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께 드리는 노래/이해인

어디에 계시든지
사랑으로 흘러
우리에겐 고향의 강이 되는
푸른 어머니.

제 앞길만 가리며
바삐 사는 자식들에게
더러는 잊혀지면서도
보이지 않게 함께 있는 바람처럼
끝없는 용서로
우리를 감싸안은 어머니.

당신의 고통 속에 생명을 받아
이만큼 자라 온 날들을
깊이감사할 줄 모르는
우리의 무례함을 용서하십시오.

기쁨보다는 근심이
만남보다는 이별이 더 많은
어머니의 언덕길에선
하얗게 머리 푼 억새풀처럼
흔들리는 슬픔도 모두 기도가 됩니다.

삶이 고단하고 괴로울 때
눈물 속에서 불러 보는
가장 따뜻한 이름, 어머니
집은 있어도
사랑이 없어 울고 있는
이 시대의 방황하는 자식들에게
영원한 그리움으로 다시 오십시오, 어머니.

아름답게 열려 있는 사랑을 하고 싶지만
번번히 실패했던 어제의 기억을 묻고
우리도 이제는 어머니처럼
살아 있는 강이 되겠습니다.
목마른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푸른 어머니가 되겠습니다.

 

 

어머니-이해인

당신의 이름에선
색색의 웃음 칠한
시골집 안마당의
분꽃 향기가 난다

안으로 주름진 한숨의 세월에도
바다가 넘실대는
남빛 치마폭 사랑

남루한 옷을 걸친
나의 오늘이 그 안에 누워 있다

기워 주신 꽃골무 속에
소복이 담겨 있는 유년의 추억

당신의 가리마같이
한 갈래로 난 길을
똑바로 걸어가면

나의 연두 갑사 저고리에
끝동을 다는
다사로운 손길

까만 씨알 품은
어머니의 향기가
바람에 흩어진다

 

 

어머니의 섬/이해인

늘 잔걱정이 많다
아직도 물에서만 서성이는 나를
섬으로 불러 주십시오
어머니

세월과 함께 깊어가는
내 그리움의 바다에
가장 오랜 섬으로 떠 있는
어머니

서른 세 살 꿈속에
달과 선녀를 보시고
세상에 나를 낳아주신
당신의 그 쓸쓸한 기침소리는
천리 밖에 있어도
가까이 들립니다

헤어져 사는 동안 쏟아놓지 못했던
우리의 이야기를
바람과 파도가 대신해주는
어머니의 섬에선
외로움도 눈부십니다

안으로 흘린 인내의 눈물이 모여
바위가 된 어머니의 섬

하늘이 잘 보이는 
어머니의 섬에서
나는 처음으로 기도를 배우며
높이 날아가는
한 마리의 새가 되는
꿈을 꿉니다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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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시/이해인


풀잎은 풀잎대로 바람은 바람대로
초록의 서정시를 쓰는 5월


하늘이 잘 보이는 숲으로 가서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게 하십시오

피곤하고 산문적인 일상의 짐을 벗고
당신의 샘가에서 눈을 씻게 하십시오


물오른 수목처럼 싱싱한 사랑을
우리네 가슴속에 퍼올리게 하십시오

말을 아낀 지혜 속에 접어둔 기도가
한송이 장미로 피어나는 5월


호수에 잠긴 달처럼 고요히 앉아
불신했던 날들을 뉘우치게 하십시오

은총을 향해 깨어있는 지고한 믿음과
어머니의 생애처럼 겸허한 기도가
우리네 가슴속에 물 흐르게 하십시오

구김살 없는 햇빛이 아낌없는 축복을
쏟아내는 5월


어머니. 우리가 빛을 보게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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