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 조병화 시인

어려운 학업을 마친 소년처럼
가을이 의젓하게 돌아오고 있습니다

푸른 모자를 높게 쓰고
맑은 눈을 하고 청초한 얼굴로
인사를 하러 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참으로 더웠었지요'하며

먼 곳을 돌아돌아
어려운 학업을 마친 소년처럼
가을이 의젓하게 높은 구름의 
고개를 넘어오고 있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김준엽 시인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물어볼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을 사랑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가벼운 마음으로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열심히 살았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맞이하고 있는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하며 살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일이 
없었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 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사람들을 상처 주는 말과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삶이 아름다웠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기쁘게 대답할 수 있도록 
내 삶의 날들을 기쁨으로 아름답게 
가꾸어 가야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어떤 열매를 얼마만큼 맺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도록
내 마음 밭에 좋은 생각의 씨를 뿌려 놓아 
좋은 말과 좋은 행동의 열매를 
부지런히 키워야 하겠습니다.

 

노을빛 풍경 -시인 정광회 

어느 날 바람처럼 날아간 그 자리에
매듭처럼 지워지지 않는 너
첫사랑 같은 그리움에 빠져
서녘 하늘을 벌겋게 달구어 놓았는가.

그리움으로 훌쩍 커버린 사람
거북이 등처럼 갈라진 추억
그 사람 생각하니
구름 한 조각 백년같이 떠 있구나

마음 한 구석에 뚫린 상처의 숲은
사라지지도 무너지지도 않은 추억들로
하얗게 바랜 수첩속에
여기저기 회색으로 묻어있는 기억인가

포기하지 못하고
세세하게 가지를 치고 덧칠을 하고
수수께끼처럼 닦아서는 그림자 하나
하얀 흔적으로 둥둥 떠 서성인다.

 

가을의 詩
회상(回想)/이인혁 시인

언제부터인가
세상은 너무 빨리 변하기 시작한다.

갈바를 알지 못하고
방황으로 시작하던 계절은 끝나고
세상이 아름답다고 말하는 가을이네.

죽네, 사네 사랑한다면서
한 마음으로 사랑하기 어려워
모두들 신음(呻吟)했었고

더위에 지쳐
세상을 두려움으로 지낼때가
엊그제 같은데

생명을 변화시키는 힘으로
다가오는 계절은 가을이네.

산다는 것은
들녘에 무르익는 열매같은 것
가을산에 물들어 가는 단풍잎같은 것

언제부터인가
세상의 모든 마음들이 변하기 시작한다.

 

가을 단상 - 용혜원

단 하나의 낙엽이 떨어질 때부터
가을은 시작하는 것

우리들 가슴은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에
거리로 나서고

외로움은 외로움 대로
그리움은 그리움 대로
낙엽과 함께 날리며 갑니다.

사랑은 계절의 한 모퉁이
공원 벤취에서 떨리는 속삭임을 하고
만남은 헤어짐을 위하여 마련되듯

우리들의 젊은 언어의 식탁엔
몇 가지 논리가 열기를 발산할 것입니다.

가을이 푸른 하늘로 떠나갈 무렵
호주머니 깊이 두 손을 넣은 사내는

어느 골목을 돌며 외투깃을 올리고
여인들은 머플러 속에 
얼굴을 감추고 떠날 것입니다.

모든 아쉬움은 탐스런 열매들을 보며
잊혀져가고 초록빛들이 사라져갈 무렵
거리엔 빨간 사과들이 등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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