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란지교를 꿈꾸며 - 유안진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잔을 마시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입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 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을
친구가
우리 집 가까이에 있었으면 좋겠다

비 오는 오후나, 눈 내리는 밤에도
고무신을 끌고 찾아가도 좋은 친구
밤 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놓고 보일 수 있고
악의없이 남의 얘기를 주고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은 친구가 .......

사람이 자기 아내나 남편, 
형제나 제자식하고만 사랑을 나눈다면
어찌 행복해 질 수 있으랴
영원이 없을수록 영원을 꿈꾸도록
서로 돕는 진실한 친구가 필요하리라

그가 여성이어도 좋고 남성이어도 좋다
나보다 나이가 많아도 좋고 
동갑이거나 적어도 좋다
다만 그의 인품은 맑은 강물처럼 
조용하고 은근하며 깊고 신선하며 
친구와 인생을 소중히 여길 만큼
성숙한 사람이면 된다

그는 반드시 잘 생길 필요도 없고 
수수하나 멋을 알고 중후한 몸가짐을 
할 수 있으면 된다

때로 약간의 변덕과 신경질을 부려도
그것이 애교로 통할 수 있는 정도면 괜찮고
나의 변덕과 괜한 흥분에도
적절히 맞장구쳐 주고나서
얼마의 시간이 흘러 내가 평온해지거든
부드럽고 세련된 표현으로 
충고를 아끼지 않으면 된다

우리는 흰눈 속 참대 같은 기상을 지녔으나
들꽃처럼 나약할 수 있고
아첨 같은 양보는 싫어하지만
이따금 밑지며 사는 아량도 갖기를 바란다

우리는 명성과 권세, 재력을 중시하지도
부러워하지도 경멸 하지도 않을 것이며
그보다는 자기답게 사는데
더 매력을 느끼려 애쓸 것이다

우리가 항상 지혜롭진 못하더라도
자기의 곤란을 벗어나기 위해
비록 진실일지라도 타인을 팔진 않을 것이며
오해를 받더라도 묵묵할 수 있는 어리석음과
배짱을 지니기를 바란다

우리의 외모가 아름답진 않다해도
우리의 향기만은 아릅답게 지니리라

우리는 시기하는 마음없이 
남의 성공을 얘기하며
경쟁하지 않고 자기 하고 싶은 일을 하되
미친듯이 몰두하게 되길 바란다

우리는 우정과 애정을 소중히 여기되
목숨을 거는 만용은 피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우정은 애정과도 같으며
우리의 애정 또한 우정과도 같아서
요란한 빛깔과 시끄러운 소리도 
피할 것이다

우리는 천년을 늙어도
항상 가락을 지니는 오동나무처럼
일생을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은 
매화처럼
자유로운 제 모습을 잃지 않고
살고자 애쓰며 서로 격려하리라

나는 반닫이를 닦다가 그를 생각할 것이며
화초에 물을 주다가, 안개 낀 창문을 열다가
까닭 없이 현기증을 느끼다가
문득 그가 보고 싶어지면
그도 그럴 때 나를 찾을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우리의 손이 작고 어리어도
서로를 버티어 주는 기둥이 될 것이며
눈빛이 흐리고 시력이 어두워질수록
서로를 살펴주는 불빛이 되어 주리라

그러다가 어느 날이 홀연이 오더라도
축복처럼 웨딩드레스처럼 수의를 입게 되리니
같은 날 또는 다른 날이라도 세월이 흐르거든
묻힌 자리에서 더 고운 품종의 지란이
돋아 피어, 맑고 높은 향기로 다시 만나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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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 - 초연 김 은주 

생각만 해도 미소 짓게 만드는
좋은 사람이 있습니다

음악을 들으면서 그 멜로디를
타고 나에게 오는 기분 좋은 그런
좋은 사람이 있습니다.

열심히 일하고 이마에 땀 닦으며
하늘을 보는 순간 구름 속에
미소 짓는 그런 
좋은 사람이 있습니다.

햇살이 뜨거운 창가에 앉아
햇살의 고마움을 느끼는 순간에도
생각나는 좋은 사람이 있습니다

커피처럼 쓴맛과 단맛을 
다 가지고 있는 나게겐 최고인 
좋은 사람이 있습니다.

커피잔의 따뜻함 처럼 따뜻한 
마음이 고운 언제나 마음 든든한 
좋은 사람이 있습니다.

힘들 때 제일 먼저 전화하고 싶고 
위로받고 싶은 사람 그런 
좋은 사람이 있습니다.

언제나 말은 없지만 
그냥 옆에 있는 것 만으로
좋은 사람이 있습니다.

그렇게 그냥 그냥 좋은 사람이 
나는 정말 좋습니다.

긴 문자 보다 짧은 인사 한 마디에 
마음이 두근 거리는 그런 
좋은 사람이 있습니다.

매일 많은 사람들 중에 
나를 웃게 만드는 사람 
그 사람이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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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화 연가/이해인

이렇게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은
당신이 보고 싶어
내 마음이 흔들립니다

옆에 있는 나무들에게
실례가 되는 줄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가지를 뻗은 그리움이
자꾸자꾸 올라갑니다

저를 다스릴 힘도
당신이 주실 줄 믿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내게 주는
찬미의 말보다
침묵 속에도 불타는
당신의 그 눈길 하나가
나에겐 기도입니다
전 생애를 건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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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가슴에 8월이 오면/이채

한줄기 바람도 없이
걸어가는 나그네가 어디 있으랴


한 방울 눈물도 없이
살아가는 인생이 어디 있으랴

여름 소나기처럼
인생에도 소나기가 있고


태풍이 불고 해일이 일 듯
삶에도 그런 날이 있겠지만

인생이 짧든 길든
하늘은 다시 푸르고


구름은 아무 일 없이 흘러가는데
사람으로 태어나


사람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사람이여
무슨 두려움이 있겠는가

물소리에서 
흘러간 세월이 느껴지고


바다 모래에서
삶의 고뇌가 묻어나는


중년의 가슴에 8월이 오면
녹음처럼 그 깊어감이 아름답노라

 

 

 

 

8월의 시/오세영

8월은
오르는 길을 멈추고 한번쯤
돌아가라는 길을 생각하게 
만드는 달이다.

피는 꽃이 지는 꽃을 만나듯
가는 파도가 
오는 파도를 만나듯

인생이란 가는 것이 
또한 오는것

풀섶에 산나리 초롱꽃이 
한창인데

세상은 온통 초록으로 
법석이는데
  
8월은
정상에 오르기 전 한번쯤
녹음에 지쳐 단풍이 드는
가을 산을 생각하는 달이다.

 

 

 

 

능소화 연가/이해인

이렇게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은
당신이 보고 싶어
내 마음이 흔들립니다

옆에 있는 나무들에게
실례가 되는 줄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가지를 뻗은 그리움이
자꾸자꾸 올라갑니다

저를 다스릴 힘도
당신이 주실 줄 믿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내게 주는
찬미의 말보다
침묵 속에도 불타는
당신의 그 눈길 하나가
나에겐 기도입니다
전 생애를 건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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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 정연복

시간의 바다에 떠 있는
돛단배와 같은
인생살이는 참
파란만장한 항해입니다.

기쁨과 행복의 웃음바다를
통과할 때도 있고

슬픔과 불행의 울음바다를
지날 때도 있습니다.

한순간도 쉼 없이
내 앞에 찾아오는 시간의 파도

오늘만큼은 좀
잔잔하면 참 좋겠습니다.


바다로 가자 - 정연복

하늘에 흰 구름
두둥실 흐르는 날에

세상일 잠시 접고
바다로 가자.

머릿속 복잡한 생각은
딱 내려놓고서

가슴 하나만 챙겨갖고
가까운 바다로 가자.

파도 소리에 
귀는 말끔히 씻어지고

하늘 바다에 푹 잠겨
영혼은 멱을 감으리.


바닷가에서 - 정연복

파도가 치는
평화로운 바닷가에서
 
그림같이 아름다운
한 쌍의 연인

영원한 사랑을 꿈꾸며
백사장에 이름을 새긴다.

하트를 가운데 두고
양쪽에 쓰인

두개의 이름이
밝은 햇살 아래 빛나는데

밀려오는 파도에
사랑의 맹세

휩쓸려 지워지고
흰 거품만 남아 있다.

 


바닷가에서-2-정연복

파도가 밀려오고 밀려가는
바닷가에서

새삼스레 인생살이의
단순한 이치를 배운다.

영원한 기쁨도 영원한 슬픔도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것

지금 슬픔에 젖은 이여
눈물의 홍수에 빠지지 말라

머잖아 반드시
기쁨의 날은 오리니

지금 기쁨에 겨운이여
기쁨의 포로가 되지 말라


기쁨의 저편에
슬픔이 기다리고 있으니.



바닷가에서 -3- 정연복

티끌의
모래알 하나

햇빛 받아
반짝반짝한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아름답고

아무리 작아도 소중하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다고

먼지같이 작은
온몸으로

기쁨에 겨워 노래하는
모래알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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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이런 삶을 살게 하여 주소서 - 이해인

연약할 때 자기를 알고
힘을 기를 줄 아는 여유와
두려울 때 자신을 잃지 않는 대담성과
정직한 패배에 부끄러워 하지 않고
태연하며 승리에 겸손하고
온유한 마음을 갖게하여 주소서.

사리를 판단할 때 고집으로 인하여
판단을 흐리지 않게 하고,
생각하고 이해하여 사심이 없는
판단을 하며 또한 평탄하고 안이한
길만이 삶의 전부라 생각치 말게 하고,

고난에 직면할 때 분투 노력할 줄 알며
패자를 관용할 줄 알도록 가르쳐 주소서.

마음을 항상 깨끗이 하고 목표는 
높이 설정하되 
남을 정복하려고 하기 전에 
먼저 자신을 다스릴 줄 알며,


장래를 바라봄과 동시에 지난 날을
잊지 않게 하여 주소서.

이에 더하여 삶을 엄숙하게 살아감은 물론
유머를 알고 삶을 즐길 줄 알게 하소서.

자기 자신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말게
하시고 겸허한 마음을 갖게 하여
참된 위대성은 소박함에 있음도 
알게 하시고,


참된 지혜는 열린 마음에 있으며
참된 힘은 온유함에 있음을 
명심하게 하소서.

그리하여 먼 훗날 내 인생 헛되이
살지 않았노라고 

말할 수 있게 하여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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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심-이해인

나는 
한번도
숨을 수 없었습니다

어느날 내가 흰 깃을 치며
무인도로 날아 버린
시인 같은 물새였을 때

뽕잎을 갉아 먹고 
긴 잠에 취해 버린
꿈꾸는 누에였을 때

해초 내음 즐기며
모래 속에 웅크린
바다빛 껍질의 조개였을 때

깊은 가슴 속으로
향을 피우던
수백만개의 햇살

찬란한 당신 앞엔
눈 못 뜨는 나

부르시는 그 사랑을
듣게 하소서

무량의 바다 위에
두 팔을 벌리고
소리치는 태양이여

당신에겐
순명하여
피리부는 바람

춤추는 파도로
뛰어가게 하소서

 

 

기도 - 이해인

오늘 가장 깊고 낮은 목소리로
당신을 부르게 해 주소서

더 많은 이들을 위해
당신을 떠나 보내야 했던
마리아의 비통한 가슴에 꽂힌
한 자루의 어둠으로 
흐느끼게 하소서

배신의 죄를 슬피 울던
베드로의 적절한 통곡처럼
나도 당신 앞에
겸허한 어둠으로 
엎드리게 하소서

죽음의 쓴 잔을 마셔
죽음보다 강해진 
사랑의 주인이여

당신을 닮지 않고는
내가 감히 사랑한다고
뽐내지 말게 하소서

당신을 사랑했기에
더 깊이 절망했던 이들과 함께

오늘도 돌무덤에 갇혀
한 점 칙칙한 어둠이게 하소서

빛이신 당신과 함께 잠들어
당신과 함께 깨어날
한 점 눈부신 어둠이게 하소서

 

 

마음을 위한 기도 - 이해인

늘 푸른 소나무처럼 한결같은 
마음을 지니게 해주십사고 기도합니다. 

자신이 맡은 일에 정성을 다하는 성실함, 
어떤 모양으로든지 관계를 맺는 이들에게는 
변덕스럽지 않은 진실함을 지니고 
매일을 살고 싶습니다. 


힘겨운 시련이 닥치더라도 
쉽게 좌절하지 않고 견디어내는 
참을성으로 한 번 밖에 없는 삶의 길을 
끝까지 충실히 걷게 해 주십시오. 

숲속의 호수처럼 고요한 마음을 
지니게 해주십사고 기도합니다. 

시끄럽고 복잡하게 바삐 돌아가는 
숨찬 나날들에도 방해를 받지 않고 
중심을 잡을 수 있는 마음의 고요를 
키우고 싶습니다. 


바쁜 것을 핑계로 자주 들여다보지 못해 
왠지 낯설고 서먹해진 제 자신과도 
화해할 수 있는 고요함, 

밖으로 흩어진 마음을 안으로 모아들이는 
맑고 깊은 고요함을 지니게 해 주십시오. 


고요한 기다림 속에 익어가는 
고요한 예술로서의 삶을 
기대해 봅니다.


마음이 소란하고 산만해질 때마다 
시성 타고르가 그리 한것 처럼 저도 
‘내 마음이여,조용히, 내 마음이여, 
조용히' 하고 기도처럼 고백하고 싶습니다. 


하늘을 담은 바다처럼 넓은 마음을 
지니게 해주십사고 기도합니다. 

지나친 편견과 선입견으로 남을 
가차없이 속단하기 보다는 폭넓게 이해하고 
포용하는 너그러움을 지니고 싶습니다. 


내 가족, 내 지역, 내 종교만의 
좁은 울타리를 벗어나 마음을 넓히는 
시원함으로 나라를, 
겨레를, 세계를 좀 더 넓게 바라보고 
좀 더 넓게 사랑하게 해 주십시오. 


밤새 내린 첫눈처럼 순결한 마음을 
지니게 해주십사고 기도합니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악과 타협하지 않고 
거짓과 위선을 배격하는 정직한 마음, 
탐욕에 눈이 멀어 함부로 헛된 맹세를 하지 않으며, 
작은 약속도 소홀히 하지 않는 
진지함을 지니고 싶습니다. 


감각적인 쾌락에 영혼을 팔지 않으며, 
자유와 방종을 혼돈하지 않는 지혜로움, 
어린이 같은 천진함으로 하느님과 이웃을 
전적으로 믿고 신뢰하는 
용기를 지니게 해주십시오. 

사랑의 심지를 깊이 묻어둔 등불처럼 따뜻한 
마음을 지니게 해주십사고 기도합니다. 

기뻐하는 이와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는 이와 함께 슬퍼할 수 있는 
부드럽고 자비로운 마음, 
다른이의 아픔을 값싼 동정이 아니라 
진정 나의 것으로 느끼고 눈물 흘릴 수 있는 
연민의 마음을 지니고 싶습니다.

 
남에 대한 사소한 배려를 잊지 않으며,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따뜻한 마음, 
주변에 우울함 보다는 기쁨을 퍼뜨리는 밝은 마음, 
아무리 속상해도 모진 말로 상처를 주지 않는 
온유한 마음으로 하루하루가 
평화의 선물이 되게 해 주십시오. 

가을들녘의 볏단처럼 익을수록 고개숙이는 
겸손한 마음을 주십사고 기도합니다. 

부끄러운 약점과 실수를 억지로 감추기보다는 
오히려 자연스럽게 인정하는 마음, 
자신의 잘못을 비겁하게 남의 탓으로 
미루지 않는 겸허함을 지니고 싶습니다. 


다른이의 평판때문에 근심하고 불안해하거나 
초조해 하지 않는 의연함을 
잃지 않게 해 주십시오. 


‘내일은 내가 이 세상에 없을지도 몰라’ 
하는 깨어있음으로 삶의 유한성을 받아들이며, 
오늘 해야 할 용서를 내일로 미루지 않는 
겸손함을 지니게 해 주십시오. 

살아있는 동안은 나이에 상관 없이 
능금처럼 풋풋하고 설레이는 
마음을 주십사고 기도합니다. 

사람과 자연과 사물에 대해 
창을 닫지 않는 열린 마음, 
삶의 경이로움에 자주 감동할 수 있는 
시인의 마음을 지니고 싶습니다. 


타성에 젖어 무디고 둔하고 메마른 삶을 
적셔줄 수 있는 예리한 감성을 
항상 기도로 갈고 닦게 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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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포도 - 시인 이육사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 단 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 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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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 천상병

 

아침은 매우기분좋다

 

오늘은 시작되고

출발은 이제 부터다

 

세수를 하고 나면

내 할 일을 시작하고

나는 책을 더듬는다

 

오늘은 복이 있을 지어다

 

좋은 하늘에서

즐거운 소식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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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잠 - 정연복

이따금 나무 그늘
아래 있으면

참 좋다
마음이 편안하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기분 상쾌하지만

떡하니 누워 있으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바람소리를 자장가 삼아
스르르 잠이 들면

지상의 천국에
드는 것과 마찬가지다.

싱그러운 초록
이파리들의 품속에서

한숨 자고 일어나면
내 몸이 나무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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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회 - 원태연

 

참으로 오랜만에

당신을 다시 만났습니다.

 

헤어진 그 계절에

다시 만난건 우연이였을까요

 

어쩌면 당신은

모를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헤어진 그날과 똑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는걸

당신은 그 옷을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그즘이면

늘 그 옷을 꺼내 입곤 했지요

소매 끝이 낡은 그 옷,

언젠가 한 번 입어보았던 그옷을

내가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요

 

나는 그 옷을 알아보았고

그뜻으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러자 당신도 고개를 끄덕였죠

 

당신의 그 행동은

내가 왜 고개를 끄덕였는지

당신도 알았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되는 거겠죠?

 

우리는 나란히 걸었습니다

그러다 나는

일부러 걸음을 늦췄습니다

당신의 뒷모습을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당신의 어깨는

한쪽이 조금 기울여 졌거든요

그래서 뒤에서 옷을 제대로

잡아주지 않으면 한쪽으로

기운 어깨선이그대로 드러납니다.

 

우리가 함께 했던

그 시절 당신을 만나면 나는

늘 옷을 바로 잡아주곤 했지요..

 

그때 내 손길이..참 좋다고 말했던

기억 혹시 잊지는 않으셨나요

 

참 이상한건..

당신이 내게 오기 전에도,

그리고 당신이 나를 떠난 후에도,

누구에게든 한번도 해본적 없는

그 행동은,. 당신을 보자마자

저절로 하게 되었다는 겁니다.

 

당신은 얘기를 시작할때면

항상 코를 찡긋하는 버릇이 있었습니다.

언젠가 당신은 참 이상한 일이라고

다른사람과 얘기를 시작할땐 안그러는데

꼭 나에겐 얘기할때 코를

찡긋하게 된다고 말한적이 있어요

 

그 표정이 반가워서

나는 눈물이 날뻔 했습니다.

다시는 못보게 될 줄 알앗던

표정이였으니까요

 

우리는 아무 설명이 없어도

서로의 지난 시간을 이해했습니다

 

그래서 마주보고 아무 얘기없이

한참 미소만 짓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헤어졋던 연인였다는

건 하느님도 알아보지 못햇을겁니다

어쩌면 우린..헤어지지않았던건 아닐까요

 

나는 당신 마음속에

당신은 내 마음속에 항상 살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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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향기/이해인

아침마다 소나무 향기에
잠이 깨어 창문을 열고
기도 합니다

오늘 하루도
솔잎처럼 예리한 지혜와
푸른 향기로 나의 사랑이
변함 없기를

찬물에 세수하다 말고
비누향기 속에 풀리는
나의 아침에게
인사합니다.

오늘 하루도
온유하게 녹아서
누군가에게 향기를 묻히는
정다운 벗이기를
평화의 노래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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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 나태주

 

너 많이 예쁘거라

오래오래 웃고 있거라

 

우선은 너를 위해서

그다음은 나를 위해서

세상을 위해서

 

너 처럼 예쁜 세상

네가 웃고 있는 세상

얼마나 좋은 세상이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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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비 - 박인걸 

나뭇잎 위로 
빗방울 뛰어가는 소리에 

그대 걸어오시던 
발자국 소리가 들립니다 

어느 해 여름 
아직 비는 그치지 않고 

어둠이 내려앉은 거리로 
당신이 걸어오고 있었죠 

묵직한 발걸음으로 
작은 여운을 남기며 

환하게 웃으며 다가오시던 
당신을 잊을 수 없습니다 

긴긴 기다림에 
아득하기만 했던 당신이 
느닷없이 오시던 날 

나는 주저앉을 뻔했습니다 

여름비 내리는 날이면 
그날의 추억을 되짚으며 

행여 당신이 오시지 않을까 
비를 맞으며 서있습니다. 

 

빗방울이 두드리고 싶은 것-남정림

빗방울은
꽃들의 가슴을 두드리고 싶어
구름의 절벽에서 떨어져
지구까지 달음박질 한다.

빗방울은
어두운 대기에 둥근 희망의
사선을 그으며
투명하게 다가선다.

빗방울이
무지개 우산 드드리면

빛망울은
누군가의 가슴을 두드린다.

꽃의 가슴으로 달려가
기어이 안기고 만다.


하루종일 비가 내리는 날은-용혜원

하루 종일 비가 내리는 날은
사랑에 더 목마르다

온 몸에 그리움이 흘러내려
그대에게 떠내려가고 싶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그리움이
구름처럼 몰려와
내 마음에 보고픔을 쏟아놓는다.

하루 종일 비가 내리는 날은
온 몸에 쏟아지는 
비를 다 맞고서라도

마음이 착하고 고운
그대를 만나러 달려가고 싶다.


비오는 날은-좋은글-

비오는 날은
새 울음소리도 
더 슬프게 들리고

비오는 날은
평소 무심히 듣던 
노래도 
더 쓸쓸하고

비오는 날은
방안의 공기도 
더 적막하고

비오는 날은
비에 쓸리는
여린 풀잎도
더 가련하다


비오는날의 일기/이해인

너무 목이 말라
죽어가던 우리의 산하

부스럼난 논 바닥에
부활의 아침처럼
오늘은 하얀 비가 내리네

어떠한 음악보다
아름다운 소리로
산에 들에 가슴에 꽂히는 비

얇디얇은 옷을 입어
부끄러워하는 단비
차갑지만 사랑스런
그 뺨에 입맞추고 싶네

우리도 오늘은 비가 되자

사랑 없어 거칠고
용서 못해 갈라진
사나운 눈길 거두고

이 세상 어디든지

한 방울의 기쁨으로
한 줄기의 웃음으로

순하게 녹아내리는
하얀 비 고운 비
맑은 비가 되자

 


빗방울 연주곡 

고아로 자란 남녀가 결혼을 했다. 
이들이 결혼해 살게 된 집은 
달동네에 있는 허름한 집이었다. 

비가 오면 금방이라도 샐 것 같았지만 
이들은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했다.
  
한창 신혼의 단꿈에 젖어 있던 여름, 
이 허름한 집에도 장마가 찾아들었다. 

남편은 장마에 대비해 지붕을 대충 손보긴 했지만 
워낙 낡은 집이라 걱정이 떠나질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직장에 나간 사이에 
세찬 비가 한참 퍼붓는가 싶더니 
천장에서 비가 새기 시작했다.

아내는 어쩔 줄 몰라 방바닥으로 
떨어져 내리는 빗물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때 집에 있는 아내가 걱정이 된 남편이 전화를 했다.

"집은 괜찮아요. 
걱정 마세요."

전화를 끊은 아내는 비를 맞으며 
일하고 있을 남편을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렸다. 

아내는 정신을 가다듬고 
천장을 유심히 바라보다가 부엌으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세숫대야, 냄비, 
밥그릇 등을 들고 들어와 
빗물이 떨어지는 곳에 놓았다. 

잠시 후 아내는 비가 새지 않는 구석으로 가서 
예쁜 꽃편지지에 
남편에게 줄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그날 여느 때보다 일찍 퇴근한 남편이 방문을 열었다. 
아내는 활짝 웃는 얼굴로 
남편을 맞이하면서 분홍 편지를 내밀었다. 

거기에는 "여보, 
저는 오늘 하루 종일 우리가 연애 시절에 즐겨 듣던 
쇼팽의 빗방울 연주곡을 감상하는 기분이었어요.

자, 들어보세요. 
그 첫 부분이 꼭 이렇지 않았어요?" 
라고 적혀 있었다. 

그제서야 남편의 귀에도 각기 크기와 
모양이 다른 그릇에서 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내를 꼬옥 안아 주는 
남편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거렸다.

- ‘좋은생각’ 중에서 -


비 - 윤보영

빗소리가
잠을 깨웠습니다

잠든 사이
혼자 내리다 심심했던지
유리창을 두드렸습니다

잠 깨운 게 미안한지
그대 생각도 깨웠습니다

여전히 창밖에는 비가 내리고
내 안에는 그리움이 쏟아집니다

참 많이 보고 싶은
그대가 주인인 새벽입니다.

 


비와 그리움/나상국

잠결에 문득 들려오는 빗소리에
잠을 깬 밤
어둠 속에 깨어나 우두커니 앉아

창밖 불빛 속으로
타고 흐르는 빗방울 속에

아련히 떠오르는
그리운 얼굴울 보며
밤을 지새운 적이 있었습니다

그도 내 마음 알지 모르지만
온 밤을 그렇게
빗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다가설 수 없음에 애태우던 밤 

아침에 언제 비가 왔느냐는 듯
태양은 떠오르고
무거워진 눈꺼풀을
찬물로 세안하면서
지난 밤 그 그리움도
햇빛 뒤로 밀어 넣었습니다


비오는 날의 기도 - 양광모

비에 젖은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하소서
때로는 비를 맞으며
혼자 걸어야 하는 것이
인생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게 하소서
 
사랑과 용서는
폭우처럼 쏟아지게 하시고
미움과 분노는
소나기처럼 지나가게 하소서
천둥과 번개소리가 아니라도
영혼과 양심의 소리에
떨게 하시고

메마르고 가문 곳에도
주저없이 내려
풍요로이 맺게 하소서

언제나 생명을 피어내는
봄비처럼 살게하시고
누구에게나
기쁨을 가져다 주는
단비같은 사람이
되게 하소서

그리하여
나 이 세상 떠나는 날
하늘 높이 무지개로
다시 태어나게 하소서


비가내리면 - 정헌재

비가내리면
비 냄새가 좋고

그 비에 젖은
흙 냄새가 좋고

비를 품은
바람 냄새가 좋고

생각나는
사람이
있어서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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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습니다 - 원태연

 

내일의 슬픔이 약속되어 있다 해도

괜찮습니다.

 

그만큼의 기쁨이

저축되어 있으니까요.

 

모레의 아픔이 기다린다 해도

문제 없습니다.

 

마음속 사랑을 담보로

모자라는 그리움을

융자받을 수 있으니까요.

 

평생을 그렇게 살아가겠다는 

소리는 아닙니다.

 

그대 향한 제 사랑의 신용이

바닥을 드러내 더 이상의

융자가 불가능해지고

 

찌꺼기처럼 남아 있는

순간의 기억마저도

차압당하게 되면

 

그땐 어쩔 수 없이 부도를

막으러 뛰어 다니겠지요.

 

그러다 보면

다시 일어설 날이 있겠지요.

 

어쩌겠습니까

세상살이

원래가 이런 이치인 걸

 

괜찮습니다

정말로...괜찮습니다.

 

 

원망 - 원태연

 

제 사랑은 귀머거리였고

저는 장님이었습니다

 

아무리 애원해도 듣지 못하는

죽어도 보고픈데 볼 수 없는

그런 인연이었습니다.

 

차라리

가난하게 하시어

함께 구걸을 하게 하셨으면

도벽이 있게 하시어

제 사랑이 절 변호하게 하셨으면

 

아니면 무생물로 하시어

제 사랑의 작은 액세서리라도

되게 하셨으면

 

이 고통스러운 그리움은 없었을텐데

왜 모든 풍요를 주시면서

하필 이런 고통을 주셨나이까

 

제 전생에 무슨 죄를 그다지 많이

지었길래

사랑하는 이를 못보고 사는

그런 업을 주셨나이까.

 

 

미련한 미련 - 원태연

 

만나면서도

잊혀지는 사람들이 허다한데

하필 우리는

헤어지고 생각나는 사람들일까요

 

남들은 쉽게 잊고들 사는데

뭐 그리 사랑이 깊었다고

갈수록 진하게 떠오르는

연인 아닌 연인이 되는 것일까요

 

쉽게 잊고들 사는

무던한 가슴들이

한없이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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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숲속에서 나는-이해인

당신의 숲 속에서 나는
도토리만한 기쁨을 주우며
마음도 영글어 가는
한 마리의 신나는 다람쥐

 


때로는 동그란 기도의 알을 낳아
오래오래 가슴에 품어 두는
한 마리의 다정한 산새

 


당신의 숲 속에서 나는
사유의 올을 풀어내어
열심히 집을 짓는
한 마리의 고독한 거미

 


그리고 때로는 
가장 조그만 은총의 빵 부스러기도
놓치지 않고 거두어들이는
한 마리의 감사한 개미

 

 

당신의 숲속에서 나는-이해인

당신의 숲 속에서 나는
도토리만한 기쁨을 주우며
마음도 영글어 가는
한 마리의 신나는 다람쥐

때로는 동그란 기도의 알을 낳아
오래오래 가슴에 품어 두는
한 마리의 다정한 산새

당신의 숲 속에서 나는
사유의 올을 풀어내어
열심히 집을 짓는
한 마리의 고독한 거미

그리고 때로는 
가장 조그만 은총의 빵 부스러기도
놓치지 않고 거두어들이는
한 마리의 감사한 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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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참 좋겠습니다-좋은글 中 

내사랑 듬뿍 받는
당신은 참 좋겠습니다

이른 아침 눈 뜨자 마자
당신이 보고 싶어
물끄러미 전화기만 쳐다보는

바보같은 내가 있어
당신은 참 좋겠습니다

비오는 날 당신을 위해
맘을 넉넉히 비워두고 
기다리는 하염없는 
내가 있어
당신은 참 좋겠습니다

당신이 힘들때마다
외로울때마다
울고 싶을때마다

안아 주려고 
팔길이 매일 매일 재어보는
모자란 내가 있어
당신은 참 좋겠습니다

무심한 당신으로 인해
금새 울고 금새 슬퍼져도

따뜻한 손 한번 내밀어
웃어주면 서운한 맘 잊어버리고
금방 베시시 웃는

천치같은 내가 있어
당신은 참 좋겠습니다

끼니는 잘 챙겨먹었는지
맛난 음식을 
먹을 때면 당신과 꼭
다시 와야지 하고 다짐하는

단순한 내가 있어
당신은 참 좋겠습니다

당신이 내게 준 
사소한 물건 하나

당신이 내게 준 
자그마한 손길 하나

당신이 내게 준
짤막한 말 한마디

하나도 잊어먹지 않고 다
기억하지만 다른건 수시로 
잊어먹고 잃어버리는

건망증 많은 내가 있어
당신은 참 좋겠습니다

당신은
참 좋겠습니다

이렇게 당신을 많이 아끼는
이렇게 당신을 사랑하는
맘이 넘치는 내가 있어
당신은 참 좋겠습니다

오늘도
그대가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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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자꽃 향기속에서 - 이해인

7월은 나에게
치자꽃 향기를 들고 옵니다
하얗게 피었다가 질 때는
고요히 노랗게 떨어지는 꽃

꽃은 지면서도
울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무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는 것일테지요

세상에 살아 있는 동안 만이라도
내가 모든 사람들을
꽃을 만나듯이 대할 수 있다면

그가 지닌 향기를
처음 발견한 나의 기쁨을 되새기며
설레일 수 있다면

어쩌면 마지막으로
그 향기를 맡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조금 더 사랑할 수 있다면
우리 삶 자체가 하나의 꽃밭이 될 테지요

7월의 편지 대신
하얀 치자꽃 한 송이
당신께 보내 오는
내마음의 향기도 받으시고
조그만 사랑을 많이 만들어
향기로운 나날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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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천(歸天) - 천상병 시인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가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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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人 - 황동규 시인

 

고기를 잡지 않은 어부가 살았다

 

바다가 그의 귓전에 늘 머물러 있었다

 

온 세상에 꾸중들은 아이들만 보이는

어둡고 고요한 저녁이면

바닷속이 환히 뒤집어지기도 하였다 

 

어둡던 골짜기가 밝아지고

쌍쌍이 속삭이며

헤엄쳐 오는 물고기들

 

허리에 오색 구슬 두른 놈도 있었다

 

꼬리에 뽀오얀 등을 단 놈도

두리번 거리다 되돌아가는 놈도

섬들이 긴 숨 들이키고

가라앉기도 하였다

 

모든 강의 밑바닥 바다에 닿듯이

마음줄 모두 내린 어부가 살았다.

 

아꼈어, 그래 참 환했어,

 

추억 속에 나란히 헤엄친 물고기에겐 듯

만나는 사람에게 두 손 내민다

 

온 헤상에 꾸중들은 아이들만 보이는

어둡고 고요한 저녁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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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 - 나태주

 

받고 싶은 마음보다

주고 싶은 마음이 좋은 마음이다

 

주고 나서 이내 잊어버리고

무엇을 또 주어야 하나

찾는 마음이 좋은 마음이다

 

꽃을 보고서도 저것을 가져다

주었으면 하고

구름을 만나서도 저것을 데려다

주었으면 하는

 

그 마음 뒤에 웃고 있는 네가

있음을 나는 모르지 않는다.

 

언제까지고 거기 너 그렇게

웃고만 있거라

예뻐 있거라.

 

 

소망-나태주 시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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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자꽃 설화 - 박규리

 

사랑하는 사람을 달래 보내고 돌아서

돌계단을 오르는 스님 눈가에

설운 눈물 방울 쓸쓸히 피는 것을

종각 뒤에 몰래 숨어 보고야 말았습니다.

 

아무도 없는 법당 문 하나만 열어 놓고

기도하는 소리가 

빗물에 우는듯 들렸습니다.

 

밀어내던 가슴은 못이 되어 오히려

제 가슴을 아프게 뚫는 것인지

목탁소리만 저 홀로 바닥을 뒹굴다

끊어질 듯 이어지곤 하였습니다.

 

여자는 돌계단 밑 치자꽃 아래

한참을 않았다 일어서더니

오늘따라 가랑비 엷게 듣는 소리와

짝을 찾는 쑥국새 울음소리 가득한

산길을 휘청이며 떠내려가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멀어지는 여자의 젖은 어깨를

보며 사랑하는 일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일인 줄 알것 같았습니다.

 

한 번도 그 누구를 사랑한 적 없어서

한 번도  사랑받지 못한 사람이야말로

가장 가난한 줄도 알 것 같습니다

 

떠난 사람보다 더 섧게만 보이는 잿빛 등도

저물도록 독경소리 그치지 않는 산중도 그만 싫어,

 

나는 괜시리 내가 버림받은 여자가 되어

버릴 수록 더 깊어지는 산길에

하염없이 앉았습니다.

 

 

치자꽃 - 이해인

 

눈에 익은 어머니의

옥양목 겹저고리

 

젊어서 혼자된

어머니의 멍울진 한을

하얗게 풀어서

향기로 날리는가

 

'얘야, 너의 삶도

이처럼 향기오우렴

 

어느날 어머니가

편지 속에 넣어 보낸

젖빛 꽃잎 위에

 

추억의 유년이

흰 나비로 접히네

 

 

치자꽃 설화는

스님과 보살 사이에 이루어 질 수 없는

애틋한 사랑이야기 입니다

그 사랑을 훔쳐보는 또 한 사람의 여인의

마음이 담긴 시 인데요. 그 한 여인이

박규리 시인입니다.

 

치자꽃 꽃말은 

청결, 순결, 행복, 한없는 즐거움.

 

꽃이 피는 시기

6~7월에 꽃을 피우기 시작해서

10월에 황홍색의 열매를 맺고 

꽃잎은 노랗게되어 떨어집니다.

 

분포지역

중국이나 대만, 일본, 유럽등지에

많이 분포하여 자라고

반음지, 따뜻한 곳에서 잘자랍니다

 

우리나라, 한국에서는

예로부터 식용은 물론 관상수, 약용으로

널리 사용하고 알려져있습니다

 

예로부터 명절이나 잔치때 음식에 

물들이는 천연색소로 사용하고,

천연옷감에 아름다운 색을 물들이데

사용하였습니다.

 

저희집 정원 울타리에 이렇게

예쁘게 치자꽃 몇송이가 피었답니다.

그 향기가 너무 진해서 그 옆을

지나갈 때 마다 향기에 취할거 같아요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 치자꽃 향기처럼

그리고 치자꽃 꽃말처럼, 아름다운사랑,

한없는 즐거움과 행복이 가득한 날들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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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오면 - 이해인(여름편지 中 )

 

움직이지 않아도

태양이 우리를

못견디게 만드는

여름이 오면 친구야!

 

우리 서로

뜨겁게 사랑하며

기쁨으로 타오르는

작은 햇덩이가 되자고 했지?

 

산에 오르지 않아도

신록의 숲이 마음에

들어차는

여름이 오면 친구야!

 

우리는 묵묵히 기도하며

이웃에게 그늘을 드리우는

한 그루의 나무가 되자고 했지?

 

여름을 좋아해서

여름을 닮아가는

초록빛 친구야!

 

멀리 떠나지 않고서도

나를 더욱 살고 싶게 만드는

그윽한 눈빛의

고마운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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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일기 1 -이해인

 

사람들은 나이 들면 고운 마음 어진 마음

잃기 쉬운데 느티나무여!

당신은 나이 들어도 어찌 그리 푸른 기품

잃지 않고 넉넉하게 아름다운지

나는 너무 부러워서

 

당신 그늘 아래 오래오래 앉아서

당신의 향기를 맡고싶습니다.

 

당신처럼 뿌리가 깊어 더 빛나는

시의 잎사귀를 달 수 있도록

나를 기다려 주십시오

 

당신처럼 뿌리 깊고 넓은

사랑을 나도 하고 싶습니다.

 

여름일기 2 -이해인

 

사계절 중에 여름이 제일 좋다는

젊은 벗이여!

나는 오늘 달고 맛있는

초록 수박 한 덩이 그대에게 보내며

시원한 여름을 가져봅니다

 

한창 진행중이라는 그대의 첫사랑도

이 수박처럼 물기 많고 싱싱하고

어떤 시련 중에도 모나지 않은 둥근 힘으로

 끝까지 아름다울 수 있기를

해 아래 웃으며 기도합니다.

 

 

여름일기 3 - 이해인

 

바다가 그리운 여름날은

오이를 썰고 얼음을 띄워

미역 냉국을 해먹습니다

 

입안에 가득 고여오는

비릿한 바다 내음과

하얀 파도소리에

 

해녀가 되어 시의 전복을

따러 갑니다.

 

 

여름 - 이해인

 

아무리 더워도 덥다고

불평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차라리 땀을 많이 흘리며

내가 여름이 되기로 했습니다.

 

일하고 사랑하고 인내하고

용서하며 해 아래 피어나는

삶의 기쁨 속에

 

여름을 더욱 사랑하며 

내가 여름이 되기로 했습니다.

 

 

여름일기 - 이해인

 

햇볕에 춤추는 하얀 빨래처럼

깨끗한 기쁨을 맛보고 싶다

 

영혼의 속까지 태울 듯한

태양 아래

나를 빨아 널고 싶다

 

여름엔 햇볕에 잘 익은 

포도송이 처럼 향기로운

땀을 흘리고싶다.

 

땀방울 마저도

노래가 될 수 있도록

뜨겁게 살고 싶다.

 

여름엔 꼭 한번

바다에 가고싶다.

 

오랜 세월 파도에 시달려온

섬 이야기를 듣고싶다

 

침묵으로 엎드려 기도하는

그대에게 살아가는 법을

배워 오고싶다.

 

 

 

너 보고 싶어-나태주

 

창문 여니 맑은 하늘

뭐가 보이니?

 

나뭇잎을 흔들고 가는 바람

하늘 위에 흐린 구름 몇 송이

 

너 보고 싶어 내가 보낸

내 마음의 자취 한 자락이야

 

멀리서도 들리는 새 울음소리

일찍 찾아와서 우는 여름의 철새

 

너 보고 싶어 내가 보낸

그건 내 마음의 소식, 들어나다오.

 

 

바람에게-나태주

 

너는 내가

사랑한다는 걸

모르지 않는다

 

그걸 빌미로

너는 때로 나를

흔들기도 한다

 

어지럽다

어지러워

 

아이야

흔들어도 너무

흔들지는 말아다오

 

 

애인 - 나태주

 

부르기만 해도

가슴이 울렁이고

듣기만 해도 마음이

뜨끔하던 이름이 있었다

 

얼굴가지 붉혀지던 이름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은 채

참 이상한 일이다

나도 모를 일이다.

 

 

새로운 별 - 나태주

 

마음이 살짝 기운다

왜 그럴까?

모퉁이께로 신경이 뻗는다

 

왜 그럴까?

그 부분에 새로운 별이 하나

생겼기 때문이다

아니다, 저편 의자에

네가 살짝 와서 앉았기 때문이다

 

길고 치렁한 머리칼 검은 머리칼

다만 바람에 날려

네가 손을 들어 머리칼을 

쓰다듬었을 뿐인데 말이야.

 

 

사랑 - 나태주

 

너 많이 예쁘거라

오래오래 웃고 있거라

 

우선은 너를 위해서

세상을 위해서

 

너처럼 예쁜 세상

네가 웃고 있는 세상

네가 웃고 있는 세상은

얼마나 좋은 세상이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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