은
질투의 눈길을 보내 오던
소녀시절의 친구들도 보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우체국에 가서 새 우표를 사고
답장을 미루어 둔 친구에게
다만 몇 줄이라도 진달래빛 사연을
적어 보내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모양이 예쁜 바구니를 모으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솔방울, 도토리,
조가비, 리본, 읽다가 만 책,
바구니에 담을 꽃과 사탕과 부활달걀,
믿음과 희망과 사랑의 선물들을
정성껏 준비하며
바쁘고도 기쁜 새봄을 맞고 싶다.

사계절이 다 좋지만
봄에는 꽃들이 너무 많아 어지럼증이 나고
마음이 모아지지 않아 봄은
힘들다고 말했던 나도 이젠 갈수록 봄이
좋아지고 나이를 먹어도
첫사랑에 눈뜬 소녀처럼 가슴이 설렌다.

봄이 오면 나는
물방울무늬의 옆치마를 입고 싶다.

유리창을 맑게 닦아
하늘과 나무가 잘 보이게 하고
또 하나의 창문을 마음에 달고 싶다.
먼지를 털어낸 나의 창가엔
내가 좋아하는 화가가 그린 꽃밭,
구름 연못을 걸어 두고,
구석진 자리 한곳에는 앙증스런 꽃삽도
한 개 걸어 두었다가 꽃밭을
손질할 때 들고 나가야겠다.

조그만 꽃삽을 들고
꽃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그 아름다운 음성에 귀를 기울이노라면
나는 멀리 봄나들이를 떠나지 않고서도
행복한 꽃 마음의 여인
부드럽고 따뜻한 봄 마음의 여인이
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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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길목에서/시인이해인 수녀님

 

하얀 눈 밑에서도

푸른 보리가 자라듯

 

삶의 온갖 아픔 속에서도

내 마음엔 조금씩

푸른 보리가 자라고 있었구나

 

꽃을 피우고 싶어

온몸이 가려운 매화 가지에도

 

아침부터 우리집

뜰 안을 서성이는

 

까치의 가벼운 발걸음과

긴 꼬리에도

봄이 움직이고 있구나

 

아직 잔설이 녹지 않은

내 마음의 바위 틈에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일어서는 봄과 함께

내가 일어서는 봄 아침

 

내가 사는 세상과

내가 보는 사람들이

모두 새롭고 소중하여

 

고마움의 꽃망울이

터지는 봄

 

봄은 겨울에도 숨어서

나를 키우고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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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편지-이해인 

친구야 
네가 사는 곳에도 
눈이 내리니? 

산 위에 
바다 위에 
장독대 위에 

하얗게 내려 쌓이는 
눈만큼이나 
너를 향한 그리움이 
눈사람 되어 눈 오는 날 

눈처럼 부드러운 
네 목소리가 
조용히 내리는 것만 같아 

눈처럼 깨끗한 네 마음이 
하얀 눈송이로 
날리는 것만 같아 

나는 자꾸만 
네 이름을 불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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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마음/이해인

늘 나에게 있는
새로운 마음이지만
오늘은 이 마음에
색동옷 입혀
새해 마음이라 이름 붙여줍니다

일 년 내내
이웃에게 복을 빌어주며
행복을 손짓하는
따뜻한 마음

작은 일에도 고마워하며
감동의 웃음을
꽃으로 피워내는
밝은 마음

내가 바라는 것은
남에게 먼저 배려하고
먼저 사랑할 줄 아는
넓은 마음

다시 오는 시간들을
잘 관리하고 정성을 다하는
성실한 마음

실수하고 넘어져도
언제나 희망으로
다시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겸손한 마음

곱게 설빔 차려입은
나의 마음과 어깨동무하고
새롭게 길을 가니
새롭게 행복합니다.

 

새해의 기도/이해인

1월에는
내 마음을 깨끗하게 하소서
그동안 쌓인 추한 마음 모두 덮어 버리고
이제는 하얀 눈처럼 깨끗하게 하소서.

2월에는
내 마음에 꿈이 싹트게 하소서
하얀 백지에 내 아름다운 꿈이
또렷이 그려지게 하소서.

3월에는
내 마음에 믿음이 찾아오게 하소서.
의심을 버리고 믿음을 가짐으로
삶에 대한 기쁨과 확신이 있게 하소서.

4월에는
내 마음이 성실의 의미를 알게 하소서.
작은 일 작은 한 시간이 우리 인생을 결정하는
기회임을 알게 하소서.

5월에는
내 마음이 사랑으로 설레게 하소서.
우리 삶의 아름다움은 사랑 안에 있음을 알고
사랑으로 가슴이 물들게 하소서.

6월에는
내 마음이 겸손하게 하소서.
남을 귀히 여기고 자랑과 교만에서
내 마음이 멀어지게 하소서.

7월에는
내 마음이 인내의 가치를 알게 하소서.
어려움을 참고 오랜 기다림이 없는 열매는
좋은 열매가 아님을 알게 하소서.

8월에는
내 마음에 쉼을 주시옵소서
건강을 지키고 나와 남을 여유 있게 볼 수 있는
쉼을 갖는 시간을 갖게 하소서.

9월에는
내 마음이 평화를 느끼게 하소서.
마음의 평화는 내 의지로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성숙할 때 함께 자라는 것임을 알게 하소서.

10월에는
내 마음이 은혜를 알게 하소서.
나의 오늘이 있게 한 모든 이들의 은혜가
하나하나 생각나게 하소서.

11월에는
내 마음이 욕심을 버리게 하소서.
아직도 남아 있는 욕심과 미움과 갈등을 버리고
빈 마음을 바라보면서 만족하게 하소서.

12월에는
내 마음에 감사가 일어나게 하소서.
계획한 일을 이루었던 이루지 못했던
지난 한 해의 모든 것을 감사하게 하소서.

 

새해엔 산같은 마음으로
   -시인 이해인-

언제 보아도 새롭게 살아오는
고향 산의 얼굴을 대하듯
새로운 마음으로 맞이하는 
또 한 번의 새해

새해엔 우리 모두
산 같은 마음으로 살아야하리
산처럼 깊고 어질게 서로를 
품어주고 용서하며
집집마다 거리마다 
사람과 평화의 나무들을
무성하게 키우는 
또 하나의 산이 되어야 하리

남을 나무라기 전에
자신의 잘못부터 살펴보고
이것저것 불평하기 전에
고마운것부터 헤아려 보고
사랑에 대히 쉽게 말하기보다
실제로 사랑하는 사람이 되도록
날마다 새롭게 깨어 있어야 하리

그리하여 잃었던 신뢰를 되찾은 우리
삼백 예순 다섯 날 매일을
축제의 기쁨으로 꽃피워야 하리

새해엔 우리모두
산 같은 마음으로 살아야하리
언제나 서로를 마주보며
변함없이 사랑하고 인내하는
또 나나의 산이 되어야 하리

 

희망에게/이해인

하얀 눈을 천상의 
시 처럼 이고 섰는
겨울 나무 속에서
빛나는 당신

1월의 찬물로 세수하고
새벽마다 
당신을 맞습니다

답답하고 목마를 때
깎아먹는 한 조각
무맛 같은 신선함

당신은 내게
잃었던 꿈을 찾아 줍니다

다정한 눈길을 주지 못한
나의 일상에
새 옷을 입혀 줍니다

남이 내게준 고통과 근심
내가 만든 한숨과 눈물 속에도
당신은 조용한 
노래로 숨어 있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는
우리의 인사말 속에서도
당신은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웃고 있습니다

내가 살아 있음으로
또 다시 당신을 맞는 기쁨

종종 나의 불신과 고집으로
당신에게 충실치 못 했음을 
용서하세요

새해엔 더욱
청정한 마음으로
당신을 사랑하며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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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기도 - 이해인 수녀님

또 한해가 가 버린다고
한탄하며 우울해 하기 보다는
아직 남아 있는 시간들을 
고마워 하는 마음을 지니게 해 주십시오

한 해 동안 받은
우정과 사랑의 선물들
저를 힘들게 했던 슬픔까지도
선한 마음으로 봉헌 하며
솔방울 그려진 감사 카드 한장
사랑하는 이들에게
띄우고 싶은 12월

이제 또 살아야지요
해야 할 일들 곧 잘 미루고
작은 약속을 소홀히 하며
나에게 마음 닫아 걸었던
한 해의 잘못을 뉘우치며
겸손히 길을 가야 합니다
같은 잘못을 되풀이 하는 제가
올해도 밉지만
후회는 깊이 하지 않으렵니다

나를 키우는데 모두가 필요한
고마운 시간들이여
진정 오늘 밖에 없는 것처럼
시간을 아껴 쓰고
모든 이를 용서 하면
그것 자체가 행복일텐데
이런 행복까지도
미루고 사는
저의 어리석음을 용서 하십시오

보고 듣고 말 할것
너무 많아 멀미 나는 세상에서
항상 깨어 살기 쉽지 않지만
눈은 순결하게
마음은 맑게 지니도록
고독해도 빛나는 노력을
계속하게 해 주십시오

12월엔 묵은 달력을 떼어 내고
새 달력을 준비 하며
조용히 말 하렵니다
가라, 옛날이여
오라, 새 날이여
나를 키우는 데 모두가 필요한 
고마운 시간 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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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나무처럼/이해인 수녀님

사랑이 너무 많아도
사랑이 너무 적어도

사람들은
쓸쓸하다고 말하네요

보이게
보이지 않게

큰 사랑을 주신 당신에게
감사의 말을 찾지 못해
나도 조금은 쓸쓸한 가을이에요

받은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내어놓은 사랑을 배우고 싶어요

욕심의 그늘로 괴로웠던 자리에
고운 새 한마리 앉히고 싶어요

11월의 청빈한 나무들처럼
나도 작별 인사를 잘하며
갈 길을 가야겠어요

 


11월에  - 이해인 수녀님

나뭇잎에 지는 세월
고향은 가까이 있고

나의 모습 더없이
초라함을 깨달았네

푸른 계절 보내고
돌아와 묵도하는
생각의 나무여

영혼의 책갈피에
소중히 끼운 잎새

하나 하나 연륜 헤며
슬픔의 눈부심을 
긍정하는 오후

햇빛에 실리어 오는
행복의 물방울 튕기며
어디론지 떠나고 싶다

조용히 겨울을 넘겨보는
11월의 나무 위에

연처럼 걸려 있는
남은 이야기 하나

지금 아닌
머언 훗날

넓은 하늘가에
너울대는
나비가 될 수 있을까

별밭에 꽃밭에
나뭇잎 지는 세월

나의 원은 너무 커서
차라리 갈대처럼
여위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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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노래-이해인

가을엔 물이 되고 싶어요
소리를 내면 비어 오는
사랑한다는 말을
흐르며 속삭이는 물이 되고 싶어요

가을엔 바람이고 싶어요
서걱이는 꽃 웃음에 취해도 보는
연한 바람으로 살고 싶어요

가을엔 풀벌레이고 싶어요
별빛을 등에 업고
푸른 목청 뽑아 노래하는
숨은 풀벌레로 살고 싶어요

가을엔 감이 되고 싶어요
가지 끝에 매달린 그리움 익혀
당신의 것으로 바쳐 드리는
불을 먹은 감이 되고 싶어요

 

가을의 말 - 이해인

하늘의 흰 구름이
나에게 말했다

흘러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흐르고 또 흐르다 보면
어느날
자유가 무엇인지 알게 되리라

뜨락의 석류가
나에게 말했다

상처를 두려워하지 마라
잘 익어서 터질 때까지
기다리고 기다리면

어느날
사랑이
무엇인지 알게 되리라

 

가을편지 - 이해인

가을엔 들꽃이고 싶습니다
말로는 다 못할 사랑에
몸을 떠는 꽃

빈 마음 가득히 하늘을 채워
이웃과 나누면 기도가 되는
숨어서도 웃음 잃지 않는
파란 들꽃이고 싶습니다

유리처럼 잘 닦인 마음밖엔
가진 게 없습니다
이 가을엔 내가...

당신을 위해 부서진
진주빛 눈물 당신의
이름 하나 가슴에 꽂고
전부를 드리겠다 약속했습니다

가까이 다가설 수 록
손잡기 어려운 이여
나는 이제 당신 옆에
무엇을 해야 합니까

시인 이해인님의 가을편지 중...

 

나뭇잎 러브레터 - 시인 이해인

당신이 내게 주신
나뭇잎 한 장이
나의 가을을
사랑으로 물들입니다.

나뭇잎에 들어 있는
바람과 햇빛과
별빛과 달빛의 이야기를
풀어서 읽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한 장의 나뭇잎은
또 다른 당신과
나의 모습이지요?

이 가을엔 나도
나뭇잎 한 장으로
많은 벗들에게
고마움의 러브레터를
쓰겠습니다.

 

들국화 - 이해인

웃음 잃고 피어난 연보랏빛 꽃
하늘만 믿고 사는 푸른 마음 속에

바람이 실어다 주는
꿈과 같은 얘기

멀고 먼 하늘 나라의 얘기
구름 따라 날던
작은 새 한 마리 찾아주면

타오르는 마음으로
노래를 엮어

사랑의 기쁨에 젖어보는
자꾸 하늘을 닮고 싶은 꽃

오늘은 어느 누구의 새하얀 마음을 
울려주었나

또 다시 바람이 일면
조그만 소망에
스스로 몸부림치는 꽃…

<이해인 수녀가 중학교 시절 쓴 시 ‘들국화’>

 

가을편지 - 이해인
<1>
그 푸른 하늘에
당신을 향해 쓰고 싶은 말들이
오늘은 단풍잎으로 타버립니다

밤새 산을 넘은 바람이
손짓을 하면
나도 잘 익은 과일로
떨어지고 싶읍니다
당신 손 안에

<2>
호수에 하늘이 뜨면 
흐르는 더운 피로
유서처럼 간절한 시를 씁니다

당신의 크신 손이
우주에 불을 놓아
타는 단풍잎

흰 무명옷의 슬픔들을
다림질하는 가을

은총의 베틀 앞에
긴 밤을 밝히며
결 고운 사랑을 짜겠읍니다

<3>
세월이 흐를수록 
드릴 말씀은 없읍니다

옛적부터 타던 사랑
오늘은 빨갛게 익어
터질 듯한 감홍시
참 고마운 아픔이여

<4>
이름 없이 떠난 이들의
이름 없는 꿈들이
들국화로 피어난 가을 무덤가

흙의 향기에 취해
가만히 눈을 감는 가을
이름 없이 행복한 당신의 내가
가난하게 떨어져 누울 날은
언제입니까

<5>
감사합니다, 당신이여
호수에 가득 하늘이 차듯
가을엔 새파란 바람이고 싶음을
휘파람 부는 바람이고 싶음을
감사합니다

<6>
당신 한 분 뵈옵기 위해
수없는 이별을 고하며 걸어온 길
가을은 언제나
이별을 가르치는 친구입니다

이별의 창을 또 하나 열면
가까운 당신

<7>
가을에 혼자서 바치는
낙엽빛 기도

삶의 전부를 은총이게 하는
당신은 누구입니까

나의 매일을
기쁨의 은방울로 쩔렁이는 당신
당신을 꼭 만나고 싶읍니다

<8>
가을엔 들꽃이고 싶읍니다.
말로는 다 못할 사랑에
몸을 떠는 꽃

빈 마음 가득히 하늘을 채워
이웃과 나누면 기도가 되는
숨어서도 웃음 잃지 않는
파란 들꽃이고 싶읍니다

<9>
유리처럼 잘 닦인 마음 밖엔
가진 게 없읍니다
이 가을엔 내가
당신을 위해 부서진
진주빛 눈물

당신의 이름 하나 가슴에 꽂고
전부를 드리겠다 약속했읍니다

가까이 다가설수록
손잡기 어려운 이여
나는 이제 당신 앞에
무엇을 해야 합니까

<10>
이끼 낀 바위처럼
정답고 든든한 나의 사랑이여

당신 이름이 묻어 오는 가을 기슭엔
수 만 개의 흰 국화가 떨고 있읍니다
화려한 슬픔의 꽃술을 달고
하나의 꽃으로 내가 흔들립니다

당신을 위하여
소리없이 소리없이
피었다 지고 싶은

<11>
누구나 한번은
수의를 준비하는 가을입니다
살아온 날을 고마와하며
떠날 채비에
눈을 씻는 계절

모두에게 용서를 빌고
약속의 땅으로 뛰어가고 싶읍니다

<12>
낙엽 타는 밤마다
죽음이 향기로운 가을

당신을 위하여
연기로 피는 남은 생애
살펴 주십시오

죽은 이들이 나에게
정다운 말을 건네는
가을엔 당신께 편지를 쓰겠읍니다

살아남은 자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아직은 마지막이 아닌
편지를 쓰겠읍니다

 

<이해인님의 시집 가을편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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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기도 - 이해인 

저 찬란한 태양 
마음의 문을 열어 
온몸으로 빛을 느끼게  
하소서 

우울한 마음 
어두운 마음 
모두 지워버리고 

밝고 가벼운 마음으로 
9월의 길을 나서게 하소서 

꽃 길을 거닐고 
높고 푸르른 하늘을  
바라다보며 

자유롭게 비상하는 
꿈이 있게 하소서 

꿈을 말하고 
꿈을 쓰고 
꿈을 춤추게 하소서 

이 가을에 
떠나지 말게 하시고 
이 가을에 
사랑이 더 깊어지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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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화 연가/이해인

이렇게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은
당신이 보고 싶어
내 마음이 흔들립니다

옆에 있는 나무들에게
실례가 되는 줄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가지를 뻗은 그리움이
자꾸자꾸 올라갑니다

저를 다스릴 힘도
당신이 주실 줄 믿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내게 주는
찬미의 말보다
침묵 속에도 불타는
당신의 그 눈길 하나가
나에겐 기도입니다
전 생애를 건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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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이런 삶을 살게 하여 주소서 - 이해인

연약할 때 자기를 알고
힘을 기를 줄 아는 여유와
두려울 때 자신을 잃지 않는 대담성과
정직한 패배에 부끄러워 하지 않고
태연하며 승리에 겸손하고
온유한 마음을 갖게하여 주소서.

사리를 판단할 때 고집으로 인하여
판단을 흐리지 않게 하고,
생각하고 이해하여 사심이 없는
판단을 하며 또한 평탄하고 안이한
길만이 삶의 전부라 생각치 말게 하고,

고난에 직면할 때 분투 노력할 줄 알며
패자를 관용할 줄 알도록 가르쳐 주소서.

마음을 항상 깨끗이 하고 목표는 
높이 설정하되 
남을 정복하려고 하기 전에 
먼저 자신을 다스릴 줄 알며,


장래를 바라봄과 동시에 지난 날을
잊지 않게 하여 주소서.

이에 더하여 삶을 엄숙하게 살아감은 물론
유머를 알고 삶을 즐길 줄 알게 하소서.

자기 자신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말게
하시고 겸허한 마음을 갖게 하여
참된 위대성은 소박함에 있음도 
알게 하시고,


참된 지혜는 열린 마음에 있으며
참된 힘은 온유함에 있음을 
명심하게 하소서.

그리하여 먼 훗날 내 인생 헛되이
살지 않았노라고 

말할 수 있게 하여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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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심-이해인

나는 
한번도
숨을 수 없었습니다

어느날 내가 흰 깃을 치며
무인도로 날아 버린
시인 같은 물새였을 때

뽕잎을 갉아 먹고 
긴 잠에 취해 버린
꿈꾸는 누에였을 때

해초 내음 즐기며
모래 속에 웅크린
바다빛 껍질의 조개였을 때

깊은 가슴 속으로
향을 피우던
수백만개의 햇살

찬란한 당신 앞엔
눈 못 뜨는 나

부르시는 그 사랑을
듣게 하소서

무량의 바다 위에
두 팔을 벌리고
소리치는 태양이여

당신에겐
순명하여
피리부는 바람

춤추는 파도로
뛰어가게 하소서

 

 

기도 - 이해인

오늘 가장 깊고 낮은 목소리로
당신을 부르게 해 주소서

더 많은 이들을 위해
당신을 떠나 보내야 했던
마리아의 비통한 가슴에 꽂힌
한 자루의 어둠으로 
흐느끼게 하소서

배신의 죄를 슬피 울던
베드로의 적절한 통곡처럼
나도 당신 앞에
겸허한 어둠으로 
엎드리게 하소서

죽음의 쓴 잔을 마셔
죽음보다 강해진 
사랑의 주인이여

당신을 닮지 않고는
내가 감히 사랑한다고
뽐내지 말게 하소서

당신을 사랑했기에
더 깊이 절망했던 이들과 함께

오늘도 돌무덤에 갇혀
한 점 칙칙한 어둠이게 하소서

빛이신 당신과 함께 잠들어
당신과 함께 깨어날
한 점 눈부신 어둠이게 하소서

 

 

마음을 위한 기도 - 이해인

늘 푸른 소나무처럼 한결같은 
마음을 지니게 해주십사고 기도합니다. 

자신이 맡은 일에 정성을 다하는 성실함, 
어떤 모양으로든지 관계를 맺는 이들에게는 
변덕스럽지 않은 진실함을 지니고 
매일을 살고 싶습니다. 


힘겨운 시련이 닥치더라도 
쉽게 좌절하지 않고 견디어내는 
참을성으로 한 번 밖에 없는 삶의 길을 
끝까지 충실히 걷게 해 주십시오. 

숲속의 호수처럼 고요한 마음을 
지니게 해주십사고 기도합니다. 

시끄럽고 복잡하게 바삐 돌아가는 
숨찬 나날들에도 방해를 받지 않고 
중심을 잡을 수 있는 마음의 고요를 
키우고 싶습니다. 


바쁜 것을 핑계로 자주 들여다보지 못해 
왠지 낯설고 서먹해진 제 자신과도 
화해할 수 있는 고요함, 

밖으로 흩어진 마음을 안으로 모아들이는 
맑고 깊은 고요함을 지니게 해 주십시오. 


고요한 기다림 속에 익어가는 
고요한 예술로서의 삶을 
기대해 봅니다.


마음이 소란하고 산만해질 때마다 
시성 타고르가 그리 한것 처럼 저도 
‘내 마음이여,조용히, 내 마음이여, 
조용히' 하고 기도처럼 고백하고 싶습니다. 


하늘을 담은 바다처럼 넓은 마음을 
지니게 해주십사고 기도합니다. 

지나친 편견과 선입견으로 남을 
가차없이 속단하기 보다는 폭넓게 이해하고 
포용하는 너그러움을 지니고 싶습니다. 


내 가족, 내 지역, 내 종교만의 
좁은 울타리를 벗어나 마음을 넓히는 
시원함으로 나라를, 
겨레를, 세계를 좀 더 넓게 바라보고 
좀 더 넓게 사랑하게 해 주십시오. 


밤새 내린 첫눈처럼 순결한 마음을 
지니게 해주십사고 기도합니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악과 타협하지 않고 
거짓과 위선을 배격하는 정직한 마음, 
탐욕에 눈이 멀어 함부로 헛된 맹세를 하지 않으며, 
작은 약속도 소홀히 하지 않는 
진지함을 지니고 싶습니다. 


감각적인 쾌락에 영혼을 팔지 않으며, 
자유와 방종을 혼돈하지 않는 지혜로움, 
어린이 같은 천진함으로 하느님과 이웃을 
전적으로 믿고 신뢰하는 
용기를 지니게 해주십시오. 

사랑의 심지를 깊이 묻어둔 등불처럼 따뜻한 
마음을 지니게 해주십사고 기도합니다. 

기뻐하는 이와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는 이와 함께 슬퍼할 수 있는 
부드럽고 자비로운 마음, 
다른이의 아픔을 값싼 동정이 아니라 
진정 나의 것으로 느끼고 눈물 흘릴 수 있는 
연민의 마음을 지니고 싶습니다.

 
남에 대한 사소한 배려를 잊지 않으며,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따뜻한 마음, 
주변에 우울함 보다는 기쁨을 퍼뜨리는 밝은 마음, 
아무리 속상해도 모진 말로 상처를 주지 않는 
온유한 마음으로 하루하루가 
평화의 선물이 되게 해 주십시오. 

가을들녘의 볏단처럼 익을수록 고개숙이는 
겸손한 마음을 주십사고 기도합니다. 

부끄러운 약점과 실수를 억지로 감추기보다는 
오히려 자연스럽게 인정하는 마음, 
자신의 잘못을 비겁하게 남의 탓으로 
미루지 않는 겸허함을 지니고 싶습니다. 


다른이의 평판때문에 근심하고 불안해하거나 
초조해 하지 않는 의연함을 
잃지 않게 해 주십시오. 


‘내일은 내가 이 세상에 없을지도 몰라’ 
하는 깨어있음으로 삶의 유한성을 받아들이며, 
오늘 해야 할 용서를 내일로 미루지 않는 
겸손함을 지니게 해 주십시오. 

살아있는 동안은 나이에 상관 없이 
능금처럼 풋풋하고 설레이는 
마음을 주십사고 기도합니다. 

사람과 자연과 사물에 대해 
창을 닫지 않는 열린 마음, 
삶의 경이로움에 자주 감동할 수 있는 
시인의 마음을 지니고 싶습니다. 


타성에 젖어 무디고 둔하고 메마른 삶을 
적셔줄 수 있는 예리한 감성을 
항상 기도로 갈고 닦게 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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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향기/이해인

아침마다 소나무 향기에
잠이 깨어 창문을 열고
기도 합니다

오늘 하루도
솔잎처럼 예리한 지혜와
푸른 향기로 나의 사랑이
변함 없기를

찬물에 세수하다 말고
비누향기 속에 풀리는
나의 아침에게
인사합니다.

오늘 하루도
온유하게 녹아서
누군가에게 향기를 묻히는
정다운 벗이기를
평화의 노래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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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숲속에서 나는-이해인

당신의 숲 속에서 나는
도토리만한 기쁨을 주우며
마음도 영글어 가는
한 마리의 신나는 다람쥐

 


때로는 동그란 기도의 알을 낳아
오래오래 가슴에 품어 두는
한 마리의 다정한 산새

 


당신의 숲 속에서 나는
사유의 올을 풀어내어
열심히 집을 짓는
한 마리의 고독한 거미

 


그리고 때로는 
가장 조그만 은총의 빵 부스러기도
놓치지 않고 거두어들이는
한 마리의 감사한 개미

 

 

당신의 숲속에서 나는-이해인

당신의 숲 속에서 나는
도토리만한 기쁨을 주우며
마음도 영글어 가는
한 마리의 신나는 다람쥐

때로는 동그란 기도의 알을 낳아
오래오래 가슴에 품어 두는
한 마리의 다정한 산새

당신의 숲 속에서 나는
사유의 올을 풀어내어
열심히 집을 짓는
한 마리의 고독한 거미

그리고 때로는 
가장 조그만 은총의 빵 부스러기도
놓치지 않고 거두어들이는
한 마리의 감사한 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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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자꽃 향기속에서 - 이해인

7월은 나에게
치자꽃 향기를 들고 옵니다
하얗게 피었다가 질 때는
고요히 노랗게 떨어지는 꽃

꽃은 지면서도
울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무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는 것일테지요

세상에 살아 있는 동안 만이라도
내가 모든 사람들을
꽃을 만나듯이 대할 수 있다면

그가 지닌 향기를
처음 발견한 나의 기쁨을 되새기며
설레일 수 있다면

어쩌면 마지막으로
그 향기를 맡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조금 더 사랑할 수 있다면
우리 삶 자체가 하나의 꽃밭이 될 테지요

7월의 편지 대신
하얀 치자꽃 한 송이
당신께 보내 오는
내마음의 향기도 받으시고
조그만 사랑을 많이 만들어
향기로운 나날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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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오면 - 이해인(여름편지 中 )

 

움직이지 않아도

태양이 우리를

못견디게 만드는

여름이 오면 친구야!

 

우리 서로

뜨겁게 사랑하며

기쁨으로 타오르는

작은 햇덩이가 되자고 했지?

 

산에 오르지 않아도

신록의 숲이 마음에

들어차는

여름이 오면 친구야!

 

우리는 묵묵히 기도하며

이웃에게 그늘을 드리우는

한 그루의 나무가 되자고 했지?

 

여름을 좋아해서

여름을 닮아가는

초록빛 친구야!

 

멀리 떠나지 않고서도

나를 더욱 살고 싶게 만드는

그윽한 눈빛의

고마운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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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일기 1 -이해인

 

사람들은 나이 들면 고운 마음 어진 마음

잃기 쉬운데 느티나무여!

당신은 나이 들어도 어찌 그리 푸른 기품

잃지 않고 넉넉하게 아름다운지

나는 너무 부러워서

 

당신 그늘 아래 오래오래 앉아서

당신의 향기를 맡고싶습니다.

 

당신처럼 뿌리가 깊어 더 빛나는

시의 잎사귀를 달 수 있도록

나를 기다려 주십시오

 

당신처럼 뿌리 깊고 넓은

사랑을 나도 하고 싶습니다.

 

여름일기 2 -이해인

 

사계절 중에 여름이 제일 좋다는

젊은 벗이여!

나는 오늘 달고 맛있는

초록 수박 한 덩이 그대에게 보내며

시원한 여름을 가져봅니다

 

한창 진행중이라는 그대의 첫사랑도

이 수박처럼 물기 많고 싱싱하고

어떤 시련 중에도 모나지 않은 둥근 힘으로

 끝까지 아름다울 수 있기를

해 아래 웃으며 기도합니다.

 

 

여름일기 3 - 이해인

 

바다가 그리운 여름날은

오이를 썰고 얼음을 띄워

미역 냉국을 해먹습니다

 

입안에 가득 고여오는

비릿한 바다 내음과

하얀 파도소리에

 

해녀가 되어 시의 전복을

따러 갑니다.

 

 

여름 - 이해인

 

아무리 더워도 덥다고

불평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차라리 땀을 많이 흘리며

내가 여름이 되기로 했습니다.

 

일하고 사랑하고 인내하고

용서하며 해 아래 피어나는

삶의 기쁨 속에

 

여름을 더욱 사랑하며 

내가 여름이 되기로 했습니다.

 

 

여름일기 - 이해인

 

햇볕에 춤추는 하얀 빨래처럼

깨끗한 기쁨을 맛보고 싶다

 

영혼의 속까지 태울 듯한

태양 아래

나를 빨아 널고 싶다

 

여름엔 햇볕에 잘 익은 

포도송이 처럼 향기로운

땀을 흘리고싶다.

 

땀방울 마저도

노래가 될 수 있도록

뜨겁게 살고 싶다.

 

여름엔 꼭 한번

바다에 가고싶다.

 

오랜 세월 파도에 시달려온

섬 이야기를 듣고싶다

 

침묵으로 엎드려 기도하는

그대에게 살아가는 법을

배워 오고싶다.

 

 

 

마음에 대해서-이해인

 

마음 찾기

숨어있기 싫어서인가?

가끔은 내 마음도

집 밖으로 외출을 한다

 

그가 빨리 돌아오지 않아

내내 불편하고

잠이 오지 않았다

 

그를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고 괴로웠다

 

내내 밖으로 서성이다

오랜만에

제자리로 돌아온 마음이여

고맙다

 

네가 가출한 동안은

단순한 일도 손에 안 잡히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울면서 기도해도 대답없던 시간들

내가 돌아와 나의 삶은 다시

기쁨이 되었다

 

주인인 내가 너무 무관심해서

화가 났구나?

이젠 나도 잘 할께

 

다시 만난 기념으로

아침엔 녹차 한 잔

저녁엔 포도주 한 잔 할까?

 

 

마음의 문-이해인

 

내 마음을 여는 순간

당신은 내게 와서

문이 되었습니다.

 

그 문을 열고 들어가

오래 행복했습니다

 

이젠 나도 누군가에게

아름다운 문이 되고 싶지만

걱정만 앞서니 걱정입니다

 

살아갈 날이

그리 많지 않은데

사랑의 분량은 많지 않아 

 

걱정 마음

활짝 열어야 문이 되는데

오히려 닫고 있는

나를 보게 되는 걱정

 

하지만 오늘도

걱정의 틈은 좁히고

마음은 넓혀서 문이 되는

꿈을 꾸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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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연가-이해인

 

가르쳐 주시지 않아도

처음부터 알았습니다.

 

나는 당신을 향해 날으는

한 마리 순한 나비인 것을

 

가볍게 춤추는 나에게도

슬픔의 노란 가루가

남몰래 묻어 있음을 알았습니다.

 

눈멀 듯 부신 햇살에

치라리 날개를 접고 싶은

황홀한 은총으로 살아온 나날

 

빛나는 하늘이

나의 것임을 알았습니다.

 

행복은 가난한 마음임을

가르치는

풀잎들의 합창

 

수없는 들꽃에게 웃음 가르치며

나는 조용히 타버릴

당신의 나비입니다.

 

 

사랑도 나무처럼-이해인

 

사랑도 나무처럼

사계절을 타는 것일까?

 

물오른 설레임이

연두빛 새싹으로

가슴에 돋아나는

희망의 봄이 있고

 

태양을 머리에 인 잎새들이

마음껏 쏟아내는 언어들로

누구나 초록의 시인이 되는

눈부신 여름이 있고

 

열매 하나 얻기 위해

모두를 버리는 아픔으로

눈물겹게 아름다운

충만의 가을이 있고

 

눈속에 발을 묻고

홀로 서서 침묵하여 기다리는

인고의 겨울이 있네

 

사랑도 나무처럼 그런 것일까?

 

다른이에겐 들키고 싶지 않은

그리움의 무게를

바람에 실어 보내며

오늘도 태연 한 척 눈을 감는

나무여 사랑이여...

 

 

사랑의 사계절-이해인

 

봄에는

연두빛 새싹을 닮은

쉼표의 설렘으로

 

여름에는

소나기를 닮은

감탄사의 열정으로

 

가을에는

산바람을 닮은

말 없음표의 감동으로

 

겨울에는

하얀 눈을 닮은

물음표의 기도로...

 

사랑은 언제나

다시 시작하는 계절로

상징적인 암초로

나를 행복하게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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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숭아-이해인

한여름 내내
태양을 업고
너만 생각했다

이별도 간절한 기도임을
처음 알았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떻게 잊어야 할까

내가 너의 마음 진하게
물들일 수 있다면
네 혼에 불을 놓는
꽃잎일 수 있다면

나는
숨어서도 눈부시게
행복한 거다

 

 

수선화-이해인

초록빛 스커트에
노오란 블라우스가 어울리는
조용한 목소리의
언니 같은 꽃

해가 뜨면
가슴에 종(鐘)을 달고
두 손 모으네

향기도 웃음도
헤프지 않아
다가서기 어려워도
맑은 눈빛으로
나를 부르는 꽃

헤어지고 돌아서도
어느새
샘물 같은 그리움으로
나를 적시네

 

 

코스모스-이해인

몸달아 기다리다 피어오른 숨결
오시리라 믿었더니 
오시리라 믿었더니
눈물로 무늬진 연분홍 옷고름

남겨 주신 노래는 아직도 맑은 이슬
뜨거운 그 말씀 재가 되겐 할 수 없어
곱게 머리 빗고 고개 숙이면
바람 부는 가을길 노을이 탄다

 

 

제비꽃 연가-이해인

나를 받아 주십시오

헤프지 않은 나의 웃음
아껴 둔 나의 향기
모두 당신의 것입니다

당신이 가까이 오셔야
나는 겨우 고개를 들어
웃을 수 있고
감추어진 향기도
향기인 것을 압니다

당신이 가까이 오셔야
내 작은 가슴속엔
하늘이 출렁일 수 있고
내가 앉은 이 세상은
아름다운 집이 됩니다

담담한 세월을
뜨겁게 안고 사는 나는
가장 작은 꽃이지만
가장 큰 기쁨을 키워 드리는
사랑꽃이 되겠습니다

 

 

꽃샘 바람-이해인

속으론 나를 좋아하면서도
만나면 짐짓 모른채하던
어느 옛친구를 닮았네

꽃을 피우기 위해선
쌀쌀한 냉랭함도
꼭 필요한 것이라고
변명 아닌 변명을 늘어놓으며서

얄밉도록 오래 부는
눈매 고운 꽃샘바람

나는 갑자기
아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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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는-이해인

돌아도 끝없는
둥근 세상

너와 나는
밤낮을 같이하는
두 개의 시곗바늘

네가 길면
나는 짧고
네가 짧으면
나는 길고

사랑으로 못 박히면
돌이킬 수 없네

서로를 받쳐 주는 원 안에
빛을 향해 눈 뜨는
숙명의 반려

한 순간도
쉴 틈이 없는
너와 나는

 

 

너에게 가겠다-이해인

오늘도
한줄기 노래가 되어
너에게 가겠다

바람 속에 떨면서도
꽃은 피어나듯이

사랑이 낳아준
눈물 속에
하도 잘 익어서 
별로 뜨는 나의 시간들

침묵할 수록 맑아지는
노래를 너는 듣게 되겠지

무게를 견디지 못한
그리움이 흰 모래로
부서지는데

멈출 수 없는
하나의 노래로
나는 오늘도
너에게 달려가겠다

 

너에게-이해인(너에게 띄우는글-중-)

 

비는 싫지만 소나기는 좋고
인간은 싫지만 너만은 좋다.
내가 새라면 너에게 하늘을 주고
내가 꽃이라면 너에게 향기를 주겠지만
나는 인간이기에 너에게 사랑을 준다.

 

 

해바라기연가-이해인

내 생애가 한 번뿐이듯
나의 사랑도
하나입니다
나의 임금이여
폭포처럼 쏟아져 오는 그리움에
목메어

죽을 것만 같은 열병을 앓습니다
당신 아닌 누구도
치유할 수 없는
불치의 병은

사랑
이 가슴 안에서 
올올이 뽑은 고운 실로
당신의 비단 옷을 짜겠습니다
빛나는 얼굴 눈부시어
고개 숙이면
속으로 타서 익는 까만 꽃씨

당신께 바치는 나의 언어들
이미 하나인 우리가
더욱 하나가 될 날을 
확인하고 싶습니다

나의 임금이여
드릴 것은 상처뿐이어도
어둠에 숨지지 않고
섬겨 살기 원이옵니다

 

 

슬픈날의 편지-이해인

모랫벌에 박혀 있는 
하얀 조가비처럼 
내 마음속에 박혀 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떤 슬픔 하나 
하도 오래되어 정든 슬픔 하나는 
눈물로도 달랠 길 없고 
그대의 따뜻한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습니다

내가 다른 이의 슬픔 속으로 
깊이 들어갈 수 없듯이 
그들도 나의 슬픔 속으로 
깊이 들어올 수 없음을 
담담히 받아들이며 
지금은 그저 
혼자만의 슬픔 속에 머무는 것이 
참된 위로이며 기도입니다

슬픔은 오직 
슬픔을 통해서만 치유된다는 믿음을 
언제부터 지니게 되었는지 
나도 잘 모르겠습니다

사랑하는 이여 
항상 답답하시겠지만 
오늘도 멀찍이서 지켜보며 
좀 더 기다려 주십시오

이유없이 거리를 두고 
그대를 비켜가는 듯한 나를 
끝까지 용서해 달라는 
이 터무니 없음을 용서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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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장미-이해인

하늘은 고요하고
땅은 향기롭고
마음은 뜨겁다

6월의 장미가
내게 말을 건네 옵니다.

사소한 일로
우울할 적마다
'밝아져라'
'맑아져라'
웃음을 재촉하는 장미

삶의 길에서
가장 가까운 이들이
사랑의 이름으로

무심히 찌르는 가시를
다시 가시로 찌르지 말아야
부드러운 꽃잎을 피워낼 수 있다고

누구를 한번씩 용서할 적마다
싱싱한 잎사귀가 돋아난다고

6월의 넝쿨장미들이
해 아래 나를 따라오며
자꾸만 말을 건네옵니다

사랑하는 이여
이 아름다운 장미의 계절에

내가 눈물 속에 피워 낸
기쁨 한 송이 받으시고
내내 행복하십시오

 

 

6월엔 내가-이해인

숲 속에 나무들이
일제히 낯을 씻고
환호하는 6월

6월엔 내가
빨갛게 목타는
장미가 되고

끝없는 산향기에
흠뻑 취하는
뻐꾸기가 된다

생명을 향해
하얗게 쏟아버린
아카시아 꽃타래

6월엔 내가
사랑하는 이를 위해
더욱 살아

산기슭에 엎디어
찬 비 맞아도 좋은
바위가 된다

 

 

유월의 숲에는-이해인

초록의 희망을 이고
숲으로 들어가면

뻐꾹새
새 모습은 아니 보이고
노래 먼저 들려오네

아카시아꽃
꽃 모습은 아니 보이고
향기 먼저 날아오네

나의 사랑도 그렇게
모습은 아니 보이고


먼저와서
나를 기다리네

눈부신 초록의
노래처럼
향기처럼

나도
새로이 태어나네 

유월의 숲에 서면
더 멀리 나를 보내기 위해
더 가까이 나를 부르는 당신

 

 

6월 나의 예수-이해인 

삶에 지치고 아픈 사람들이 
툭하면 내게 와서 묻는다. 

예수가 어디에 계시냐고 
찾아도 아니 보인다고 

오랜 세월 
예수를 사랑하면서도 
시원한 답을 줄 수 없어 
답답한 나는 목이 메인다. 

예수의 마음이 닿는 
마음마다 눈물을 흘렸으며 
예수의 발길이 닿는 곳마다 
사랑의 불길이 타올랐음을 
보고 듣고 알면서도 
믿지는 못하는 걸까 

그는 오늘도 
소리 없이 움직이는 순례자 
멈추지 않고 걸어 다니는 
사랑의 집 

나의 예수를 어떻게 설명할까 
말보다 강한 사랑의 삶을 
나는 어떻게 보여주어 
예수를 믿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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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시아꽃-이해인

향기로 숲을 덮으며
흰 노래를 날리는
아카시아꽃

가시 돋친 가슴으로
몸살을 하면서도

꽃잎과 잎새는
그토록
부드럽게 피워 냈구나

내가 철이 없어
너무 많이 엎질러 놓은
젊은날의 그리움이

일제히 숲으로 들어가
꽃이 된 것만 같은
아카시아꽃

 

 

치자꽃-이해인

눈에 익은
어머니의
옥양목 겹저고리

젊어서 혼자된
어머니의 멍울진 한을
하얗게 풀어서
향기로 날리는가

"얘야, 너의 삶도
이처럼 향기로우렴

어느날
어머니가
편지 속에 넣어 보낸
젖빛 꽃잎 위에

추억의 유년이
흰 나비로 접히네

 

 

튤립-이해인

가까이 다가서면
피아노 소리가
들릴 것만 같은
튤립

무엇을
숨겨 둔 것일까?

항상 다는 펼치지 않고
조심스레 입 다문 모습이
더욱 황홀하여라

슬픔 중에도
네 앞에선
울 수 없구나

어둠과 우울함은
빨리 떨쳐 버리라며

가장 환한
웃음의 불을 켜서
내게 당겨 주는 꽃

 

 

라일락-이해인

바람 불면
보고 싶은
그리운 얼굴

빗장 걸었던 꽃문 열고
밀어내는 향기가
보랏빛, 흰빛
나비들로 흩어지네

기쁨에 취해
어지러운 나의 봄이
라일락 속에 숨어 웃다
무늬 고운 시로 날아다니네

 

꽃과 나


예쁘다고
예쁘다고
내가 꽃들에게
말을 하는 동안
꽃들은 더 예뻐지고

고맙다고
고맙다고
꽃들이 나에게
인사하는 동안
나는 더 착해지고

꽃물이 든 마음으로
환히 웃어보는
우리는
고운 친구

 

꽃밭에서/이해인

내가
고운 말 한번씩 할 적마다
고운 잎사귀가
하나씩 돋아난다고

꽃나무들이
나를 보고 환히 웃어

나도 꽃이 되기로 했지
나도 잎이 되기로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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