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시/이해인

풀잎은 풀잎대로
바람은 바람대로
축복의 서정시를 쓰는 오월

하늘이 잘보이는 숲으로 가서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게 하십시오.

피곤하고 산문적인 일상의 짐을 벗고
당신의 샘가에서 눈을 씻게 하십시오.

물오른 수목처럼 싱싱한 사랑을
우리의 가슴속에 퍼올리게 하십시오

말을 아낀 기도속에 접어둔 기도가
한송이 장미로 피어나는 오월
호수에 잠긴 달처럼 고요히 앉아
불신했던 날들을 뉘우치게 하십시오.

은총을 향해 깨어있는 지고한 믿음과
어머니의 생애처럼 겸허한 기도가
우리네 가슴속에 물 흐르게 하십시오.

구김살 없는 햇빛이
아낌없이 축복을 쏟아내는 오월
어머니 우리가 빛을 보게 하십시오

 

 

5월을 드립니다/오광수

당신 가슴에
빨간 장미가 만발한
5월을 드립니다.

5월엔
당신에게 좋은 일들이 생길 겁니다
꼭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왠지 모르게
좋은 느낌이 자꾸 듭니다.

당신에게 좋은 일들이
많이 많이 생겨나서
예쁘고 고른 하얀 이를 드러내며
얼굴 가득히 맑은 웃음을 짓고 있는
당신 모습을 자주 보고 싶습니다.

5월엔
당신에게 좋은 소식이 있을 겁니다
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왠지 모르게
좋은 기분이 자꾸 듭니다.

당신 가슴에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담긴
5월을 가득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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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위하여 - 천상병

겨울만 되면
나는 언제나
봄을 기다리며 산다

입춘도 지났으니
이젠 봄기운이 화사하다

영국의 시인 바이런도
겨울이 오면
봄이 멀지 않다고 했는데
내가 어찌 이 말을 잊으랴?

봄이 오면
생기가 돋아나고
기운이 찬다

봄이여 빨리 오라!


해마다 봄이 되면 - 조병화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땅 속에서, 땅 위에서
공중에서

생명을 만드는 쉼 없는 작업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생명을 생명답게 키우는 꿈

봄은 피어나는 가슴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오,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나뭇가지에서, 물 위에서,
둑에서 솟는 대지의 눈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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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시작하는 3월

모진풍파 속에서도

꽃은피고 봄은 옵니다

 

요즘 우리 모두 힘들지만

자연은 말없이 우리 곁에

봄을 알리고

봄 꽃들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꽃이 피는건

희망을 신호입니다.

 

모진풍파 속에서도

인내와 지혜로

삶을 헤쳐 나온 우리 민족

 

우리민족은 세계에서

가장 고난을 잘 극복하는

위대한 민족입니다.

 

어려움으로 힘들어하는

모든 사람들이

잘 견뎌 내시길 바라며

 

하루 빨리 코로나 19가 물러나고

희망과 도전으로

한걸음 더 도약하는

우리가 되길 빌어 봅니다.

 

이 어려운 시기가 빨리 지나가고

활기넘치는 세상이 되길

진심으로 기원해 봅니다.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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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 정연복 시인

일년 열두 달 중에
제일 키가 작지만

조금도 기죽지 않고
어리광을 피우지도 않는다

추운 겨울과
따뜻한 봄을 잇는

징검다리 역할
해마다 묵묵히 해낸다.

겨울이 아무리 길어도
기어코 봄은 찾아온다는 것

슬픔과 고통 너머
기쁨과 환희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그리 길지 않음을
가만가만 깨우쳐 준다.

이 세상의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이여

나를 딛고 
새 희망 새 삶으로 나아가라고

자신의 등 아낌없이 내주고
땅에 바싹 엎드린

몸집은 작아도 마음은
무지무지 크고 착한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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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해야 솟아라
    -시인 김병근-

검푸는 동해
찬바람 에일 듯 일어나고

출렁이는 너울 속
한 마리 갈매기 해를 낚는다.

여명은
여의주 같은 영롱한 새날을 낳고

홍시 같은 해가
광활한 바다를 뚫고 솟아오른다.



끓어오르는 붉음
피어나는 요정의 꽃이여

황금빛 속살은
지나온 삶의 애환 태우고 또 태운다.

청명한 대기 속으로 융화하듯 녹아드는
저 장엄한 풍광 대자연이 빚은 천하의 걸작품

불타 오르는 태양의 광명
육신의 오장육부 파고들어

찬란한 희망과 용기가
힘찬 기운되어 퍼덕거린다.

일출의 장엄한
선혈 같은 붉은빛 황금 햇살은

오로라처럼 피어올라
새날의 가슴에 오롯이 용트림하니

해야 솟아라.
붉은 해야 솟아라
희망의 붉은 해야 솟아올라라

 

희망가/시인 문병란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는 헤엄을 치고

눈보라 속에서도
매화는 꽃망울을 튼다.

절망 속에서도
삶의 끈기는 희망을 찾고

사막의 고통 속에서도
인간은 오아시스의
그늘을 찾는다.

눈 덮인 겨울의
밭고랑에서도
보리는 뿌리를 뻗고

마늘은 빙점에서도
그 매운 맛 향기를 지닌다.

절망은 희망의 어머니
고통은 행복의 스승

시련 없이 성취는 오지 않고
단련 없이 명검은
날이 서지 않는다.

꿈꾸는 자여,
어둠 속에서 멀리
반짝이는 별빛을 따라
긴 고행길 멈추지 말라.

인생항로
파도는 높고

폭풍우 몰아쳐
배는 흔들려도

한 고비 지나면
구름 뒤 태양은 다시 뜨고

고요한 뱃길 순항의
내일이 꼭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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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기도 - 시인 목필균

마지막 달력을 벽에 겁니다.

 

얼굴에 잔주름 늘어나고

흰 머리카락이 더 많이 섞이고

마음도 많이 낡아져가며

무사히 여기까지 걸어왔습니다.

 

한 치 앞도 모른다는 세상살이

일 초의 건너뜀도 용서치 않고

또박또박 품고 온 발자국의 무게

여기다 풀어놓습니다.

 

재 얼굴에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는

지천명으로 가는 마지막 한 달은

숨이 찹니다.

 

겨울 바람 앞에도 붉은 입술

감추지 못하는 장미처럼 질기게도

허욕을 쫓는 어리석은 나를

묵묵히 지켜보아 주는 굵은 나무들에게

올해 마지막 반성문을 써 봅니다.

 

추종하는 신은 누구라고 이름짓지 않아도

어둠 타고 오는 아득한 별빛 같이

날마다 몸을 바꾸는 달빛 같이 때가 되면

이별할 줄 아는 사람이 되겠다는

마음의 기도로 12월을 벽에 겁니다.

 

12월의 기도 - 시인이해인 수녀님

또 한해가 가 버린다고
한탄하며 우울해 하기 보다는
아직 남아 있는 시간들을 
고마워 하는 마음을 지니게 해 주십시오

한 해 동안 받은
우정과 사랑의 선물들
저를 힘들게 했던 슬픔까지도
선한 마음으로 봉헌 하며
솔방울 그려진 감사 카드 한장
사랑하는 이들에게
띄우고 싶은 12월

이제 또 살아야지요
해야 할 일들 곧 잘 미루고
작은 약속을 소홀히 하며
나에게 마음 닫아 걸었던
한 해의 잘못을 뉘우치며
겸손히 길을 가야 합니다
같은 잘못을 되풀이 하는 제가
올해도 밉지만
후회는 깊이 하지 않으렵니다

나를 키우는데 모두가 필요한
고마운 시간들이여
진정 오늘 밖에 없는 것처럼
시간을 아껴 쓰고
모든 이를 용서 하면
그것 자체가 행복일텐데
이런 행복까지도
미루고 사는
저의 어리석음을 용서 하십시오

보고 듣고 말 할것
너무 많아 멀미 나는 세상에서
항상 깨어 살기 쉽지 않지만
눈은 순결하게
마음은 맑게 지니도록
고독해도 빛나는 노력을
계속하게 해 주십시오

12월엔 묵은 달력을 떼어 내고
새 달력을 준비 하며
조용히 말 하렵니다
가라, 옛날이여
오라, 새 날이여
나를 키우는 데 모두가 필요한 
고마운 시간 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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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처럼 살라는 것은/좋은글

물은 흐르다 막히면 돌아가고

갇히면 채워주고 넘어갑니다

 

물은 빨리 간다

뽐내지 않고 늦게 간다

안타까워하지 않습니다

 

물은 자리를 다투지 않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더불어 함께 흐릅니다

 

물은 흘러온 만큼 흘려보내고

흘러간 만큼 받아들입니다

 

물처럼 살라는 것은

막히면 돌아가고

갇히면 나누어주고 가라는 것입니다

 

물처럼 살라는

것은 빨리 간다 늦게 간다

조급해 말고 앞선들 뒤선들

개념치 말라는 것입니다

 

물처럼 살라는 것은

받은 만큼 나누고 나눈 만큼

받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흐르는 물 못내 아쉽다고

붙잡아 가두면

언젠가는 넘쳐가듯

 

가는 세월 못잊어 붙잡고

있으면 그대로 마음의 짐이 되어

고통으로 남는답니다

 

물처럼 살라는 것은

미움도 아픔도 물처럼

그냥 흘려 보내라는 것입니다

 

물처럼 살라는 것은

강물처럼 도도히 흐르다

바다처럼 넓은 마음을

가지라는 것입니다

 

---좋은글 좋은시---365좋은글귀!!

 

 

맑은 인연/이주연

 

이 가을엔 맑은 영혼을 가진

인연하나 내 곁에 두고 싶다

 

퇴색으로 물드는 가을 앞에서

옷깃을 쓸어 올리며

국화향 가득한 찻잔을 마주하고

 

살랑이는 마른 강아지 풀처럼

풋풋한 가을 냄새 풍겨내는

그런 사람이 그리워진다

 

살사꽃 하늘대는 몸짓을 보며

흔들림에 함께 입을 맞추는

행복한 미소가 넘치는 사람

 

쪽빛 하늘 맑음처럼

똑똑 떨어지는 새벽 물방울 소리를

풍겨내는 그런 사람이 그리워진다

 

찻잔을 마주한 얼굴에

향내가 배여 푸른 솔내를 태우듯

진솔한 향기를

오래도록 느끼고 싶어지는 사람

 

이 가을엔

그런 사람이 너무도 그리워진다

 

산허리 휘도록 찰랑이는

은빛 억새처럼 초라하지 않게

바람에 흔들리고

기품있는 영혼을 지닌 아름다운 사람

 

이 가을에

나는 억새처럼 꽉 찬 속을

향기로 품는 그런 사람을

텅 빈 가슴으로 맞이하는

파란 하늘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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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엽서 - 안도현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줄 것이 
많다는 듯이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눠주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 게 너무 없다 
할지라도

그대여
가을 저녁 한때
낙엽이 지거든 물어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곳에 있는지를


가을은 고추잠자리 날개를 타고/함동진

강아지풀 살랑일 때
가을은 고추잠자리 날개를 타고

벼포기들은 너 봤니, 너 봤니
다투어 서로 보려다 이삭이 
쑥쑥 자라지요


똘똘 또르르 풀숲 귀뚜리 노래에
매미울음 기세 꺾여 
파란 하늘 높은 하늘 되고

더위에 선잠 보채던 우리 아가 
사르르 조을다
코스모스 닮은 미소 지으며
새근새근 방글방글 단 꿈 꾸어요.



가을의 구도-노천명

바람이 수수밭 사이로
우수수 소리를 치며 설레고

지나는 밤엔 들국화가 
달 아래 유난히 희어 보이고

건너 마을 옷 다듬는 소리에
차가움을 머금었습니다.

친구여 잠깐 우리가 멀리 합시다.
호수 같은 생각에 혼자 가만히
잠겨 보고 싶구료

은행잎 편지 - 김한룡

물 위에 동동
은행 잎 한 잎
띄어 보내자.

이사 간 순이에게
편지 보내자.

네 살던 집 앞마당
은행나무에

요렇게노오란 
가을이 다.

낙엽 - 구르몽

시몬, 나뭇잎새 져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나뭇잎 밟는 발자국 소리가

가을에 - 양성우

슬퍼마라 
우리 다시 기다림의 시를 쓰자

가을은 이미 그릇에 넘치고
보아라 새벽 달도 바람에 우는구나

정든 사람들 모두 길 떠났으니
이 거칠고 마른 나이에
누가 아니 근심하랴.

꿈이 아님에도 오히려 
내 땅에서 낯설고

그러나 허리 굽혀 이삭을 주우며
우리 연가를 부르듯이
기다림의 시를 쓰자.

그리움 - 이명구

오늘은 우체국에 가서 실컷 울어버린 
낙엽을 한아름 소포로 보냈습니다.

멀리 시집간 딸애와,  
모래 바람에 눈 비비며 보초를 
서고 있을 아들놈이
뜨겁게 보고 싶어 한아름 보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내 뒤를 
누가 잡아끌어 뒤를 보면 
아무도 없고

지는 해가 나를 보고 웃으며 
안부를 전한다.
굼벵이도 기어가는 재주가 있다고.

가을 햇볕 - 안도현

가을 햇볕 한마당 고추 말리는 
마을 지나가면 가슴이 뛴다

아가야
저렇듯 맵게 살아야 한다

호호 눈물 빠지며 밥 비벼먹는
고추장도 되고

그럴 때 속을 달래는 찬물의 빛나는
사랑도 되고

아버지의 가을/정호승

아버지 홀로
발톱을 깎으신다

바람도 단풍 든
가을 저녁에

지게를 내려놓고
툇마루에 앉아

늙은 아버지 홀로
발톱을 깎으신다

하얀 들꽃 같은 당신/오광수

마음 속이지 마세요.
하얀 들꽃 같은 작은 손이
지금
파르르 떨림을 아세요?

억지로 무심한 척 하지마세요.
계단을 오르는 발걸음이
지금
흔들리고 있습니다.

빨간 계절 같은 마음으로
제게 다가오세요.
당신이 타고 갈
하얀 배가되어 기다립니다.

흘러가는 저 구름에게
미련들은 다 맡기고
이제 노란 낙엽 밟으며
그렇게 오세요.

내 마음은 당신을 향해
닻을 올렸습니다.
당신이 가리키는 대로
배를 띄우렵니다.

마음 속이지 마세요.
눈가에 맺힌 하얀이슬이
지금
내 마음에 바다가 되었습니다.

가을에 비가 오는 까닭은/오광수

가을에 비가 오는 까닭은
님의 얼굴 잊지말라는 뜻입니다.

눈에는 보이지 않아도
나를 향해 있을 님의 눈에는
보고픔이 하나 가득 눈물이 되어

이렇게 하늘 구름 따라
내 앞에서 내리기 때문입니다.

가을에 비가 오는 까닭은
님의 목소리 잊지말라는 
뜻입니다.

귀에는 들리지 않아도
나를 위해 부르시는 님의 노래는

그리운 맘 하나 가득 빗소리 되어
이렇게 하늘 바람 따라
내 앞에서 들리기 때문입니다.

가을에 비가 오는 까닭은
님의 마음을 잊지말라는 
뜻입니다.

손을 잡고 있진 않아도
나를 항상 찾는 님의 손길이

기다리는 마음 가득 사랑이 되어
이렇게 하늘 빗물 따라
내 맘에서 흐르기 때문입니다.

가을이 되면/오광수

가을이 되면
훨 훨 그냥 떠나고 싶습니다

누가 기다리지 않더라도
파란 하늘에 저절로 
 마음이 열리고

울긋 불긋 산 모양이 전혀 
낯설지 않는
그런 곳이면 좋습니다

가다가 가다가 목이 마르면
노루 한마리 목 추기고 지나갔을
옹달샘 한 모금 마시고

망개열매 빨갛게 익어가는 
숲길에 앉아
이름 모를 새들의 노래 들으며
반쯤은 졸아도 좋을 것을,

억새 꺾어 입에 물고 하늘을 보면
짓궂은 하얀 구름이
그냥 가질 않고

지난날 그리움들을 그리면서
숨어있던 바람불러  향기 만들면
코스모스는 
그녀의 미소가 될겁니다

가을이 되면  텅 비어있던 
가슴 한쪽이 문을 열고
나 혼자의 오랜 그리움에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기다림이 되어
그렇게 그렇게
어디론가  훨 훨 떠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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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 최강림 시인

어머니,
오늘은
당신의 치마폭에서
달이 뜨는 날입니다.

아스라한 황톳길을 돌아
대 바람에 실려온
길 잃은 별들도
툇마루에 부서지는
그런 날입니다.

미랍처럼 곱기만 한 햇살과
저렇듯 해산달이 부푼 것도
당신이 살점 떼어 내건
등불인 까닭입니다

새벽이슬 따 담은
정한수 한 사발로도
차례 상은 그저
경건한 풍요로움입니다.

돌탑을 쌓듯
깊게 패인 이랑마다
일흔 해 서리꽃 피워내신
신앙 같은 어머니,

 

한가위 - 공재동 시인
         
미루나무 가지 끝에
초승달 하나
걸어 놓고

열사흘 
시름시름
밤을 앓던
기다림을

올올이
풀어 내리어
등을 켜는 보름달

 

송편 - 최병엽 시인

보송보송한 쌀가루로
하얀 달을 빚는다
한가위 보름달을 빚는다.

풍년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하늘신께 땅신께
고수레
고수레 - 하고

햇솔잎에 자르르 쪄낸
달을 먹는다.

쫄깃쫄깃한
하얀
보름달을 먹는다.

추석날 아침에 - 황금찬 시인

고향의 인정이
밤나무의 추억처럼
익어갑니다.

어머님은
송편을 빚고
가을을 그릇에 담아
이웃과 동네에
꽃잎으로 돌리셨지

대추보다 붉은
감나무잎이
어머니의
추억처럼
허공에
지고 있다

 

추석 - 오상순 시인
        (1894-1963)

추석이 임박해 오나이다
어머니!
그윽한 저.....
비밀의 나라에서
걸어오시는 어머니의
고운 발자국소리
멀리서 어렴풋이
들리는 듯 하오이다.

 

추석 전날 달밤에 송편 빚을 때
     --서정주 시인--(1915-2000)

추석 전날 달밤에 마루에 앉아
온 식구가 모여서 송편 빚을 때
그 속에 푸른 풋콩 말아넣으면
휘영청 달빛은 더 밝아 오고
뒷산에서 노루들이 좋아 울었네.

"저 달빛엔 꽃가지도 휘이겠구나!"

달 보시고 어머니가 한마디하면
대수풀에 올빼미도 덩달아 웃고
달님도 소리내어 깔깔거렸네.

 

추석 지나 저녁때 - 나태주 시인

남의 집 추녀 밑에
주저앉아 생각는다
날 저물 때까지

그때는 할머니가 옆에
계셨는데
어머니도 계셨는데
어머니래도 젊고 이쁜
어머니가 계셨는데

그때는 내가 바라보는
흰 구름은 눈부셨는데
풀잎에 부서지는 바람은
속살이 파랗게
떨리기도 했는데

사람 많이 다니지 않는
골목길에 주저앉아 생각는다

달 떠 올 때까지

달빛기도 - 이해인 수녀님
 
너도 나도
집을 향한 그리움으로
둥근 달이 되는 한가위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이

달빛처럼 순하고 
부드럽기를

우리의 삶이
욕심의 어둠을 걷어내
좀 더 환해지기를

모난 미움과 편견을 버리고
좀더 둥글어지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하려니

하늘보다 내 마음에
고운 달이 먼저 뜹니다.

한가위 달을 마음에 
걸어두고

당신도 내내 행복하세요.
둥글게!

추석 달을 보며 - 문정희 시인

그대 안에는
아무래도 옛날 우리 어머니가
장독대에 떠놓았던 정한수 속의
그 맑은 신이 살고 있나 보다.

지난 여름 모진 홍수와
지난 봄의 온갖 가시덤불 속에서도
솔 향내 푸르게 배인 송편으로
떠올랐구나

사발마다 가득히 채운 향기
손바닥이 닳도록
빌고 또 빌던 말씀

참으로 옥양목같이 희고 맑은
우리들의 살결로 살아났구나.
모든 산맥이 조용히 힘줄을 세우는
오늘은 한가윗날.

헤어져 그리운 얼굴들 곁으로
가을처럼 곱게 다가서고 싶다.

가혹한 짐승의 소리로
녹슨 양철처럼 구겨 버린
북쪽의 달, 남쪽의 달
이제는 제발
크고 둥근 하나로 띄워 놓고

나의 추석 달은
백동전 같이 눈부신 이마를 번쩍이며
밤 깊도록 그리운 얘기를 나누고 싶다.

고유의 명절 한가위 -전영애 시인

동심의 그리운 시절
철없이 명절 되면
새옷 사 주지 않을까
냉가슴 앓던 그리움
새록새록
피어나는 까닭은
세월 흐른 탓이겠지

디딤 방앗간 분주하고
불린 쌀 소쿠리에 담아
아낙 머리 위에 얹고
동네방네 시끌벅적
잔치 분위기 된 추석명절이었다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산과 들녘의 풍경
땀 흘린 보람
누렇게 익어가는 곡식

장작불 지피고 
솥뚜껑 위 지짐 부치는 냄새
채반 위 가지런히 장식해 낸다.

팔월 한가위 - 반기룡 시인

길가에 풀어놓은
코스모스 반가이 영접하고
황글물결 일렁이는
가을의 들녘을 바라보며
그리움과 설레임이
밀물처럼 달려오는
시간이었으면 합니다.

한동안 뜸했던
친구와 친지, 친척 만나보고
모두가 어우러져
까르르 웃음 짓는 희망과 기쁨이
깃발처럼 펄럭이는
그런 날이었으면 합니다.

꽉 찬 보름달처럼 풍성하고
넉넉한 인심과 인정이 샘솟아
고향길이 아무리 멀고 힘들지라도
슬며시 옛 추억과 동심을 불러내어
아름다운 상상의 나래를
활짝 펼 수 있는 의미 있고 소중한
팔월 한가위이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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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 조병화 시인

어려운 학업을 마친 소년처럼
가을이 의젓하게 돌아오고 있습니다

푸른 모자를 높게 쓰고
맑은 눈을 하고 청초한 얼굴로
인사를 하러 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참으로 더웠었지요'하며

먼 곳을 돌아돌아
어려운 학업을 마친 소년처럼
가을이 의젓하게 높은 구름의 
고개를 넘어오고 있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김준엽 시인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물어볼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을 사랑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가벼운 마음으로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열심히 살았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맞이하고 있는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하며 살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일이 
없었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 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사람들을 상처 주는 말과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삶이 아름다웠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기쁘게 대답할 수 있도록 
내 삶의 날들을 기쁨으로 아름답게 
가꾸어 가야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어떤 열매를 얼마만큼 맺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도록
내 마음 밭에 좋은 생각의 씨를 뿌려 놓아 
좋은 말과 좋은 행동의 열매를 
부지런히 키워야 하겠습니다.

 

노을빛 풍경 -시인 정광회 

어느 날 바람처럼 날아간 그 자리에
매듭처럼 지워지지 않는 너
첫사랑 같은 그리움에 빠져
서녘 하늘을 벌겋게 달구어 놓았는가.

그리움으로 훌쩍 커버린 사람
거북이 등처럼 갈라진 추억
그 사람 생각하니
구름 한 조각 백년같이 떠 있구나

마음 한 구석에 뚫린 상처의 숲은
사라지지도 무너지지도 않은 추억들로
하얗게 바랜 수첩속에
여기저기 회색으로 묻어있는 기억인가

포기하지 못하고
세세하게 가지를 치고 덧칠을 하고
수수께끼처럼 닦아서는 그림자 하나
하얀 흔적으로 둥둥 떠 서성인다.

 

가을의 詩
회상(回想)/이인혁 시인

언제부터인가
세상은 너무 빨리 변하기 시작한다.

갈바를 알지 못하고
방황으로 시작하던 계절은 끝나고
세상이 아름답다고 말하는 가을이네.

죽네, 사네 사랑한다면서
한 마음으로 사랑하기 어려워
모두들 신음(呻吟)했었고

더위에 지쳐
세상을 두려움으로 지낼때가
엊그제 같은데

생명을 변화시키는 힘으로
다가오는 계절은 가을이네.

산다는 것은
들녘에 무르익는 열매같은 것
가을산에 물들어 가는 단풍잎같은 것

언제부터인가
세상의 모든 마음들이 변하기 시작한다.

 

가을 단상 - 용혜원

단 하나의 낙엽이 떨어질 때부터
가을은 시작하는 것

우리들 가슴은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에
거리로 나서고

외로움은 외로움 대로
그리움은 그리움 대로
낙엽과 함께 날리며 갑니다.

사랑은 계절의 한 모퉁이
공원 벤취에서 떨리는 속삭임을 하고
만남은 헤어짐을 위하여 마련되듯

우리들의 젊은 언어의 식탁엔
몇 가지 논리가 열기를 발산할 것입니다.

가을이 푸른 하늘로 떠나갈 무렵
호주머니 깊이 두 손을 넣은 사내는

어느 골목을 돌며 외투깃을 올리고
여인들은 머플러 속에 
얼굴을 감추고 떠날 것입니다.

모든 아쉬움은 탐스런 열매들을 보며
잊혀져가고 초록빛들이 사라져갈 무렵
거리엔 빨간 사과들이 등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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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이 오면 - 안도현

 

그대 9월이 오면

9월의 강가에 나가

강물이 여물어 가는 소리를 듣는지요

 

뒤따르는 강물이 앞서가는 강물에게

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밀어주면

앞서가는 강물이 알았다는 듯

한번 더 몸을 뒤척이며

물결로 출렁 걸음을 옮기는 것을

 

그때 강둑 위로

지아비가 끌고 지어미가 미는 손수레가

저무는 인간의 마음을 향해 가는 것을

 

그대 9월의 강가에서 생각하는지요

강물이 저희끼리만 속삭이며

바다로 가는 것이 아니라

젖은 손이 닿는 곳마다 골고루

숨결을 나누어 주는 것을

 

그리하여 들꽃들이 피어나

가을이 아름다워지고 우리 사랑도

강물처럼 익어가는 것을

 

그대 사랑이란

어찌 우리 둘만의 사랑이겠는지요

 

그대가 바라보는 강물이

9월 들판을 금빛으로 만들고 가듯이

사람이 사는 마을에서 사람과 더불어

몸을 부비며 우리도 모르는

남에게 남겨줄

그 무엇이 되어야 하는 것을

 

9월이 오면

9월의 강가에 나가

우리가 따뜻한 피로 흐르는

강물이 되어 세상을 적셔야 하는 것을

 

 

9월 - 목필균

9월이 오면
앓는 계절병

혈압이 떨어지고
신열이 오르고

고단하지 않은 피로에
눈이 무겁고

미완성된 너의 초상화에
덧칠하는 그리움

부화하지 못한
애벌레로 꿈틀대다가

환청으로 귀뚜리 소리
품고 있다.


9월 - 오세영

코스모스는
왜 들길에만 피는 것일까
아스팔트가
인간으로 가는 길이라면
들길은 하늘로 가는 길

코스모스 들길에서 문득
죽은 누이를 만날 것만 같다.

피는 꽃이 지는 꽃을 만나듯
9월은 그렇게
삶과 죽음이 자 나치는 달

코스모스 꽃잎에서 항상
하늘 냄새가 난다

문득 고개를 들면
벌써 엷어지기 시작하는 햇살

태양은 황도에서 이미 기울었는데
코스모스는 왜
꽃이 지는 계절에 피는 것일까

사랑이 기다림에 앞서듯
기다림은 성숙에 앞서는 것

코스모스 피어나듯 
9월은 그렇게
하늘이 열리는 달이다. 

 

9월의 코스모스 - 이세종

가는 바람에도
꽃잎 입술에 꼭 물고 서서
분홍빛 하얀빛 곱게 물들이고
긴 대에 매달려 9월을 
기다리는 코스모스

은은하게 잊는 듯 없는 듯
향기 바람에 전하며
고운 미소 가득 담은 
키다리 코스모스

벌써 물 가득한 몽우리 열고
9월을 맞이하려 곱게 
단장하였구나

하늘 가득한 고추잠자리
너를 반기며 바람 노래 부르고
고운 모습 시샘하듯

성급한 나뭇잎 조금씩 
단풍 물들이며

9월을 노래하며
한 것 목청 다듬는 소리

붉게 물들인 체 9월을 
준비하는 하늘은

알알이 영글어 가는 들녘에
스러진 8월에 
긴 그림자 드리우며

하늘 깊숙이 열매 달고 
보듬어줄 9월의 코스모스 
너에 고운 손길 기다린다

 

9월에는 - 김홍성

9월은 화가처럼 예쁜 그림을
가슴으로 그리고 고운 색깔로
하나하나 채워 가는 마음속에
화가 하나 두고 있습니다

쓸쓸히 떨어지는 낙엽을
밟으며 사랑파란 하늘에 맑은
눈물 하나 담고 싶은 가을 향기
가득하고 풍성한 9월입니다.

9월엔 사랑을 하세요
쏟아질 듯 그렁그렁한 별빛과
한 여름에 사랑을 속삭이던
풀벌레들의 아름다운 언어들이
9월의 아름다운 시가 될 것입니다.

풍성한 오곡백과가 무르익어 가고
부족했던 마음은 넉넉한 보름달이
그늘진 곳까지 밝혀주며
강강술래 가락에 밝고 동그란
보름달이 자꾸만 차 오릅니다.


9월의 가을을 느끼며 - 김영국

높아만 가는
파란 하늘빛이 어찌나 고운지

새하얀 새털구름이 시샘하듯
우아하게 뽐내듯이 날갯짓을 하고

부끄러운 듯 하늘거리는
코스모스의 가녀린 꽃대엔
연분홍 치마저고리 걸치고

수줍은 미소를 보내오는 
모습을 보니
가을이 성큼 다가옴을 
느낍니다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는 
들녘에는
알알이 익어가는 나락

동구 밖 과수원에는
탐스럽게 속을 꽉 채우는 실과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을 닦아내는
농부의 입가에는 
흐뭇한 미소가 흐르고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 
산들산들 불어오는 
가을바람의 연주 속에

빨간 고추잠자리 
어여쁘게 춤을 추며
풍요로운 가을을 노래합니다.

 

9월의 기도 - 이해인

저 찬란한 태양
마음의 문을 열어
온몸으로 빛을 느끼게 
하소서

우울한 마음
어두운 마음
모두 지워버리고

밝고 가벼운 마음으로
9월의 길을 나서게 하소서

꽃 길을 거닐고
높고 푸르른 하늘을 
바라다보며

자유롭게 비상하는
꿈이 있게 하소서

꿈을 말하고
꿈을 쓰고
꿈을 춤추게 하소서

이 가을에
떠나지 말게 하시고
이 가을에
사랑이 더 깊어지게 
하소서

 

고사모사(高士慕師)꽃
코스모스 - 조정권(1949~2017)

십삼촉보다 어두운 가슴을
안고 사는 이 꽃을
고사 모사(高士慕師) 꽃이라
부르기를 청하옵니다.

뜻이 높은 선비는
제 스승을 홀로 사모한다는
뜻이오나

함부로 절을 하고 엎드리는
다른 무리와 달리, 

이 꽃은 제 뜻을 높이되
익으면 익을수록
머리를 수그리는 꽃이옵니다.

눈감고 사는 이 꽃은
여기저기 모여 피기를 꺼려
저 혼자 한 구석을 찾아

구석을 비로소 구석다운 
분위기로 이루게 하는
고사 모사(高士慕師) 꽃이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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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사이의 간격-우종영

사람들은 말한다
사람 사이에 느껴지는
거리가 싫다고...

하지만 나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적당한 간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에게는
저마다 오로지 혼자
가꾸어야 할 자기 세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 떨어져 있어서
빈 채로 있는

그 여백으로 인해
서로 애틋하게 
그리워 할 수 있게 된다

구속하듯
구속하지 않는 것,
그것을 위해
서로 그리울 정도의
간격을 유지하는 일은

정말
사랑하는 사이일수록
필요하다

너무 가까이 다가가서
상처 주지 않는,
그러면서도 서로의 존재를
늘 느끼고 바라볼 수 있는

그정도의 간격을 유지하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나는
나무들이 올 곧게 잘 자라는데
필요한 이 간격을
"그리움의 간격"이라고 부른다

서로의
체온을 느끼고 바라볼 수는 있지만

절대 간섭하거나 구속할 수 없는 거리,

그래서
서로 그리워 할 수 밖에 없는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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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향기가 머무는 곳/좋은글 中

가정을 이루는 것은
의자와 책상과 소파가 아니라
그 소파에 앉은
어머니의 미소입니다.

가정을 이룬다는 것은
푸른 잔디와 화초가 아니가
그 잔디에서 터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입니다.

가정을 이루는 것은
자동차나 식구가 드나든는
장소가 아니라
사랑을 주려고 그 문턱으로 들어오는
아빠의 설레이는 모습입니다.

가정을 이루는 것은
부엌과 꽃이 있는 식탁이 아니라
정성과 사랑으로 터질 듯한
엄마의 모습입니다.

가정을 이루는 것은 자고 깨고 나가고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애정의 속삭임과 이해의 만남입니다.

행복한 가정은
사랑이 충만한 곳입니다.
바다와 같이 넓은 아빠의 사랑과
땅처럼 다 품어내는 엄마의 사랑 있는 곳
거기는 비난보다는 용서가
주장보다는 이해와 관용이 우선되며
항상 웃음이 있는 동산이 가정입니다.

가정이란
아기의 울음소리와
어머니의 노래가 들리는 곳

가정이란
따뜻한 심장과
행복한 눈동자가 마주치는 곳

가정이란
서로의 성실함과
우정과 도움이 만나는 곳

가정은
어린이들의 첫 교육의 장소이며
거기서 자녀들은 무엇이 바르고
무엇이 사랑인지를 배웁니다.

상처와 아픔은 가정에서 싸매지고
슬픔은 나눠지고 기쁨은 배가 되며
어버이가 존경받는 곳
왕궁도 부럽지 않고
돈도 그다지 위세를 못 부리는
그렇게 좋은 곳이 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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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란지교를 꿈꾸며 - 유안진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잔을 마시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입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 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을
친구가
우리 집 가까이에 있었으면 좋겠다

비 오는 오후나, 눈 내리는 밤에도
고무신을 끌고 찾아가도 좋은 친구
밤 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놓고 보일 수 있고
악의없이 남의 얘기를 주고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은 친구가 .......

사람이 자기 아내나 남편, 
형제나 제자식하고만 사랑을 나눈다면
어찌 행복해 질 수 있으랴
영원이 없을수록 영원을 꿈꾸도록
서로 돕는 진실한 친구가 필요하리라

그가 여성이어도 좋고 남성이어도 좋다
나보다 나이가 많아도 좋고 
동갑이거나 적어도 좋다
다만 그의 인품은 맑은 강물처럼 
조용하고 은근하며 깊고 신선하며 
친구와 인생을 소중히 여길 만큼
성숙한 사람이면 된다

그는 반드시 잘 생길 필요도 없고 
수수하나 멋을 알고 중후한 몸가짐을 
할 수 있으면 된다

때로 약간의 변덕과 신경질을 부려도
그것이 애교로 통할 수 있는 정도면 괜찮고
나의 변덕과 괜한 흥분에도
적절히 맞장구쳐 주고나서
얼마의 시간이 흘러 내가 평온해지거든
부드럽고 세련된 표현으로 
충고를 아끼지 않으면 된다

우리는 흰눈 속 참대 같은 기상을 지녔으나
들꽃처럼 나약할 수 있고
아첨 같은 양보는 싫어하지만
이따금 밑지며 사는 아량도 갖기를 바란다

우리는 명성과 권세, 재력을 중시하지도
부러워하지도 경멸 하지도 않을 것이며
그보다는 자기답게 사는데
더 매력을 느끼려 애쓸 것이다

우리가 항상 지혜롭진 못하더라도
자기의 곤란을 벗어나기 위해
비록 진실일지라도 타인을 팔진 않을 것이며
오해를 받더라도 묵묵할 수 있는 어리석음과
배짱을 지니기를 바란다

우리의 외모가 아름답진 않다해도
우리의 향기만은 아릅답게 지니리라

우리는 시기하는 마음없이 
남의 성공을 얘기하며
경쟁하지 않고 자기 하고 싶은 일을 하되
미친듯이 몰두하게 되길 바란다

우리는 우정과 애정을 소중히 여기되
목숨을 거는 만용은 피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우정은 애정과도 같으며
우리의 애정 또한 우정과도 같아서
요란한 빛깔과 시끄러운 소리도 
피할 것이다

우리는 천년을 늙어도
항상 가락을 지니는 오동나무처럼
일생을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은 
매화처럼
자유로운 제 모습을 잃지 않고
살고자 애쓰며 서로 격려하리라

나는 반닫이를 닦다가 그를 생각할 것이며
화초에 물을 주다가, 안개 낀 창문을 열다가
까닭 없이 현기증을 느끼다가
문득 그가 보고 싶어지면
그도 그럴 때 나를 찾을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우리의 손이 작고 어리어도
서로를 버티어 주는 기둥이 될 것이며
눈빛이 흐리고 시력이 어두워질수록
서로를 살펴주는 불빛이 되어 주리라

그러다가 어느 날이 홀연이 오더라도
축복처럼 웨딩드레스처럼 수의를 입게 되리니
같은 날 또는 다른 날이라도 세월이 흐르거든
묻힌 자리에서 더 고운 품종의 지란이
돋아 피어, 맑고 높은 향기로 다시 만나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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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 - 초연 김 은주 

생각만 해도 미소 짓게 만드는
좋은 사람이 있습니다

음악을 들으면서 그 멜로디를
타고 나에게 오는 기분 좋은 그런
좋은 사람이 있습니다.

열심히 일하고 이마에 땀 닦으며
하늘을 보는 순간 구름 속에
미소 짓는 그런 
좋은 사람이 있습니다.

햇살이 뜨거운 창가에 앉아
햇살의 고마움을 느끼는 순간에도
생각나는 좋은 사람이 있습니다

커피처럼 쓴맛과 단맛을 
다 가지고 있는 나게겐 최고인 
좋은 사람이 있습니다.

커피잔의 따뜻함 처럼 따뜻한 
마음이 고운 언제나 마음 든든한 
좋은 사람이 있습니다.

힘들 때 제일 먼저 전화하고 싶고 
위로받고 싶은 사람 그런 
좋은 사람이 있습니다.

언제나 말은 없지만 
그냥 옆에 있는 것 만으로
좋은 사람이 있습니다.

그렇게 그냥 그냥 좋은 사람이 
나는 정말 좋습니다.

긴 문자 보다 짧은 인사 한 마디에 
마음이 두근 거리는 그런 
좋은 사람이 있습니다.

매일 많은 사람들 중에 
나를 웃게 만드는 사람 
그 사람이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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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가슴에 8월이 오면/이채

한줄기 바람도 없이
걸어가는 나그네가 어디 있으랴


한 방울 눈물도 없이
살아가는 인생이 어디 있으랴

여름 소나기처럼
인생에도 소나기가 있고


태풍이 불고 해일이 일 듯
삶에도 그런 날이 있겠지만

인생이 짧든 길든
하늘은 다시 푸르고


구름은 아무 일 없이 흘러가는데
사람으로 태어나


사람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사람이여
무슨 두려움이 있겠는가

물소리에서 
흘러간 세월이 느껴지고


바다 모래에서
삶의 고뇌가 묻어나는


중년의 가슴에 8월이 오면
녹음처럼 그 깊어감이 아름답노라

 

 

 

 

8월의 시/오세영

8월은
오르는 길을 멈추고 한번쯤
돌아가라는 길을 생각하게 
만드는 달이다.

피는 꽃이 지는 꽃을 만나듯
가는 파도가 
오는 파도를 만나듯

인생이란 가는 것이 
또한 오는것

풀섶에 산나리 초롱꽃이 
한창인데

세상은 온통 초록으로 
법석이는데
  
8월은
정상에 오르기 전 한번쯤
녹음에 지쳐 단풍이 드는
가을 산을 생각하는 달이다.

 

 

 

 

능소화 연가/이해인

이렇게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은
당신이 보고 싶어
내 마음이 흔들립니다

옆에 있는 나무들에게
실례가 되는 줄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가지를 뻗은 그리움이
자꾸자꾸 올라갑니다

저를 다스릴 힘도
당신이 주실 줄 믿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내게 주는
찬미의 말보다
침묵 속에도 불타는
당신의 그 눈길 하나가
나에겐 기도입니다
전 생애를 건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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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 정연복

시간의 바다에 떠 있는
돛단배와 같은
인생살이는 참
파란만장한 항해입니다.

기쁨과 행복의 웃음바다를
통과할 때도 있고

슬픔과 불행의 울음바다를
지날 때도 있습니다.

한순간도 쉼 없이
내 앞에 찾아오는 시간의 파도

오늘만큼은 좀
잔잔하면 참 좋겠습니다.


바다로 가자 - 정연복

하늘에 흰 구름
두둥실 흐르는 날에

세상일 잠시 접고
바다로 가자.

머릿속 복잡한 생각은
딱 내려놓고서

가슴 하나만 챙겨갖고
가까운 바다로 가자.

파도 소리에 
귀는 말끔히 씻어지고

하늘 바다에 푹 잠겨
영혼은 멱을 감으리.


바닷가에서 - 정연복

파도가 치는
평화로운 바닷가에서
 
그림같이 아름다운
한 쌍의 연인

영원한 사랑을 꿈꾸며
백사장에 이름을 새긴다.

하트를 가운데 두고
양쪽에 쓰인

두개의 이름이
밝은 햇살 아래 빛나는데

밀려오는 파도에
사랑의 맹세

휩쓸려 지워지고
흰 거품만 남아 있다.

 


바닷가에서-2-정연복

파도가 밀려오고 밀려가는
바닷가에서

새삼스레 인생살이의
단순한 이치를 배운다.

영원한 기쁨도 영원한 슬픔도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것

지금 슬픔에 젖은 이여
눈물의 홍수에 빠지지 말라

머잖아 반드시
기쁨의 날은 오리니

지금 기쁨에 겨운이여
기쁨의 포로가 되지 말라


기쁨의 저편에
슬픔이 기다리고 있으니.



바닷가에서 -3- 정연복

티끌의
모래알 하나

햇빛 받아
반짝반짝한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아름답고

아무리 작아도 소중하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다고

먼지같이 작은
온몸으로

기쁨에 겨워 노래하는
모래알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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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포도 - 시인 이육사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 단 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 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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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 천상병

 

아침은 매우기분좋다

 

오늘은 시작되고

출발은 이제 부터다

 

세수를 하고 나면

내 할 일을 시작하고

나는 책을 더듬는다

 

오늘은 복이 있을 지어다

 

좋은 하늘에서

즐거운 소식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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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잠 - 정연복

이따금 나무 그늘
아래 있으면

참 좋다
마음이 편안하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기분 상쾌하지만

떡하니 누워 있으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바람소리를 자장가 삼아
스르르 잠이 들면

지상의 천국에
드는 것과 마찬가지다.

싱그러운 초록
이파리들의 품속에서

한숨 자고 일어나면
내 몸이 나무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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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회 - 원태연

 

참으로 오랜만에

당신을 다시 만났습니다.

 

헤어진 그 계절에

다시 만난건 우연이였을까요

 

어쩌면 당신은

모를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헤어진 그날과 똑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는걸

당신은 그 옷을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그즘이면

늘 그 옷을 꺼내 입곤 했지요

소매 끝이 낡은 그 옷,

언젠가 한 번 입어보았던 그옷을

내가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요

 

나는 그 옷을 알아보았고

그뜻으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러자 당신도 고개를 끄덕였죠

 

당신의 그 행동은

내가 왜 고개를 끄덕였는지

당신도 알았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되는 거겠죠?

 

우리는 나란히 걸었습니다

그러다 나는

일부러 걸음을 늦췄습니다

당신의 뒷모습을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당신의 어깨는

한쪽이 조금 기울여 졌거든요

그래서 뒤에서 옷을 제대로

잡아주지 않으면 한쪽으로

기운 어깨선이그대로 드러납니다.

 

우리가 함께 했던

그 시절 당신을 만나면 나는

늘 옷을 바로 잡아주곤 했지요..

 

그때 내 손길이..참 좋다고 말했던

기억 혹시 잊지는 않으셨나요

 

참 이상한건..

당신이 내게 오기 전에도,

그리고 당신이 나를 떠난 후에도,

누구에게든 한번도 해본적 없는

그 행동은,. 당신을 보자마자

저절로 하게 되었다는 겁니다.

 

당신은 얘기를 시작할때면

항상 코를 찡긋하는 버릇이 있었습니다.

언젠가 당신은 참 이상한 일이라고

다른사람과 얘기를 시작할땐 안그러는데

꼭 나에겐 얘기할때 코를

찡긋하게 된다고 말한적이 있어요

 

그 표정이 반가워서

나는 눈물이 날뻔 했습니다.

다시는 못보게 될 줄 알앗던

표정이였으니까요

 

우리는 아무 설명이 없어도

서로의 지난 시간을 이해했습니다

 

그래서 마주보고 아무 얘기없이

한참 미소만 짓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헤어졋던 연인였다는

건 하느님도 알아보지 못햇을겁니다

어쩌면 우린..헤어지지않았던건 아닐까요

 

나는 당신 마음속에

당신은 내 마음속에 항상 살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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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 나태주

 

너 많이 예쁘거라

오래오래 웃고 있거라

 

우선은 너를 위해서

그다음은 나를 위해서

세상을 위해서

 

너 처럼 예쁜 세상

네가 웃고 있는 세상

얼마나 좋은 세상이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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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비 - 박인걸 

나뭇잎 위로 
빗방울 뛰어가는 소리에 

그대 걸어오시던 
발자국 소리가 들립니다 

어느 해 여름 
아직 비는 그치지 않고 

어둠이 내려앉은 거리로 
당신이 걸어오고 있었죠 

묵직한 발걸음으로 
작은 여운을 남기며 

환하게 웃으며 다가오시던 
당신을 잊을 수 없습니다 

긴긴 기다림에 
아득하기만 했던 당신이 
느닷없이 오시던 날 

나는 주저앉을 뻔했습니다 

여름비 내리는 날이면 
그날의 추억을 되짚으며 

행여 당신이 오시지 않을까 
비를 맞으며 서있습니다. 

 

빗방울이 두드리고 싶은 것-남정림

빗방울은
꽃들의 가슴을 두드리고 싶어
구름의 절벽에서 떨어져
지구까지 달음박질 한다.

빗방울은
어두운 대기에 둥근 희망의
사선을 그으며
투명하게 다가선다.

빗방울이
무지개 우산 드드리면

빛망울은
누군가의 가슴을 두드린다.

꽃의 가슴으로 달려가
기어이 안기고 만다.


하루종일 비가 내리는 날은-용혜원

하루 종일 비가 내리는 날은
사랑에 더 목마르다

온 몸에 그리움이 흘러내려
그대에게 떠내려가고 싶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그리움이
구름처럼 몰려와
내 마음에 보고픔을 쏟아놓는다.

하루 종일 비가 내리는 날은
온 몸에 쏟아지는 
비를 다 맞고서라도

마음이 착하고 고운
그대를 만나러 달려가고 싶다.


비오는 날은-좋은글-

비오는 날은
새 울음소리도 
더 슬프게 들리고

비오는 날은
평소 무심히 듣던 
노래도 
더 쓸쓸하고

비오는 날은
방안의 공기도 
더 적막하고

비오는 날은
비에 쓸리는
여린 풀잎도
더 가련하다


비오는날의 일기/이해인

너무 목이 말라
죽어가던 우리의 산하

부스럼난 논 바닥에
부활의 아침처럼
오늘은 하얀 비가 내리네

어떠한 음악보다
아름다운 소리로
산에 들에 가슴에 꽂히는 비

얇디얇은 옷을 입어
부끄러워하는 단비
차갑지만 사랑스런
그 뺨에 입맞추고 싶네

우리도 오늘은 비가 되자

사랑 없어 거칠고
용서 못해 갈라진
사나운 눈길 거두고

이 세상 어디든지

한 방울의 기쁨으로
한 줄기의 웃음으로

순하게 녹아내리는
하얀 비 고운 비
맑은 비가 되자

 


빗방울 연주곡 

고아로 자란 남녀가 결혼을 했다. 
이들이 결혼해 살게 된 집은 
달동네에 있는 허름한 집이었다. 

비가 오면 금방이라도 샐 것 같았지만 
이들은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했다.
  
한창 신혼의 단꿈에 젖어 있던 여름, 
이 허름한 집에도 장마가 찾아들었다. 

남편은 장마에 대비해 지붕을 대충 손보긴 했지만 
워낙 낡은 집이라 걱정이 떠나질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직장에 나간 사이에 
세찬 비가 한참 퍼붓는가 싶더니 
천장에서 비가 새기 시작했다.

아내는 어쩔 줄 몰라 방바닥으로 
떨어져 내리는 빗물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때 집에 있는 아내가 걱정이 된 남편이 전화를 했다.

"집은 괜찮아요. 
걱정 마세요."

전화를 끊은 아내는 비를 맞으며 
일하고 있을 남편을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렸다. 

아내는 정신을 가다듬고 
천장을 유심히 바라보다가 부엌으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세숫대야, 냄비, 
밥그릇 등을 들고 들어와 
빗물이 떨어지는 곳에 놓았다. 

잠시 후 아내는 비가 새지 않는 구석으로 가서 
예쁜 꽃편지지에 
남편에게 줄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그날 여느 때보다 일찍 퇴근한 남편이 방문을 열었다. 
아내는 활짝 웃는 얼굴로 
남편을 맞이하면서 분홍 편지를 내밀었다. 

거기에는 "여보, 
저는 오늘 하루 종일 우리가 연애 시절에 즐겨 듣던 
쇼팽의 빗방울 연주곡을 감상하는 기분이었어요.

자, 들어보세요. 
그 첫 부분이 꼭 이렇지 않았어요?" 
라고 적혀 있었다. 

그제서야 남편의 귀에도 각기 크기와 
모양이 다른 그릇에서 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내를 꼬옥 안아 주는 
남편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거렸다.

- ‘좋은생각’ 중에서 -


비 - 윤보영

빗소리가
잠을 깨웠습니다

잠든 사이
혼자 내리다 심심했던지
유리창을 두드렸습니다

잠 깨운 게 미안한지
그대 생각도 깨웠습니다

여전히 창밖에는 비가 내리고
내 안에는 그리움이 쏟아집니다

참 많이 보고 싶은
그대가 주인인 새벽입니다.

 


비와 그리움/나상국

잠결에 문득 들려오는 빗소리에
잠을 깬 밤
어둠 속에 깨어나 우두커니 앉아

창밖 불빛 속으로
타고 흐르는 빗방울 속에

아련히 떠오르는
그리운 얼굴울 보며
밤을 지새운 적이 있었습니다

그도 내 마음 알지 모르지만
온 밤을 그렇게
빗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다가설 수 없음에 애태우던 밤 

아침에 언제 비가 왔느냐는 듯
태양은 떠오르고
무거워진 눈꺼풀을
찬물로 세안하면서
지난 밤 그 그리움도
햇빛 뒤로 밀어 넣었습니다


비오는 날의 기도 - 양광모

비에 젖은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하소서
때로는 비를 맞으며
혼자 걸어야 하는 것이
인생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게 하소서
 
사랑과 용서는
폭우처럼 쏟아지게 하시고
미움과 분노는
소나기처럼 지나가게 하소서
천둥과 번개소리가 아니라도
영혼과 양심의 소리에
떨게 하시고

메마르고 가문 곳에도
주저없이 내려
풍요로이 맺게 하소서

언제나 생명을 피어내는
봄비처럼 살게하시고
누구에게나
기쁨을 가져다 주는
단비같은 사람이
되게 하소서

그리하여
나 이 세상 떠나는 날
하늘 높이 무지개로
다시 태어나게 하소서


비가내리면 - 정헌재

비가내리면
비 냄새가 좋고

그 비에 젖은
흙 냄새가 좋고

비를 품은
바람 냄새가 좋고

생각나는
사람이
있어서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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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습니다 - 원태연

 

내일의 슬픔이 약속되어 있다 해도

괜찮습니다.

 

그만큼의 기쁨이

저축되어 있으니까요.

 

모레의 아픔이 기다린다 해도

문제 없습니다.

 

마음속 사랑을 담보로

모자라는 그리움을

융자받을 수 있으니까요.

 

평생을 그렇게 살아가겠다는 

소리는 아닙니다.

 

그대 향한 제 사랑의 신용이

바닥을 드러내 더 이상의

융자가 불가능해지고

 

찌꺼기처럼 남아 있는

순간의 기억마저도

차압당하게 되면

 

그땐 어쩔 수 없이 부도를

막으러 뛰어 다니겠지요.

 

그러다 보면

다시 일어설 날이 있겠지요.

 

어쩌겠습니까

세상살이

원래가 이런 이치인 걸

 

괜찮습니다

정말로...괜찮습니다.

 

 

원망 - 원태연

 

제 사랑은 귀머거리였고

저는 장님이었습니다

 

아무리 애원해도 듣지 못하는

죽어도 보고픈데 볼 수 없는

그런 인연이었습니다.

 

차라리

가난하게 하시어

함께 구걸을 하게 하셨으면

도벽이 있게 하시어

제 사랑이 절 변호하게 하셨으면

 

아니면 무생물로 하시어

제 사랑의 작은 액세서리라도

되게 하셨으면

 

이 고통스러운 그리움은 없었을텐데

왜 모든 풍요를 주시면서

하필 이런 고통을 주셨나이까

 

제 전생에 무슨 죄를 그다지 많이

지었길래

사랑하는 이를 못보고 사는

그런 업을 주셨나이까.

 

 

미련한 미련 - 원태연

 

만나면서도

잊혀지는 사람들이 허다한데

하필 우리는

헤어지고 생각나는 사람들일까요

 

남들은 쉽게 잊고들 사는데

뭐 그리 사랑이 깊었다고

갈수록 진하게 떠오르는

연인 아닌 연인이 되는 것일까요

 

쉽게 잊고들 사는

무던한 가슴들이

한없이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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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참 좋겠습니다-좋은글 中 

내사랑 듬뿍 받는
당신은 참 좋겠습니다

이른 아침 눈 뜨자 마자
당신이 보고 싶어
물끄러미 전화기만 쳐다보는

바보같은 내가 있어
당신은 참 좋겠습니다

비오는 날 당신을 위해
맘을 넉넉히 비워두고 
기다리는 하염없는 
내가 있어
당신은 참 좋겠습니다

당신이 힘들때마다
외로울때마다
울고 싶을때마다

안아 주려고 
팔길이 매일 매일 재어보는
모자란 내가 있어
당신은 참 좋겠습니다

무심한 당신으로 인해
금새 울고 금새 슬퍼져도

따뜻한 손 한번 내밀어
웃어주면 서운한 맘 잊어버리고
금방 베시시 웃는

천치같은 내가 있어
당신은 참 좋겠습니다

끼니는 잘 챙겨먹었는지
맛난 음식을 
먹을 때면 당신과 꼭
다시 와야지 하고 다짐하는

단순한 내가 있어
당신은 참 좋겠습니다

당신이 내게 준 
사소한 물건 하나

당신이 내게 준 
자그마한 손길 하나

당신이 내게 준
짤막한 말 한마디

하나도 잊어먹지 않고 다
기억하지만 다른건 수시로 
잊어먹고 잃어버리는

건망증 많은 내가 있어
당신은 참 좋겠습니다

당신은
참 좋겠습니다

이렇게 당신을 많이 아끼는
이렇게 당신을 사랑하는
맘이 넘치는 내가 있어
당신은 참 좋겠습니다

오늘도
그대가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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