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 시(詩)모음

이해인 여름 詩모음-여름일기(1,2,3), 여름일기, 여름

하얀마음하나 2019. 6. 17. 11:11

 

여름일기 1 -이해인

 

사람들은 나이 들면 고운 마음 어진 마음

잃기 쉬운데 느티나무여!

당신은 나이 들어도 어찌 그리 푸른 기품

잃지 않고 넉넉하게 아름다운지

나는 너무 부러워서

 

당신 그늘 아래 오래오래 앉아서

당신의 향기를 맡고싶습니다.

 

당신처럼 뿌리가 깊어 더 빛나는

시의 잎사귀를 달 수 있도록

나를 기다려 주십시오

 

당신처럼 뿌리 깊고 넓은

사랑을 나도 하고 싶습니다.

 

여름일기 2 -이해인

 

사계절 중에 여름이 제일 좋다는

젊은 벗이여!

나는 오늘 달고 맛있는

초록 수박 한 덩이 그대에게 보내며

시원한 여름을 가져봅니다

 

한창 진행중이라는 그대의 첫사랑도

이 수박처럼 물기 많고 싱싱하고

어떤 시련 중에도 모나지 않은 둥근 힘으로

 끝까지 아름다울 수 있기를

해 아래 웃으며 기도합니다.

 

 

여름일기 3 - 이해인

 

바다가 그리운 여름날은

오이를 썰고 얼음을 띄워

미역 냉국을 해먹습니다

 

입안에 가득 고여오는

비릿한 바다 내음과

하얀 파도소리에

 

해녀가 되어 시의 전복을

따러 갑니다.

 

 

여름 - 이해인

 

아무리 더워도 덥다고

불평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차라리 땀을 많이 흘리며

내가 여름이 되기로 했습니다.

 

일하고 사랑하고 인내하고

용서하며 해 아래 피어나는

삶의 기쁨 속에

 

여름을 더욱 사랑하며 

내가 여름이 되기로 했습니다.

 

 

여름일기 - 이해인

 

햇볕에 춤추는 하얀 빨래처럼

깨끗한 기쁨을 맛보고 싶다

 

영혼의 속까지 태울 듯한

태양 아래

나를 빨아 널고 싶다

 

여름엔 햇볕에 잘 익은 

포도송이 처럼 향기로운

땀을 흘리고싶다.

 

땀방울 마저도

노래가 될 수 있도록

뜨겁게 살고 싶다.

 

여름엔 꼭 한번

바다에 가고싶다.

 

오랜 세월 파도에 시달려온

섬 이야기를 듣고싶다

 

침묵으로 엎드려 기도하는

그대에게 살아가는 법을

배워 오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