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좋은시(詩)모음

추석에관한 詩모음(11) - 한가위, 송편, 추석날 아침, 달빛기도, 밤.....

하얀마음하나 2019. 8. 31. 00:23

한가위 - 최강림 시인

어머니,
오늘은
당신의 치마폭에서
달이 뜨는 날입니다.

아스라한 황톳길을 돌아
대 바람에 실려온
길 잃은 별들도
툇마루에 부서지는
그런 날입니다.

미랍처럼 곱기만 한 햇살과
저렇듯 해산달이 부푼 것도
당신이 살점 떼어 내건
등불인 까닭입니다

새벽이슬 따 담은
정한수 한 사발로도
차례 상은 그저
경건한 풍요로움입니다.

돌탑을 쌓듯
깊게 패인 이랑마다
일흔 해 서리꽃 피워내신
신앙 같은 어머니,

 

한가위 - 공재동 시인
         
미루나무 가지 끝에
초승달 하나
걸어 놓고

열사흘 
시름시름
밤을 앓던
기다림을

올올이
풀어 내리어
등을 켜는 보름달

 

송편 - 최병엽 시인

보송보송한 쌀가루로
하얀 달을 빚는다
한가위 보름달을 빚는다.

풍년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하늘신께 땅신께
고수레
고수레 - 하고

햇솔잎에 자르르 쪄낸
달을 먹는다.

쫄깃쫄깃한
하얀
보름달을 먹는다.

추석날 아침에 - 황금찬 시인

고향의 인정이
밤나무의 추억처럼
익어갑니다.

어머님은
송편을 빚고
가을을 그릇에 담아
이웃과 동네에
꽃잎으로 돌리셨지

대추보다 붉은
감나무잎이
어머니의
추억처럼
허공에
지고 있다

 

추석 - 오상순 시인
        (1894-1963)

추석이 임박해 오나이다
어머니!
그윽한 저.....
비밀의 나라에서
걸어오시는 어머니의
고운 발자국소리
멀리서 어렴풋이
들리는 듯 하오이다.

 

추석 전날 달밤에 송편 빚을 때
     --서정주 시인--(1915-2000)

추석 전날 달밤에 마루에 앉아
온 식구가 모여서 송편 빚을 때
그 속에 푸른 풋콩 말아넣으면
휘영청 달빛은 더 밝아 오고
뒷산에서 노루들이 좋아 울었네.

"저 달빛엔 꽃가지도 휘이겠구나!"

달 보시고 어머니가 한마디하면
대수풀에 올빼미도 덩달아 웃고
달님도 소리내어 깔깔거렸네.

 

추석 지나 저녁때 - 나태주 시인

남의 집 추녀 밑에
주저앉아 생각는다
날 저물 때까지

그때는 할머니가 옆에
계셨는데
어머니도 계셨는데
어머니래도 젊고 이쁜
어머니가 계셨는데

그때는 내가 바라보는
흰 구름은 눈부셨는데
풀잎에 부서지는 바람은
속살이 파랗게
떨리기도 했는데

사람 많이 다니지 않는
골목길에 주저앉아 생각는다

달 떠 올 때까지

달빛기도 - 이해인 수녀님
 
너도 나도
집을 향한 그리움으로
둥근 달이 되는 한가위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이

달빛처럼 순하고 
부드럽기를

우리의 삶이
욕심의 어둠을 걷어내
좀 더 환해지기를

모난 미움과 편견을 버리고
좀더 둥글어지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하려니

하늘보다 내 마음에
고운 달이 먼저 뜹니다.

한가위 달을 마음에 
걸어두고

당신도 내내 행복하세요.
둥글게!

추석 달을 보며 - 문정희 시인

그대 안에는
아무래도 옛날 우리 어머니가
장독대에 떠놓았던 정한수 속의
그 맑은 신이 살고 있나 보다.

지난 여름 모진 홍수와
지난 봄의 온갖 가시덤불 속에서도
솔 향내 푸르게 배인 송편으로
떠올랐구나

사발마다 가득히 채운 향기
손바닥이 닳도록
빌고 또 빌던 말씀

참으로 옥양목같이 희고 맑은
우리들의 살결로 살아났구나.
모든 산맥이 조용히 힘줄을 세우는
오늘은 한가윗날.

헤어져 그리운 얼굴들 곁으로
가을처럼 곱게 다가서고 싶다.

가혹한 짐승의 소리로
녹슨 양철처럼 구겨 버린
북쪽의 달, 남쪽의 달
이제는 제발
크고 둥근 하나로 띄워 놓고

나의 추석 달은
백동전 같이 눈부신 이마를 번쩍이며
밤 깊도록 그리운 얘기를 나누고 싶다.

고유의 명절 한가위 -전영애 시인

동심의 그리운 시절
철없이 명절 되면
새옷 사 주지 않을까
냉가슴 앓던 그리움
새록새록
피어나는 까닭은
세월 흐른 탓이겠지

디딤 방앗간 분주하고
불린 쌀 소쿠리에 담아
아낙 머리 위에 얹고
동네방네 시끌벅적
잔치 분위기 된 추석명절이었다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산과 들녘의 풍경
땀 흘린 보람
누렇게 익어가는 곡식

장작불 지피고 
솥뚜껑 위 지짐 부치는 냄새
채반 위 가지런히 장식해 낸다.

팔월 한가위 - 반기룡 시인

길가에 풀어놓은
코스모스 반가이 영접하고
황글물결 일렁이는
가을의 들녘을 바라보며
그리움과 설레임이
밀물처럼 달려오는
시간이었으면 합니다.

한동안 뜸했던
친구와 친지, 친척 만나보고
모두가 어우러져
까르르 웃음 짓는 희망과 기쁨이
깃발처럼 펄럭이는
그런 날이었으면 합니다.

꽉 찬 보름달처럼 풍성하고
넉넉한 인심과 인정이 샘솟아
고향길이 아무리 멀고 힘들지라도
슬며시 옛 추억과 동심을 불러내어
아름다운 상상의 나래를
활짝 펼 수 있는 의미 있고 소중한
팔월 한가위이었으면 합니다

 

 

네이버TV 좋은글 좋은시

링크: https://tv.naver.com/lemon21

유튜브체널 좋은글 좋은시

링크: https://www.youtube.com/channel/UCoO4odDirrZh_KDDdlSktP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