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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詩(시)모음(4)-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우리가 어느별에서, 꽃(김춘수), 사랑에게

하얀마음하나 2019. 6. 13. 07:32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도종환

 

저녁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기보다는

구름 사이에 뜬 별이었음 좋겠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딛으며 오른는

만월이기보다는 동짓달 스무 날 빈 논길을

쓰다듬는 달빛이었음 싶어.

 

꽃분에 가꾼 국화의 우아함보다는

해가 뜨고 지는 일에 고개를 끄덕일 줄 아는

구절초이었음 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이 꽃이라면

꽃 피우는 일이 곧 살아가는 일인

콩꽃 팥꽃이었음 좋겠어.

 

이 세상의 어느 한 계절 화사히 피었다

시들면 자취 없는 사랑 말고

저무는 들녘일수록 더욱 은은히 아름다운

억새풀처럼 늙어갈 순 없을까

 

바람 많은 가을 강가에 서로 어깨를 기댄 채

우리 서로 물이 되어 흐른다면

바위를 깎거나 갯벌 허무는 밀물 썰물보다는

물오리때 쉬어가는 저녁 강물이었음 좋겠어

 

이렇게 손을 잡고 한 세상을 흐르는 동안

갈대가 하늘로 크로 먼바다에 이르는

강물이었음 좋겠어.

 

 

꽃-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사랑에게-김석규

 

바람으로 지나가는 사랑을 보았네

언덕의 미류나무 잎이 온 몸으로 흔들릴 때

 

사랑이여 그런 바람이었으면 하네

 

붙들려고 가까이서 얼굴을 보려고도 하지 말고

그냥 지나가는 소리로만 떠돌려 하네

 

 젖은 사랑의 잔잔한 물결

마음 바닥까지 다 퍼내어 흔들리게도 하면서

 

사랑이여 흔적 없는 바람이었으면 하네

 

우리가 어느 별에서-정호승

 

우리가 어느 별에서 만났기에

이토록 서로 그리워하느냐.

 

우리가 어느 별에서 그리워하였기에

이토록 서로 사랑하고 있느냐.

 

사랑이 가난한 사람들이

등불을 들고 거리에 나가

풀은 시들고 꽃은 지는데

 

우리가 어느 별에서 헤어졌기에

이토록 서로 별빛마다 빛나느냐.

 

우리가 어느 별에서 잠들었기에

이토록 새벽을 흔들어 깨우느냐.

 

해 드기 전에

가장 추워하는 그대를 위하여

저문 바닷가로 홀로

사람의 모닥불을 피우는 그대를 위하여

 

나는 오늘밤 어느 별에서

떠나기 위하여 머물고 있느냐.

 

어느 별의 새벽길을 걷기 위하여

마음의 칼날 아래 떨고 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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