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께 드리는 노래/이해인

어디에 계시든지
사랑으로 흘러
우리에겐 고향의 강이 되는
푸른 어머니.

제 앞길만 가리며
바삐 사는 자식들에게
더러는 잊혀지면서도
보이지 않게 함께 있는 바람처럼
끝없는 용서로
우리를 감싸안은 어머니.

당신의 고통 속에 생명을 받아
이만큼 자라 온 날들을
깊이감사할 줄 모르는
우리의 무례함을 용서하십시오.

기쁨보다는 근심이
만남보다는 이별이 더 많은
어머니의 언덕길에선
하얗게 머리 푼 억새풀처럼
흔들리는 슬픔도 모두 기도가 됩니다.

삶이 고단하고 괴로울 때
눈물 속에서 불러 보는
가장 따뜻한 이름, 어머니
집은 있어도
사랑이 없어 울고 있는
이 시대의 방황하는 자식들에게
영원한 그리움으로 다시 오십시오, 어머니.

아름답게 열려 있는 사랑을 하고 싶지만
번번히 실패했던 어제의 기억을 묻고
우리도 이제는 어머니처럼
살아 있는 강이 되겠습니다.
목마른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푸른 어머니가 되겠습니다.

 

 

어머니-이해인

당신의 이름에선
색색의 웃음 칠한
시골집 안마당의
분꽃 향기가 난다

안으로 주름진 한숨의 세월에도
바다가 넘실대는
남빛 치마폭 사랑

남루한 옷을 걸친
나의 오늘이 그 안에 누워 있다

기워 주신 꽃골무 속에
소복이 담겨 있는 유년의 추억

당신의 가리마같이
한 갈래로 난 길을
똑바로 걸어가면

나의 연두 갑사 저고리에
끝동을 다는
다사로운 손길

까만 씨알 품은
어머니의 향기가
바람에 흩어진다

 

 

어머니의 섬/이해인

늘 잔걱정이 많다
아직도 물에서만 서성이는 나를
섬으로 불러 주십시오
어머니

세월과 함께 깊어가는
내 그리움의 바다에
가장 오랜 섬으로 떠 있는
어머니

서른 세 살 꿈속에
달과 선녀를 보시고
세상에 나를 낳아주신
당신의 그 쓸쓸한 기침소리는
천리 밖에 있어도
가까이 들립니다

헤어져 사는 동안 쏟아놓지 못했던
우리의 이야기를
바람과 파도가 대신해주는
어머니의 섬에선
외로움도 눈부십니다

안으로 흘린 인내의 눈물이 모여
바위가 된 어머니의 섬

하늘이 잘 보이는 
어머니의 섬에서
나는 처음으로 기도를 배우며
높이 날아가는
한 마리의 새가 되는
꿈을 꿉니다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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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시/이해인

풀잎은 풀잎대로
바람은 바람대로
축복의 서정시를 쓰는 오월

하늘이 잘보이는 숲으로 가서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게 하십시오.

피곤하고 산문적인 일상의 짐을 벗고
당신의 샘가에서 눈을 씻게 하십시오.

물오른 수목처럼 싱싱한 사랑을
우리의 가슴속에 퍼올리게 하십시오

말을 아낀 기도속에 접어둔 기도가
한송이 장미로 피어나는 오월
호수에 잠긴 달처럼 고요히 앉아
불신했던 날들을 뉘우치게 하십시오.

은총을 향해 깨어있는 지고한 믿음과
어머니의 생애처럼 겸허한 기도가
우리네 가슴속에 물 흐르게 하십시오.

구김살 없는 햇빛이
아낌없이 축복을 쏟아내는 오월
어머니 우리가 빛을 보게 하십시오

 

 

5월을 드립니다/오광수

당신 가슴에
빨간 장미가 만발한
5월을 드립니다.

5월엔
당신에게 좋은 일들이 생길 겁니다
꼭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왠지 모르게
좋은 느낌이 자꾸 듭니다.

당신에게 좋은 일들이
많이 많이 생겨나서
예쁘고 고른 하얀 이를 드러내며
얼굴 가득히 맑은 웃음을 짓고 있는
당신 모습을 자주 보고 싶습니다.

5월엔
당신에게 좋은 소식이 있을 겁니다
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왠지 모르게
좋은 기분이 자꾸 듭니다.

당신 가슴에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담긴
5월을 가득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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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시 - 시인 이해인 수녀님--

 

꽃무더기 세상을 삽니다.

고개를 조금만 돌려도

세상은 오만가지 색색의

고운 꽃들이 자기가 제일인양

활짝들 피었답니다.

 

정말 아름다운 봄날입니다.

새삼스레 두눈으로 볼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고

 

고운향기 느낄수 있어 감격이며

꽃들 가득한 사월의 길목에

살고 있음이 감동입니다.

 

눈이 짓무르도록 이 봄을 느끼며

가슴 터지도록 이봄을 느끼며

두발이 부르트도록

꽃길을 걸어 볼랍니다.

 

내일도 내것이 아닌데

내년 봄은 너무 멀지요.

 

오늘 이봄을 사랑합니다.

오늘 곁에 있는 모두를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4월이 문을 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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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위하여 - 천상병

겨울만 되면
나는 언제나
봄을 기다리며 산다

입춘도 지났으니
이젠 봄기운이 화사하다

영국의 시인 바이런도
겨울이 오면
봄이 멀지 않다고 했는데
내가 어찌 이 말을 잊으랴?

봄이 오면
생기가 돋아나고
기운이 찬다

봄이여 빨리 오라!


해마다 봄이 되면 - 조병화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땅 속에서, 땅 위에서
공중에서

생명을 만드는 쉼 없는 작업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생명을 생명답게 키우는 꿈

봄은 피어나는 가슴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오,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나뭇가지에서, 물 위에서,
둑에서 솟는 대지의 눈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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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시작하는 3월

모진풍파 속에서도

꽃은피고 봄은 옵니다

 

요즘 우리 모두 힘들지만

자연은 말없이 우리 곁에

봄을 알리고

봄 꽃들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꽃이 피는건

희망을 신호입니다.

 

모진풍파 속에서도

인내와 지혜로

삶을 헤쳐 나온 우리 민족

 

우리민족은 세계에서

가장 고난을 잘 극복하는

위대한 민족입니다.

 

어려움으로 힘들어하는

모든 사람들이

잘 견뎌 내시길 바라며

 

하루 빨리 코로나 19가 물러나고

희망과 도전으로

한걸음 더 도약하는

우리가 되길 빌어 봅니다.

 

이 어려운 시기가 빨리 지나가고

활기넘치는 세상이 되길

진심으로 기원해 봅니다.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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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에-시인이해인 수녀님

 

단발머리 소녀가

웃으며 건네준

한장의 꽃봉투

 

새봄의 봉투를 열면

그애의 눈빛처럼

 

가슴으로 쏟아져오는

소망의 씨앗들

 

가을에 만날

한송이 꽃과의 약속을 위해

 

따뜻한 두손으로

흙을 만지는

3월

 

나는 누군가를 흔드는

새벽바람이고 싶다

 

시들지않는 언어를

그의 가슴에 꽂는

연두색바람이고싶다

 

 

3월의 바람 속에 - 이해인 수녀님

 

3월의 바람 속에
보이지 않게 꽃을 피우는
당신이 계시기에

아직은 시린 햇빛으로
희망을 짜는 나의 오늘

당신을 만나는 길엔
늘상 바람이 많이 불었습니다

살아있기에 바람이 좋고
바람이 좋아 살아있는 세상

혼자서 길을 가다 보면
보이지 않게 나를 흔드는

당신이 계시기에
나는 먼 데서도
잠들 수 없는 당신의 바람

어둠의 벼랑 끝에서도
노래로 일어서는
3월의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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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인사-이해인

새소리 들으며
새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봄 인사드립니다.

계절의 겨울 마음의 겨울
겨울을 견디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까치가 나무 꼭대기에
집 짓는 걸 보며
생각했습니다

다시 시작하자
높이 올라가자

절망으로 내려가고 싶을 때
모든 이를 골고루 비추어 주는
봄 햇살에 언 마음 녹이며
당신께 인사를 전합니다

 

 

봄편지 - 이해인 수녀님

 

하얀 민들레 꽃씨 속에

바람으로 숨어서 오렴

 

이름없는 풀섶에서

잔기침하는 들꽃으로 오렴

 

눈 덮힌 강 밑을

흐르는 물로 오렴

 

해마다 내 가슴에 보이지 않게

살아 오는 봄.

 

진달래 꽃망울처럼

아프게 부어오른 그리움

말없이 터뜨리며 나에게 오렴

 

 

봄이 오면 나는 - 이해인

봄이 오면 나는
활짝 피어나기 전에
조금씩 고운 기침을 하는 꽃나무들 옆에서
덩달아 봄앓이를 하고 싶다.

살아 있음의 향기를
온몸으로 피워 올리는 꽃나무와 함께
나도 기쁨의 잔기침을 하며
조용히 깨어나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햇볕이 잘 드는 안뜰에
작은 꽃밭을 일구어 꽃씨를 뿌리고 싶다.

손에 쥐면 금방 날아갈 듯한
가벼운 꽃씨들을 조심스레 다루면서
흙냄새 가득한 꽃밭에 고운 마음으로
고운 꽃씨를 뿌리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매일 새소리를 듣고 싶다.

산에서, 바다에서, 정원에서
고운 목청 돋우는 새들의 지저귐으로
봄을 제일 먼저 느끼게 되는
나는 새들의 이야기를 해독해서
밝고 맑은 시를 쓰는 새의 시인이 되고 싶다.

바쁘고 힘든 삶의 무게에도
짓눌리지 않고 가볍게 날아다닐 수 있는
자유의 은빛 날개 하나를
내 영혼에 달아주고 싶다.

봄이 오면 조금은 들뜨게 되는
마음도 너무 걱정하지 말고
더욱 기쁘고 명랑하게 노래하는
새가 되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이슬비를 맞고 싶다.
어릴 적에 항상 우산을 함께
쓰고 다니던 소꼽동무를 불러내어
나란이 봄비를 맞으며 봄비 같은
이야기를 속삭이고 싶다.

꽃과 나무에 생기를 더해주고
아기의 미소처럼 사랑스럽게
내 마음에 내리는 봄비,
누가 내게 봄에 낳은 여자 아이의
이름을 지어 달라고 하면 서슴없이
'봄비' '단비'라고 하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풀향기 가득한 잔디밭에서
어린 시절 즐겨 부르던 동요를 부르며
흰구름과 나비를 바라보는 아이가 되고 싶다.

함께 산나물을 캐러 다니던
동무의 이름을 불러보고 싶고,
친하면서도 가끔은 꽃샘바람 같은
질투의 눈길을 보내 오던
소녀시절의 친구들도 보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우체국에 가서 새 우표를 사고
답장을 미루어 둔 친구에게
다만 몇 줄이라도 진달래빛 사연을
적어 보내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모양이 예쁜 바구니를 모으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솔방울, 도토리,
조가비, 리본, 읽다가 만 책,
바구니에 담을 꽃과 사탕과 부활달걀,
믿음과 희망과 사랑의 선물들을
정성껏 준비하며
바쁘고도 기쁜 새봄을 맞고 싶다.

사계절이 다 좋지만
봄에는 꽃들이 너무 많아 어지럼증이 나고
마음이 모아지지 않아 봄은
힘들다고 말했던 나도 이젠 갈수록 봄이
좋아지고 나이를 먹어도
첫사랑에 눈뜬 소녀처럼 가슴이 설렌다.

봄이 오면 나는
물방울무늬의 옆치마를 입고 싶다.

유리창을 맑게 닦아
하늘과 나무가 잘 보이게 하고
또 하나의 창문을 마음에 달고 싶다.
먼지를 털어낸 나의 창가엔
내가 좋아하는 화가가 그린 꽃밭,
구름 연못을 걸어 두고,
구석진 자리 한곳에는 앙증스런 꽃삽도
한 개 걸어 두었다가 꽃밭을
손질할 때 들고 나가야겠다.

조그만 꽃삽을 들고
꽃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그 아름다운 음성에 귀를 기울이노라면
나는 멀리 봄나들이를 떠나지 않고서도
행복한 꽃 마음의 여인
부드럽고 따뜻한 봄 마음의 여인이
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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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길목에서/시인이해인 수녀님

 

하얀 눈 밑에서도

푸른 보리가 자라듯

 

삶의 온갖 아픔 속에서도

내 마음엔 조금씩

푸른 보리가 자라고 있었구나

 

꽃을 피우고 싶어

온몸이 가려운 매화 가지에도

 

아침부터 우리집

뜰 안을 서성이는

 

까치의 가벼운 발걸음과

긴 꼬리에도

봄이 움직이고 있구나

 

아직 잔설이 녹지 않은

내 마음의 바위 틈에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일어서는 봄과 함께

내가 일어서는 봄 아침

 

내가 사는 세상과

내가 보는 사람들이

모두 새롭고 소중하여

 

고마움의 꽃망울이

터지는 봄

 

봄은 겨울에도 숨어서

나를 키우고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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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 정연복 시인

일년 열두 달 중에
제일 키가 작지만

조금도 기죽지 않고
어리광을 피우지도 않는다

추운 겨울과
따뜻한 봄을 잇는

징검다리 역할
해마다 묵묵히 해낸다.

겨울이 아무리 길어도
기어코 봄은 찾아온다는 것

슬픔과 고통 너머
기쁨과 환희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그리 길지 않음을
가만가만 깨우쳐 준다.

이 세상의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이여

나를 딛고 
새 희망 새 삶으로 나아가라고

자신의 등 아낌없이 내주고
땅에 바싹 엎드린

몸집은 작아도 마음은
무지무지 크고 착한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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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 나태주

 너 많이 예쁘거라
오래오래 웃고 있거라

우선은 너를 위해서
세상을 위해서

너처럼 예쁜 세상
네가 웃고 있는 세상

네가 웃고 있는 세상은
얼마나 좋은 세상이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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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편지-이해인 

친구야 
네가 사는 곳에도 
눈이 내리니? 

산 위에 
바다 위에 
장독대 위에 

하얗게 내려 쌓이는 
눈만큼이나 
너를 향한 그리움이 
눈사람 되어 눈 오는 날 

눈처럼 부드러운 
네 목소리가 
조용히 내리는 것만 같아 

눈처럼 깨끗한 네 마음이 
하얀 눈송이로 
날리는 것만 같아 

나는 자꾸만 
네 이름을 불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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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해야 솟아라
    -시인 김병근-

검푸는 동해
찬바람 에일 듯 일어나고

출렁이는 너울 속
한 마리 갈매기 해를 낚는다.

여명은
여의주 같은 영롱한 새날을 낳고

홍시 같은 해가
광활한 바다를 뚫고 솟아오른다.



끓어오르는 붉음
피어나는 요정의 꽃이여

황금빛 속살은
지나온 삶의 애환 태우고 또 태운다.

청명한 대기 속으로 융화하듯 녹아드는
저 장엄한 풍광 대자연이 빚은 천하의 걸작품

불타 오르는 태양의 광명
육신의 오장육부 파고들어

찬란한 희망과 용기가
힘찬 기운되어 퍼덕거린다.

일출의 장엄한
선혈 같은 붉은빛 황금 햇살은

오로라처럼 피어올라
새날의 가슴에 오롯이 용트림하니

해야 솟아라.
붉은 해야 솟아라
희망의 붉은 해야 솟아올라라

 

희망가/시인 문병란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는 헤엄을 치고

눈보라 속에서도
매화는 꽃망울을 튼다.

절망 속에서도
삶의 끈기는 희망을 찾고

사막의 고통 속에서도
인간은 오아시스의
그늘을 찾는다.

눈 덮인 겨울의
밭고랑에서도
보리는 뿌리를 뻗고

마늘은 빙점에서도
그 매운 맛 향기를 지닌다.

절망은 희망의 어머니
고통은 행복의 스승

시련 없이 성취는 오지 않고
단련 없이 명검은
날이 서지 않는다.

꿈꾸는 자여,
어둠 속에서 멀리
반짝이는 별빛을 따라
긴 고행길 멈추지 말라.

인생항로
파도는 높고

폭풍우 몰아쳐
배는 흔들려도

한 고비 지나면
구름 뒤 태양은 다시 뜨고

고요한 뱃길 순항의
내일이 꼭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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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마음/이해인

늘 나에게 있는
새로운 마음이지만
오늘은 이 마음에
색동옷 입혀
새해 마음이라 이름 붙여줍니다

일 년 내내
이웃에게 복을 빌어주며
행복을 손짓하는
따뜻한 마음

작은 일에도 고마워하며
감동의 웃음을
꽃으로 피워내는
밝은 마음

내가 바라는 것은
남에게 먼저 배려하고
먼저 사랑할 줄 아는
넓은 마음

다시 오는 시간들을
잘 관리하고 정성을 다하는
성실한 마음

실수하고 넘어져도
언제나 희망으로
다시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겸손한 마음

곱게 설빔 차려입은
나의 마음과 어깨동무하고
새롭게 길을 가니
새롭게 행복합니다.

 

새해의 기도/이해인

1월에는
내 마음을 깨끗하게 하소서
그동안 쌓인 추한 마음 모두 덮어 버리고
이제는 하얀 눈처럼 깨끗하게 하소서.

2월에는
내 마음에 꿈이 싹트게 하소서
하얀 백지에 내 아름다운 꿈이
또렷이 그려지게 하소서.

3월에는
내 마음에 믿음이 찾아오게 하소서.
의심을 버리고 믿음을 가짐으로
삶에 대한 기쁨과 확신이 있게 하소서.

4월에는
내 마음이 성실의 의미를 알게 하소서.
작은 일 작은 한 시간이 우리 인생을 결정하는
기회임을 알게 하소서.

5월에는
내 마음이 사랑으로 설레게 하소서.
우리 삶의 아름다움은 사랑 안에 있음을 알고
사랑으로 가슴이 물들게 하소서.

6월에는
내 마음이 겸손하게 하소서.
남을 귀히 여기고 자랑과 교만에서
내 마음이 멀어지게 하소서.

7월에는
내 마음이 인내의 가치를 알게 하소서.
어려움을 참고 오랜 기다림이 없는 열매는
좋은 열매가 아님을 알게 하소서.

8월에는
내 마음에 쉼을 주시옵소서
건강을 지키고 나와 남을 여유 있게 볼 수 있는
쉼을 갖는 시간을 갖게 하소서.

9월에는
내 마음이 평화를 느끼게 하소서.
마음의 평화는 내 의지로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성숙할 때 함께 자라는 것임을 알게 하소서.

10월에는
내 마음이 은혜를 알게 하소서.
나의 오늘이 있게 한 모든 이들의 은혜가
하나하나 생각나게 하소서.

11월에는
내 마음이 욕심을 버리게 하소서.
아직도 남아 있는 욕심과 미움과 갈등을 버리고
빈 마음을 바라보면서 만족하게 하소서.

12월에는
내 마음에 감사가 일어나게 하소서.
계획한 일을 이루었던 이루지 못했던
지난 한 해의 모든 것을 감사하게 하소서.

 

새해엔 산같은 마음으로
   -시인 이해인-

언제 보아도 새롭게 살아오는
고향 산의 얼굴을 대하듯
새로운 마음으로 맞이하는 
또 한 번의 새해

새해엔 우리 모두
산 같은 마음으로 살아야하리
산처럼 깊고 어질게 서로를 
품어주고 용서하며
집집마다 거리마다 
사람과 평화의 나무들을
무성하게 키우는 
또 하나의 산이 되어야 하리

남을 나무라기 전에
자신의 잘못부터 살펴보고
이것저것 불평하기 전에
고마운것부터 헤아려 보고
사랑에 대히 쉽게 말하기보다
실제로 사랑하는 사람이 되도록
날마다 새롭게 깨어 있어야 하리

그리하여 잃었던 신뢰를 되찾은 우리
삼백 예순 다섯 날 매일을
축제의 기쁨으로 꽃피워야 하리

새해엔 우리모두
산 같은 마음으로 살아야하리
언제나 서로를 마주보며
변함없이 사랑하고 인내하는
또 나나의 산이 되어야 하리

 

희망에게/이해인

하얀 눈을 천상의 
시 처럼 이고 섰는
겨울 나무 속에서
빛나는 당신

1월의 찬물로 세수하고
새벽마다 
당신을 맞습니다

답답하고 목마를 때
깎아먹는 한 조각
무맛 같은 신선함

당신은 내게
잃었던 꿈을 찾아 줍니다

다정한 눈길을 주지 못한
나의 일상에
새 옷을 입혀 줍니다

남이 내게준 고통과 근심
내가 만든 한숨과 눈물 속에도
당신은 조용한 
노래로 숨어 있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는
우리의 인사말 속에서도
당신은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웃고 있습니다

내가 살아 있음으로
또 다시 당신을 맞는 기쁨

종종 나의 불신과 고집으로
당신에게 충실치 못 했음을 
용서하세요

새해엔 더욱
청정한 마음으로
당신을 사랑하며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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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기도 - 시인 목필균

마지막 달력을 벽에 겁니다.

 

얼굴에 잔주름 늘어나고

흰 머리카락이 더 많이 섞이고

마음도 많이 낡아져가며

무사히 여기까지 걸어왔습니다.

 

한 치 앞도 모른다는 세상살이

일 초의 건너뜀도 용서치 않고

또박또박 품고 온 발자국의 무게

여기다 풀어놓습니다.

 

재 얼굴에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는

지천명으로 가는 마지막 한 달은

숨이 찹니다.

 

겨울 바람 앞에도 붉은 입술

감추지 못하는 장미처럼 질기게도

허욕을 쫓는 어리석은 나를

묵묵히 지켜보아 주는 굵은 나무들에게

올해 마지막 반성문을 써 봅니다.

 

추종하는 신은 누구라고 이름짓지 않아도

어둠 타고 오는 아득한 별빛 같이

날마다 몸을 바꾸는 달빛 같이 때가 되면

이별할 줄 아는 사람이 되겠다는

마음의 기도로 12월을 벽에 겁니다.

 

12월의 기도 - 시인이해인 수녀님

또 한해가 가 버린다고
한탄하며 우울해 하기 보다는
아직 남아 있는 시간들을 
고마워 하는 마음을 지니게 해 주십시오

한 해 동안 받은
우정과 사랑의 선물들
저를 힘들게 했던 슬픔까지도
선한 마음으로 봉헌 하며
솔방울 그려진 감사 카드 한장
사랑하는 이들에게
띄우고 싶은 12월

이제 또 살아야지요
해야 할 일들 곧 잘 미루고
작은 약속을 소홀히 하며
나에게 마음 닫아 걸었던
한 해의 잘못을 뉘우치며
겸손히 길을 가야 합니다
같은 잘못을 되풀이 하는 제가
올해도 밉지만
후회는 깊이 하지 않으렵니다

나를 키우는데 모두가 필요한
고마운 시간들이여
진정 오늘 밖에 없는 것처럼
시간을 아껴 쓰고
모든 이를 용서 하면
그것 자체가 행복일텐데
이런 행복까지도
미루고 사는
저의 어리석음을 용서 하십시오

보고 듣고 말 할것
너무 많아 멀미 나는 세상에서
항상 깨어 살기 쉽지 않지만
눈은 순결하게
마음은 맑게 지니도록
고독해도 빛나는 노력을
계속하게 해 주십시오

12월엔 묵은 달력을 떼어 내고
새 달력을 준비 하며
조용히 말 하렵니다
가라, 옛날이여
오라, 새 날이여
나를 키우는 데 모두가 필요한 
고마운 시간 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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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기도 - 이해인 수녀님

또 한해가 가 버린다고
한탄하며 우울해 하기 보다는
아직 남아 있는 시간들을 
고마워 하는 마음을 지니게 해 주십시오

한 해 동안 받은
우정과 사랑의 선물들
저를 힘들게 했던 슬픔까지도
선한 마음으로 봉헌 하며
솔방울 그려진 감사 카드 한장
사랑하는 이들에게
띄우고 싶은 12월

이제 또 살아야지요
해야 할 일들 곧 잘 미루고
작은 약속을 소홀히 하며
나에게 마음 닫아 걸었던
한 해의 잘못을 뉘우치며
겸손히 길을 가야 합니다
같은 잘못을 되풀이 하는 제가
올해도 밉지만
후회는 깊이 하지 않으렵니다

나를 키우는데 모두가 필요한
고마운 시간들이여
진정 오늘 밖에 없는 것처럼
시간을 아껴 쓰고
모든 이를 용서 하면
그것 자체가 행복일텐데
이런 행복까지도
미루고 사는
저의 어리석음을 용서 하십시오

보고 듣고 말 할것
너무 많아 멀미 나는 세상에서
항상 깨어 살기 쉽지 않지만
눈은 순결하게
마음은 맑게 지니도록
고독해도 빛나는 노력을
계속하게 해 주십시오

12월엔 묵은 달력을 떼어 내고
새 달력을 준비 하며
조용히 말 하렵니다
가라, 옛날이여
오라, 새 날이여
나를 키우는 데 모두가 필요한 
고마운 시간 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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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나무처럼/이해인 수녀님

사랑이 너무 많아도
사랑이 너무 적어도

사람들은
쓸쓸하다고 말하네요

보이게
보이지 않게

큰 사랑을 주신 당신에게
감사의 말을 찾지 못해
나도 조금은 쓸쓸한 가을이에요

받은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내어놓은 사랑을 배우고 싶어요

욕심의 그늘로 괴로웠던 자리에
고운 새 한마리 앉히고 싶어요

11월의 청빈한 나무들처럼
나도 작별 인사를 잘하며
갈 길을 가야겠어요

 


11월에  - 이해인 수녀님

나뭇잎에 지는 세월
고향은 가까이 있고

나의 모습 더없이
초라함을 깨달았네

푸른 계절 보내고
돌아와 묵도하는
생각의 나무여

영혼의 책갈피에
소중히 끼운 잎새

하나 하나 연륜 헤며
슬픔의 눈부심을 
긍정하는 오후

햇빛에 실리어 오는
행복의 물방울 튕기며
어디론지 떠나고 싶다

조용히 겨울을 넘겨보는
11월의 나무 위에

연처럼 걸려 있는
남은 이야기 하나

지금 아닌
머언 훗날

넓은 하늘가에
너울대는
나비가 될 수 있을까

별밭에 꽃밭에
나뭇잎 지는 세월

나의 원은 너무 커서
차라리 갈대처럼
여위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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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처럼 살라는 것은/좋은글

물은 흐르다 막히면 돌아가고

갇히면 채워주고 넘어갑니다

 

물은 빨리 간다

뽐내지 않고 늦게 간다

안타까워하지 않습니다

 

물은 자리를 다투지 않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더불어 함께 흐릅니다

 

물은 흘러온 만큼 흘려보내고

흘러간 만큼 받아들입니다

 

물처럼 살라는 것은

막히면 돌아가고

갇히면 나누어주고 가라는 것입니다

 

물처럼 살라는

것은 빨리 간다 늦게 간다

조급해 말고 앞선들 뒤선들

개념치 말라는 것입니다

 

물처럼 살라는 것은

받은 만큼 나누고 나눈 만큼

받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흐르는 물 못내 아쉽다고

붙잡아 가두면

언젠가는 넘쳐가듯

 

가는 세월 못잊어 붙잡고

있으면 그대로 마음의 짐이 되어

고통으로 남는답니다

 

물처럼 살라는 것은

미움도 아픔도 물처럼

그냥 흘려 보내라는 것입니다

 

물처럼 살라는 것은

강물처럼 도도히 흐르다

바다처럼 넓은 마음을

가지라는 것입니다

 

---좋은글 좋은시---365좋은글귀!!

 

 

맑은 인연/이주연

 

이 가을엔 맑은 영혼을 가진

인연하나 내 곁에 두고 싶다

 

퇴색으로 물드는 가을 앞에서

옷깃을 쓸어 올리며

국화향 가득한 찻잔을 마주하고

 

살랑이는 마른 강아지 풀처럼

풋풋한 가을 냄새 풍겨내는

그런 사람이 그리워진다

 

살사꽃 하늘대는 몸짓을 보며

흔들림에 함께 입을 맞추는

행복한 미소가 넘치는 사람

 

쪽빛 하늘 맑음처럼

똑똑 떨어지는 새벽 물방울 소리를

풍겨내는 그런 사람이 그리워진다

 

찻잔을 마주한 얼굴에

향내가 배여 푸른 솔내를 태우듯

진솔한 향기를

오래도록 느끼고 싶어지는 사람

 

이 가을엔

그런 사람이 너무도 그리워진다

 

산허리 휘도록 찰랑이는

은빛 억새처럼 초라하지 않게

바람에 흔들리고

기품있는 영혼을 지닌 아름다운 사람

 

이 가을에

나는 억새처럼 꽉 찬 속을

향기로 품는 그런 사람을

텅 빈 가슴으로 맞이하는

파란 하늘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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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엽서 - 안도현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줄 것이 
많다는 듯이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눠주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 게 너무 없다 
할지라도

그대여
가을 저녁 한때
낙엽이 지거든 물어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곳에 있는지를


가을은 고추잠자리 날개를 타고/함동진

강아지풀 살랑일 때
가을은 고추잠자리 날개를 타고

벼포기들은 너 봤니, 너 봤니
다투어 서로 보려다 이삭이 
쑥쑥 자라지요


똘똘 또르르 풀숲 귀뚜리 노래에
매미울음 기세 꺾여 
파란 하늘 높은 하늘 되고

더위에 선잠 보채던 우리 아가 
사르르 조을다
코스모스 닮은 미소 지으며
새근새근 방글방글 단 꿈 꾸어요.



가을의 구도-노천명

바람이 수수밭 사이로
우수수 소리를 치며 설레고

지나는 밤엔 들국화가 
달 아래 유난히 희어 보이고

건너 마을 옷 다듬는 소리에
차가움을 머금었습니다.

친구여 잠깐 우리가 멀리 합시다.
호수 같은 생각에 혼자 가만히
잠겨 보고 싶구료

은행잎 편지 - 김한룡

물 위에 동동
은행 잎 한 잎
띄어 보내자.

이사 간 순이에게
편지 보내자.

네 살던 집 앞마당
은행나무에

요렇게노오란 
가을이 다.

낙엽 - 구르몽

시몬, 나뭇잎새 져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나뭇잎 밟는 발자국 소리가

가을에 - 양성우

슬퍼마라 
우리 다시 기다림의 시를 쓰자

가을은 이미 그릇에 넘치고
보아라 새벽 달도 바람에 우는구나

정든 사람들 모두 길 떠났으니
이 거칠고 마른 나이에
누가 아니 근심하랴.

꿈이 아님에도 오히려 
내 땅에서 낯설고

그러나 허리 굽혀 이삭을 주우며
우리 연가를 부르듯이
기다림의 시를 쓰자.

그리움 - 이명구

오늘은 우체국에 가서 실컷 울어버린 
낙엽을 한아름 소포로 보냈습니다.

멀리 시집간 딸애와,  
모래 바람에 눈 비비며 보초를 
서고 있을 아들놈이
뜨겁게 보고 싶어 한아름 보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내 뒤를 
누가 잡아끌어 뒤를 보면 
아무도 없고

지는 해가 나를 보고 웃으며 
안부를 전한다.
굼벵이도 기어가는 재주가 있다고.

가을 햇볕 - 안도현

가을 햇볕 한마당 고추 말리는 
마을 지나가면 가슴이 뛴다

아가야
저렇듯 맵게 살아야 한다

호호 눈물 빠지며 밥 비벼먹는
고추장도 되고

그럴 때 속을 달래는 찬물의 빛나는
사랑도 되고

아버지의 가을/정호승

아버지 홀로
발톱을 깎으신다

바람도 단풍 든
가을 저녁에

지게를 내려놓고
툇마루에 앉아

늙은 아버지 홀로
발톱을 깎으신다

하얀 들꽃 같은 당신/오광수

마음 속이지 마세요.
하얀 들꽃 같은 작은 손이
지금
파르르 떨림을 아세요?

억지로 무심한 척 하지마세요.
계단을 오르는 발걸음이
지금
흔들리고 있습니다.

빨간 계절 같은 마음으로
제게 다가오세요.
당신이 타고 갈
하얀 배가되어 기다립니다.

흘러가는 저 구름에게
미련들은 다 맡기고
이제 노란 낙엽 밟으며
그렇게 오세요.

내 마음은 당신을 향해
닻을 올렸습니다.
당신이 가리키는 대로
배를 띄우렵니다.

마음 속이지 마세요.
눈가에 맺힌 하얀이슬이
지금
내 마음에 바다가 되었습니다.

가을에 비가 오는 까닭은/오광수

가을에 비가 오는 까닭은
님의 얼굴 잊지말라는 뜻입니다.

눈에는 보이지 않아도
나를 향해 있을 님의 눈에는
보고픔이 하나 가득 눈물이 되어

이렇게 하늘 구름 따라
내 앞에서 내리기 때문입니다.

가을에 비가 오는 까닭은
님의 목소리 잊지말라는 
뜻입니다.

귀에는 들리지 않아도
나를 위해 부르시는 님의 노래는

그리운 맘 하나 가득 빗소리 되어
이렇게 하늘 바람 따라
내 앞에서 들리기 때문입니다.

가을에 비가 오는 까닭은
님의 마음을 잊지말라는 
뜻입니다.

손을 잡고 있진 않아도
나를 항상 찾는 님의 손길이

기다리는 마음 가득 사랑이 되어
이렇게 하늘 빗물 따라
내 맘에서 흐르기 때문입니다.

가을이 되면/오광수

가을이 되면
훨 훨 그냥 떠나고 싶습니다

누가 기다리지 않더라도
파란 하늘에 저절로 
 마음이 열리고

울긋 불긋 산 모양이 전혀 
낯설지 않는
그런 곳이면 좋습니다

가다가 가다가 목이 마르면
노루 한마리 목 추기고 지나갔을
옹달샘 한 모금 마시고

망개열매 빨갛게 익어가는 
숲길에 앉아
이름 모를 새들의 노래 들으며
반쯤은 졸아도 좋을 것을,

억새 꺾어 입에 물고 하늘을 보면
짓궂은 하얀 구름이
그냥 가질 않고

지난날 그리움들을 그리면서
숨어있던 바람불러  향기 만들면
코스모스는 
그녀의 미소가 될겁니다

가을이 되면  텅 비어있던 
가슴 한쪽이 문을 열고
나 혼자의 오랜 그리움에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기다림이 되어
그렇게 그렇게
어디론가  훨 훨 떠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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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 최강림 시인

어머니,
오늘은
당신의 치마폭에서
달이 뜨는 날입니다.

아스라한 황톳길을 돌아
대 바람에 실려온
길 잃은 별들도
툇마루에 부서지는
그런 날입니다.

미랍처럼 곱기만 한 햇살과
저렇듯 해산달이 부푼 것도
당신이 살점 떼어 내건
등불인 까닭입니다

새벽이슬 따 담은
정한수 한 사발로도
차례 상은 그저
경건한 풍요로움입니다.

돌탑을 쌓듯
깊게 패인 이랑마다
일흔 해 서리꽃 피워내신
신앙 같은 어머니,

 

한가위 - 공재동 시인
         
미루나무 가지 끝에
초승달 하나
걸어 놓고

열사흘 
시름시름
밤을 앓던
기다림을

올올이
풀어 내리어
등을 켜는 보름달

 

송편 - 최병엽 시인

보송보송한 쌀가루로
하얀 달을 빚는다
한가위 보름달을 빚는다.

풍년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하늘신께 땅신께
고수레
고수레 - 하고

햇솔잎에 자르르 쪄낸
달을 먹는다.

쫄깃쫄깃한
하얀
보름달을 먹는다.

추석날 아침에 - 황금찬 시인

고향의 인정이
밤나무의 추억처럼
익어갑니다.

어머님은
송편을 빚고
가을을 그릇에 담아
이웃과 동네에
꽃잎으로 돌리셨지

대추보다 붉은
감나무잎이
어머니의
추억처럼
허공에
지고 있다

 

추석 - 오상순 시인
        (1894-1963)

추석이 임박해 오나이다
어머니!
그윽한 저.....
비밀의 나라에서
걸어오시는 어머니의
고운 발자국소리
멀리서 어렴풋이
들리는 듯 하오이다.

 

추석 전날 달밤에 송편 빚을 때
     --서정주 시인--(1915-2000)

추석 전날 달밤에 마루에 앉아
온 식구가 모여서 송편 빚을 때
그 속에 푸른 풋콩 말아넣으면
휘영청 달빛은 더 밝아 오고
뒷산에서 노루들이 좋아 울었네.

"저 달빛엔 꽃가지도 휘이겠구나!"

달 보시고 어머니가 한마디하면
대수풀에 올빼미도 덩달아 웃고
달님도 소리내어 깔깔거렸네.

 

추석 지나 저녁때 - 나태주 시인

남의 집 추녀 밑에
주저앉아 생각는다
날 저물 때까지

그때는 할머니가 옆에
계셨는데
어머니도 계셨는데
어머니래도 젊고 이쁜
어머니가 계셨는데

그때는 내가 바라보는
흰 구름은 눈부셨는데
풀잎에 부서지는 바람은
속살이 파랗게
떨리기도 했는데

사람 많이 다니지 않는
골목길에 주저앉아 생각는다

달 떠 올 때까지

달빛기도 - 이해인 수녀님
 
너도 나도
집을 향한 그리움으로
둥근 달이 되는 한가위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이

달빛처럼 순하고 
부드럽기를

우리의 삶이
욕심의 어둠을 걷어내
좀 더 환해지기를

모난 미움과 편견을 버리고
좀더 둥글어지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하려니

하늘보다 내 마음에
고운 달이 먼저 뜹니다.

한가위 달을 마음에 
걸어두고

당신도 내내 행복하세요.
둥글게!

추석 달을 보며 - 문정희 시인

그대 안에는
아무래도 옛날 우리 어머니가
장독대에 떠놓았던 정한수 속의
그 맑은 신이 살고 있나 보다.

지난 여름 모진 홍수와
지난 봄의 온갖 가시덤불 속에서도
솔 향내 푸르게 배인 송편으로
떠올랐구나

사발마다 가득히 채운 향기
손바닥이 닳도록
빌고 또 빌던 말씀

참으로 옥양목같이 희고 맑은
우리들의 살결로 살아났구나.
모든 산맥이 조용히 힘줄을 세우는
오늘은 한가윗날.

헤어져 그리운 얼굴들 곁으로
가을처럼 곱게 다가서고 싶다.

가혹한 짐승의 소리로
녹슨 양철처럼 구겨 버린
북쪽의 달, 남쪽의 달
이제는 제발
크고 둥근 하나로 띄워 놓고

나의 추석 달은
백동전 같이 눈부신 이마를 번쩍이며
밤 깊도록 그리운 얘기를 나누고 싶다.

고유의 명절 한가위 -전영애 시인

동심의 그리운 시절
철없이 명절 되면
새옷 사 주지 않을까
냉가슴 앓던 그리움
새록새록
피어나는 까닭은
세월 흐른 탓이겠지

디딤 방앗간 분주하고
불린 쌀 소쿠리에 담아
아낙 머리 위에 얹고
동네방네 시끌벅적
잔치 분위기 된 추석명절이었다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산과 들녘의 풍경
땀 흘린 보람
누렇게 익어가는 곡식

장작불 지피고 
솥뚜껑 위 지짐 부치는 냄새
채반 위 가지런히 장식해 낸다.

팔월 한가위 - 반기룡 시인

길가에 풀어놓은
코스모스 반가이 영접하고
황글물결 일렁이는
가을의 들녘을 바라보며
그리움과 설레임이
밀물처럼 달려오는
시간이었으면 합니다.

한동안 뜸했던
친구와 친지, 친척 만나보고
모두가 어우러져
까르르 웃음 짓는 희망과 기쁨이
깃발처럼 펄럭이는
그런 날이었으면 합니다.

꽉 찬 보름달처럼 풍성하고
넉넉한 인심과 인정이 샘솟아
고향길이 아무리 멀고 힘들지라도
슬며시 옛 추억과 동심을 불러내어
아름다운 상상의 나래를
활짝 펼 수 있는 의미 있고 소중한
팔월 한가위이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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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노래-이해인

가을엔 물이 되고 싶어요
소리를 내면 비어 오는
사랑한다는 말을
흐르며 속삭이는 물이 되고 싶어요

가을엔 바람이고 싶어요
서걱이는 꽃 웃음에 취해도 보는
연한 바람으로 살고 싶어요

가을엔 풀벌레이고 싶어요
별빛을 등에 업고
푸른 목청 뽑아 노래하는
숨은 풀벌레로 살고 싶어요

가을엔 감이 되고 싶어요
가지 끝에 매달린 그리움 익혀
당신의 것으로 바쳐 드리는
불을 먹은 감이 되고 싶어요

 

가을의 말 - 이해인

하늘의 흰 구름이
나에게 말했다

흘러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흐르고 또 흐르다 보면
어느날
자유가 무엇인지 알게 되리라

뜨락의 석류가
나에게 말했다

상처를 두려워하지 마라
잘 익어서 터질 때까지
기다리고 기다리면

어느날
사랑이
무엇인지 알게 되리라

 

가을편지 - 이해인

가을엔 들꽃이고 싶습니다
말로는 다 못할 사랑에
몸을 떠는 꽃

빈 마음 가득히 하늘을 채워
이웃과 나누면 기도가 되는
숨어서도 웃음 잃지 않는
파란 들꽃이고 싶습니다

유리처럼 잘 닦인 마음밖엔
가진 게 없습니다
이 가을엔 내가...

당신을 위해 부서진
진주빛 눈물 당신의
이름 하나 가슴에 꽂고
전부를 드리겠다 약속했습니다

가까이 다가설 수 록
손잡기 어려운 이여
나는 이제 당신 옆에
무엇을 해야 합니까

시인 이해인님의 가을편지 중...

 

나뭇잎 러브레터 - 시인 이해인

당신이 내게 주신
나뭇잎 한 장이
나의 가을을
사랑으로 물들입니다.

나뭇잎에 들어 있는
바람과 햇빛과
별빛과 달빛의 이야기를
풀어서 읽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한 장의 나뭇잎은
또 다른 당신과
나의 모습이지요?

이 가을엔 나도
나뭇잎 한 장으로
많은 벗들에게
고마움의 러브레터를
쓰겠습니다.

 

들국화 - 이해인

웃음 잃고 피어난 연보랏빛 꽃
하늘만 믿고 사는 푸른 마음 속에

바람이 실어다 주는
꿈과 같은 얘기

멀고 먼 하늘 나라의 얘기
구름 따라 날던
작은 새 한 마리 찾아주면

타오르는 마음으로
노래를 엮어

사랑의 기쁨에 젖어보는
자꾸 하늘을 닮고 싶은 꽃

오늘은 어느 누구의 새하얀 마음을 
울려주었나

또 다시 바람이 일면
조그만 소망에
스스로 몸부림치는 꽃…

<이해인 수녀가 중학교 시절 쓴 시 ‘들국화’>

 

가을편지 - 이해인
<1>
그 푸른 하늘에
당신을 향해 쓰고 싶은 말들이
오늘은 단풍잎으로 타버립니다

밤새 산을 넘은 바람이
손짓을 하면
나도 잘 익은 과일로
떨어지고 싶읍니다
당신 손 안에

<2>
호수에 하늘이 뜨면 
흐르는 더운 피로
유서처럼 간절한 시를 씁니다

당신의 크신 손이
우주에 불을 놓아
타는 단풍잎

흰 무명옷의 슬픔들을
다림질하는 가을

은총의 베틀 앞에
긴 밤을 밝히며
결 고운 사랑을 짜겠읍니다

<3>
세월이 흐를수록 
드릴 말씀은 없읍니다

옛적부터 타던 사랑
오늘은 빨갛게 익어
터질 듯한 감홍시
참 고마운 아픔이여

<4>
이름 없이 떠난 이들의
이름 없는 꿈들이
들국화로 피어난 가을 무덤가

흙의 향기에 취해
가만히 눈을 감는 가을
이름 없이 행복한 당신의 내가
가난하게 떨어져 누울 날은
언제입니까

<5>
감사합니다, 당신이여
호수에 가득 하늘이 차듯
가을엔 새파란 바람이고 싶음을
휘파람 부는 바람이고 싶음을
감사합니다

<6>
당신 한 분 뵈옵기 위해
수없는 이별을 고하며 걸어온 길
가을은 언제나
이별을 가르치는 친구입니다

이별의 창을 또 하나 열면
가까운 당신

<7>
가을에 혼자서 바치는
낙엽빛 기도

삶의 전부를 은총이게 하는
당신은 누구입니까

나의 매일을
기쁨의 은방울로 쩔렁이는 당신
당신을 꼭 만나고 싶읍니다

<8>
가을엔 들꽃이고 싶읍니다.
말로는 다 못할 사랑에
몸을 떠는 꽃

빈 마음 가득히 하늘을 채워
이웃과 나누면 기도가 되는
숨어서도 웃음 잃지 않는
파란 들꽃이고 싶읍니다

<9>
유리처럼 잘 닦인 마음 밖엔
가진 게 없읍니다
이 가을엔 내가
당신을 위해 부서진
진주빛 눈물

당신의 이름 하나 가슴에 꽂고
전부를 드리겠다 약속했읍니다

가까이 다가설수록
손잡기 어려운 이여
나는 이제 당신 앞에
무엇을 해야 합니까

<10>
이끼 낀 바위처럼
정답고 든든한 나의 사랑이여

당신 이름이 묻어 오는 가을 기슭엔
수 만 개의 흰 국화가 떨고 있읍니다
화려한 슬픔의 꽃술을 달고
하나의 꽃으로 내가 흔들립니다

당신을 위하여
소리없이 소리없이
피었다 지고 싶은

<11>
누구나 한번은
수의를 준비하는 가을입니다
살아온 날을 고마와하며
떠날 채비에
눈을 씻는 계절

모두에게 용서를 빌고
약속의 땅으로 뛰어가고 싶읍니다

<12>
낙엽 타는 밤마다
죽음이 향기로운 가을

당신을 위하여
연기로 피는 남은 생애
살펴 주십시오

죽은 이들이 나에게
정다운 말을 건네는
가을엔 당신께 편지를 쓰겠읍니다

살아남은 자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아직은 마지막이 아닌
편지를 쓰겠읍니다

 

<이해인님의 시집 가을편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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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 조병화 시인

어려운 학업을 마친 소년처럼
가을이 의젓하게 돌아오고 있습니다

푸른 모자를 높게 쓰고
맑은 눈을 하고 청초한 얼굴로
인사를 하러 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참으로 더웠었지요'하며

먼 곳을 돌아돌아
어려운 학업을 마친 소년처럼
가을이 의젓하게 높은 구름의 
고개를 넘어오고 있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김준엽 시인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물어볼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을 사랑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가벼운 마음으로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열심히 살았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맞이하고 있는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하며 살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일이 
없었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 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사람들을 상처 주는 말과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삶이 아름다웠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기쁘게 대답할 수 있도록 
내 삶의 날들을 기쁨으로 아름답게 
가꾸어 가야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어떤 열매를 얼마만큼 맺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도록
내 마음 밭에 좋은 생각의 씨를 뿌려 놓아 
좋은 말과 좋은 행동의 열매를 
부지런히 키워야 하겠습니다.

 

노을빛 풍경 -시인 정광회 

어느 날 바람처럼 날아간 그 자리에
매듭처럼 지워지지 않는 너
첫사랑 같은 그리움에 빠져
서녘 하늘을 벌겋게 달구어 놓았는가.

그리움으로 훌쩍 커버린 사람
거북이 등처럼 갈라진 추억
그 사람 생각하니
구름 한 조각 백년같이 떠 있구나

마음 한 구석에 뚫린 상처의 숲은
사라지지도 무너지지도 않은 추억들로
하얗게 바랜 수첩속에
여기저기 회색으로 묻어있는 기억인가

포기하지 못하고
세세하게 가지를 치고 덧칠을 하고
수수께끼처럼 닦아서는 그림자 하나
하얀 흔적으로 둥둥 떠 서성인다.

 

가을의 詩
회상(回想)/이인혁 시인

언제부터인가
세상은 너무 빨리 변하기 시작한다.

갈바를 알지 못하고
방황으로 시작하던 계절은 끝나고
세상이 아름답다고 말하는 가을이네.

죽네, 사네 사랑한다면서
한 마음으로 사랑하기 어려워
모두들 신음(呻吟)했었고

더위에 지쳐
세상을 두려움으로 지낼때가
엊그제 같은데

생명을 변화시키는 힘으로
다가오는 계절은 가을이네.

산다는 것은
들녘에 무르익는 열매같은 것
가을산에 물들어 가는 단풍잎같은 것

언제부터인가
세상의 모든 마음들이 변하기 시작한다.

 

가을 단상 - 용혜원

단 하나의 낙엽이 떨어질 때부터
가을은 시작하는 것

우리들 가슴은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에
거리로 나서고

외로움은 외로움 대로
그리움은 그리움 대로
낙엽과 함께 날리며 갑니다.

사랑은 계절의 한 모퉁이
공원 벤취에서 떨리는 속삭임을 하고
만남은 헤어짐을 위하여 마련되듯

우리들의 젊은 언어의 식탁엔
몇 가지 논리가 열기를 발산할 것입니다.

가을이 푸른 하늘로 떠나갈 무렵
호주머니 깊이 두 손을 넣은 사내는

어느 골목을 돌며 외투깃을 올리고
여인들은 머플러 속에 
얼굴을 감추고 떠날 것입니다.

모든 아쉬움은 탐스런 열매들을 보며
잊혀져가고 초록빛들이 사라져갈 무렵
거리엔 빨간 사과들이 등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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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기도 - 이해인 

저 찬란한 태양 
마음의 문을 열어 
온몸으로 빛을 느끼게  
하소서 

우울한 마음 
어두운 마음 
모두 지워버리고 

밝고 가벼운 마음으로 
9월의 길을 나서게 하소서 

꽃 길을 거닐고 
높고 푸르른 하늘을  
바라다보며 

자유롭게 비상하는 
꿈이 있게 하소서 

꿈을 말하고 
꿈을 쓰고 
꿈을 춤추게 하소서 

이 가을에 
떠나지 말게 하시고 
이 가을에 
사랑이 더 깊어지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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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이 오면 - 안도현

 

그대 9월이 오면

9월의 강가에 나가

강물이 여물어 가는 소리를 듣는지요

 

뒤따르는 강물이 앞서가는 강물에게

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밀어주면

앞서가는 강물이 알았다는 듯

한번 더 몸을 뒤척이며

물결로 출렁 걸음을 옮기는 것을

 

그때 강둑 위로

지아비가 끌고 지어미가 미는 손수레가

저무는 인간의 마음을 향해 가는 것을

 

그대 9월의 강가에서 생각하는지요

강물이 저희끼리만 속삭이며

바다로 가는 것이 아니라

젖은 손이 닿는 곳마다 골고루

숨결을 나누어 주는 것을

 

그리하여 들꽃들이 피어나

가을이 아름다워지고 우리 사랑도

강물처럼 익어가는 것을

 

그대 사랑이란

어찌 우리 둘만의 사랑이겠는지요

 

그대가 바라보는 강물이

9월 들판을 금빛으로 만들고 가듯이

사람이 사는 마을에서 사람과 더불어

몸을 부비며 우리도 모르는

남에게 남겨줄

그 무엇이 되어야 하는 것을

 

9월이 오면

9월의 강가에 나가

우리가 따뜻한 피로 흐르는

강물이 되어 세상을 적셔야 하는 것을

 

 

9월 - 목필균

9월이 오면
앓는 계절병

혈압이 떨어지고
신열이 오르고

고단하지 않은 피로에
눈이 무겁고

미완성된 너의 초상화에
덧칠하는 그리움

부화하지 못한
애벌레로 꿈틀대다가

환청으로 귀뚜리 소리
품고 있다.


9월 - 오세영

코스모스는
왜 들길에만 피는 것일까
아스팔트가
인간으로 가는 길이라면
들길은 하늘로 가는 길

코스모스 들길에서 문득
죽은 누이를 만날 것만 같다.

피는 꽃이 지는 꽃을 만나듯
9월은 그렇게
삶과 죽음이 자 나치는 달

코스모스 꽃잎에서 항상
하늘 냄새가 난다

문득 고개를 들면
벌써 엷어지기 시작하는 햇살

태양은 황도에서 이미 기울었는데
코스모스는 왜
꽃이 지는 계절에 피는 것일까

사랑이 기다림에 앞서듯
기다림은 성숙에 앞서는 것

코스모스 피어나듯 
9월은 그렇게
하늘이 열리는 달이다. 

 

9월의 코스모스 - 이세종

가는 바람에도
꽃잎 입술에 꼭 물고 서서
분홍빛 하얀빛 곱게 물들이고
긴 대에 매달려 9월을 
기다리는 코스모스

은은하게 잊는 듯 없는 듯
향기 바람에 전하며
고운 미소 가득 담은 
키다리 코스모스

벌써 물 가득한 몽우리 열고
9월을 맞이하려 곱게 
단장하였구나

하늘 가득한 고추잠자리
너를 반기며 바람 노래 부르고
고운 모습 시샘하듯

성급한 나뭇잎 조금씩 
단풍 물들이며

9월을 노래하며
한 것 목청 다듬는 소리

붉게 물들인 체 9월을 
준비하는 하늘은

알알이 영글어 가는 들녘에
스러진 8월에 
긴 그림자 드리우며

하늘 깊숙이 열매 달고 
보듬어줄 9월의 코스모스 
너에 고운 손길 기다린다

 

9월에는 - 김홍성

9월은 화가처럼 예쁜 그림을
가슴으로 그리고 고운 색깔로
하나하나 채워 가는 마음속에
화가 하나 두고 있습니다

쓸쓸히 떨어지는 낙엽을
밟으며 사랑파란 하늘에 맑은
눈물 하나 담고 싶은 가을 향기
가득하고 풍성한 9월입니다.

9월엔 사랑을 하세요
쏟아질 듯 그렁그렁한 별빛과
한 여름에 사랑을 속삭이던
풀벌레들의 아름다운 언어들이
9월의 아름다운 시가 될 것입니다.

풍성한 오곡백과가 무르익어 가고
부족했던 마음은 넉넉한 보름달이
그늘진 곳까지 밝혀주며
강강술래 가락에 밝고 동그란
보름달이 자꾸만 차 오릅니다.


9월의 가을을 느끼며 - 김영국

높아만 가는
파란 하늘빛이 어찌나 고운지

새하얀 새털구름이 시샘하듯
우아하게 뽐내듯이 날갯짓을 하고

부끄러운 듯 하늘거리는
코스모스의 가녀린 꽃대엔
연분홍 치마저고리 걸치고

수줍은 미소를 보내오는 
모습을 보니
가을이 성큼 다가옴을 
느낍니다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는 
들녘에는
알알이 익어가는 나락

동구 밖 과수원에는
탐스럽게 속을 꽉 채우는 실과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을 닦아내는
농부의 입가에는 
흐뭇한 미소가 흐르고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 
산들산들 불어오는 
가을바람의 연주 속에

빨간 고추잠자리 
어여쁘게 춤을 추며
풍요로운 가을을 노래합니다.

 

9월의 기도 - 이해인

저 찬란한 태양
마음의 문을 열어
온몸으로 빛을 느끼게 
하소서

우울한 마음
어두운 마음
모두 지워버리고

밝고 가벼운 마음으로
9월의 길을 나서게 하소서

꽃 길을 거닐고
높고 푸르른 하늘을 
바라다보며

자유롭게 비상하는
꿈이 있게 하소서

꿈을 말하고
꿈을 쓰고
꿈을 춤추게 하소서

이 가을에
떠나지 말게 하시고
이 가을에
사랑이 더 깊어지게 
하소서

 

고사모사(高士慕師)꽃
코스모스 - 조정권(1949~2017)

십삼촉보다 어두운 가슴을
안고 사는 이 꽃을
고사 모사(高士慕師) 꽃이라
부르기를 청하옵니다.

뜻이 높은 선비는
제 스승을 홀로 사모한다는
뜻이오나

함부로 절을 하고 엎드리는
다른 무리와 달리, 

이 꽃은 제 뜻을 높이되
익으면 익을수록
머리를 수그리는 꽃이옵니다.

눈감고 사는 이 꽃은
여기저기 모여 피기를 꺼려
저 혼자 한 구석을 찾아

구석을 비로소 구석다운 
분위기로 이루게 하는
고사 모사(高士慕師) 꽃이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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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사이의 간격-우종영

사람들은 말한다
사람 사이에 느껴지는
거리가 싫다고...

하지만 나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적당한 간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에게는
저마다 오로지 혼자
가꾸어야 할 자기 세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 떨어져 있어서
빈 채로 있는

그 여백으로 인해
서로 애틋하게 
그리워 할 수 있게 된다

구속하듯
구속하지 않는 것,
그것을 위해
서로 그리울 정도의
간격을 유지하는 일은

정말
사랑하는 사이일수록
필요하다

너무 가까이 다가가서
상처 주지 않는,
그러면서도 서로의 존재를
늘 느끼고 바라볼 수 있는

그정도의 간격을 유지하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나는
나무들이 올 곧게 잘 자라는데
필요한 이 간격을
"그리움의 간격"이라고 부른다

서로의
체온을 느끼고 바라볼 수는 있지만

절대 간섭하거나 구속할 수 없는 거리,

그래서
서로 그리워 할 수 밖에 없는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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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향기가 머무는 곳/좋은글 中

가정을 이루는 것은
의자와 책상과 소파가 아니라
그 소파에 앉은
어머니의 미소입니다.

가정을 이룬다는 것은
푸른 잔디와 화초가 아니가
그 잔디에서 터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입니다.

가정을 이루는 것은
자동차나 식구가 드나든는
장소가 아니라
사랑을 주려고 그 문턱으로 들어오는
아빠의 설레이는 모습입니다.

가정을 이루는 것은
부엌과 꽃이 있는 식탁이 아니라
정성과 사랑으로 터질 듯한
엄마의 모습입니다.

가정을 이루는 것은 자고 깨고 나가고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애정의 속삭임과 이해의 만남입니다.

행복한 가정은
사랑이 충만한 곳입니다.
바다와 같이 넓은 아빠의 사랑과
땅처럼 다 품어내는 엄마의 사랑 있는 곳
거기는 비난보다는 용서가
주장보다는 이해와 관용이 우선되며
항상 웃음이 있는 동산이 가정입니다.

가정이란
아기의 울음소리와
어머니의 노래가 들리는 곳

가정이란
따뜻한 심장과
행복한 눈동자가 마주치는 곳

가정이란
서로의 성실함과
우정과 도움이 만나는 곳

가정은
어린이들의 첫 교육의 장소이며
거기서 자녀들은 무엇이 바르고
무엇이 사랑인지를 배웁니다.

상처와 아픔은 가정에서 싸매지고
슬픔은 나눠지고 기쁨은 배가 되며
어버이가 존경받는 곳
왕궁도 부럽지 않고
돈도 그다지 위세를 못 부리는
그렇게 좋은 곳이 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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