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아꽃-이해인

향기로 숲을 덮으며
흰 노래를 날리는
아카시아꽃

가시 돋친 가슴으로
몸살을 하면서도

꽃잎과 잎새는
그토록
부드럽게 피워 냈구나

내가 철이 없어
너무 많이 엎질러 놓은
젊은날의 그리움이

일제히 숲으로 들어가
꽃이 된 것만 같은
아카시아꽃

 

 

치자꽃-이해인

눈에 익은
어머니의
옥양목 겹저고리

젊어서 혼자된
어머니의 멍울진 한을
하얗게 풀어서
향기로 날리는가

"얘야, 너의 삶도
이처럼 향기로우렴

어느날
어머니가
편지 속에 넣어 보낸
젖빛 꽃잎 위에

추억의 유년이
흰 나비로 접히네

 

 

튤립-이해인

가까이 다가서면
피아노 소리가
들릴 것만 같은
튤립

무엇을
숨겨 둔 것일까?

항상 다는 펼치지 않고
조심스레 입 다문 모습이
더욱 황홀하여라

슬픔 중에도
네 앞에선
울 수 없구나

어둠과 우울함은
빨리 떨쳐 버리라며

가장 환한
웃음의 불을 켜서
내게 당겨 주는 꽃

 

 

라일락-이해인

바람 불면
보고 싶은
그리운 얼굴

빗장 걸었던 꽃문 열고
밀어내는 향기가
보랏빛, 흰빛
나비들로 흩어지네

기쁨에 취해
어지러운 나의 봄이
라일락 속에 숨어 웃다
무늬 고운 시로 날아다니네

 

꽃과 나


예쁘다고
예쁘다고
내가 꽃들에게
말을 하는 동안
꽃들은 더 예뻐지고

고맙다고
고맙다고
꽃들이 나에게
인사하는 동안
나는 더 착해지고

꽃물이 든 마음으로
환히 웃어보는
우리는
고운 친구

 

꽃밭에서/이해인

내가
고운 말 한번씩 할 적마다
고운 잎사귀가
하나씩 돋아난다고

꽃나무들이
나를 보고 환히 웃어

나도 꽃이 되기로 했지
나도 잎이 되기로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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