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이해인

 

초록색 물통 가득

춤추며 일어나는

비누거품 속에 살아있는

나의 때가 울며 사라진다

 

나는 참 몰랐었다

털어도 털어도

먼지 낀 내 마음속

 

너무 오래 빨지 않아

곰팡이 피었음을

살아있는 동안은 묵은 죄를

씻어내듯 빨래를 한다

 

어둠을 흔들어 헹구어 낸다

 

물통 속에 출렁이는

하늘자락 끌어올려

빳빳하게 풀 먹이는

나의 손이여

 

무지갯빛 거품 속에

때 묻은 날들이

웃으며 사라진다.

 

나는 참 몰랐었다

털어도 털어도

먼지 낀 내 마음속

 

너무 오래 빨지 않아

곰팡이 피었음을

살아있는 동안은 묵은 죄를

씻어내듯 빨래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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